[인생은 사자성어]38. 성죽흉중(成竹胸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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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38. 성죽흉중(成竹胸中)

공직자라고 한다면

  • 승인 2016-07-13 09:47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언젠가 집에 도둑이 들었다. 그런데 어리숙한 도둑이었던지 달아나다가 경찰에 검거되었단다. 분실물 확인 차원에서 파출소(현 지구대)로 와 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래서 파출소에 갔더니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만취하여 웃통을 벗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취객이 있는가 하면 아예 소파에 고꾸라져 잠이 든 고주망태도 보였다. 순간 경찰관은 아무나 하는 직업이 아님을 새삼 천착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중도일보에서 ‘김석돈 경찰서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러자 금세 흐뭇한 마음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내용 때문이었다.

- 지난 7월 8일, 서산경찰서 김석돈 서장은 이임식이라는 형식적인 행사를 하기 보다는 그 동안 정들었던 직원들과 다시 한 번 밥상머리 정을 나누며 뜻 깊은 이별의 시간을 가졌다. 김석돈 서장은 “공식적인 이임식을 대신하여 그 동안 수고했던 직원들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싶다”고 제안하고, 서산경찰서 2층 서산마루(경찰서 구내 식당)에서 부인 전점숙 씨와 함께 앞치마를 둘러매고 직원들에게 손수 밥을 퍼주며 한 명 한 명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

경찰은, 특히나 수장(首長)인 경찰서장님은 권위적이고 딱딱한 얼굴로 아랫사람들까지도 괜스레 경직시키는 인물로 오인하는 사람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 김석돈 서장은 진정 성인군자(聖人君子)로 보였다.

이러한 보도는 또한 선도대상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부산의 학교전담 경찰관 사건으로 말미암아 전국의 경찰관들을 일거에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렸던 실로 부끄러웠음에서의 일정부분 상쇄로까지 보아졌다. 공직이든 일반 기업체 역시도 수장이 바뀌는 경우는 허다하다.

하지만 입때껏 그 수장이란 사람이 직원식당에서 자신의 부인과 밥을 퍼서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훈훈한 모습은 본 ‘역사’가 전무하다. 그런 건 차치하고라도 마치 탈영이라도 하듯 소리 소문조차 없이 사라진 이들만 부지기수였다.

사람은 누구나 회자정리(會者定離)의 길을 간다. 한데 취임할 적엔 그야말로 ‘삐까번쩍’ 나팔소리도 요란하게 “원님 부임하셨네~!”라며 요란법석을 떤 반면, 이임할 적엔 마치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인 양 연기가 구멍으로 빠져나가듯 흔적조차 안 보인다면 이것처럼 모양 빠지는 것도 또 없다.

결론적으로 모름지기 공직자라고 한다면 김석돈 전 서산경찰서장과 같아야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요컨대 그분께선 평소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더하여 비단 경찰뿐만 아니라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식당 아주머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들을 두루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고 배려해 주셨기에 비로소 안팎으로도 칭송을 들었던 것이란 주장이다.

“(우리나라) 민중은 개·돼지”라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전 정책기획관이 파면을 당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LA타임스에서도 이 사건을 보도했다니 그는 결국 나라망신까지 시킨 셈이다.

‘만약’’이라는 가설(假說)은 사실 무의미하다. 그렇긴 하더라도 그가 술을 마시고 저지른 취중망언 대신에 만약 김석돈 서장처럼 어떤 학교라도 가서 일일급식당번을 했더라면 ‘파면’이라는 일생일대의 참극은 없었을 것이었다.

양질호피(羊質虎皮)란 속은 양이고 거죽은 범이라는 뜻으로, 본바탕은 아름답지 아니하면서 겉모양만 꾸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나향욱 전 기획관이 꼭 그에 부합되는 인물이지 싶었다. 그는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말미암아 부중지어(釜中之魚)를 자초했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안하무인(眼下無人)과 오만불손(傲慢不遜)의 대가는 급기야 영정고고(零丁孤苦)까지를 불러들이고야 말았다. (고위)공직자의 아름다운 퇴장(이임=離任)처럼 보기 좋은 건 다시없다.

공직자든 누구든 만인의 박수에 이어 존경까지 받고자 한다면 평소 자중자애(自重自愛)에 덧붙여 *성죽흉중(成竹胸中)의 마음가짐이 전제돼야 한다.

김석돈 경찰서장 아름다운 이별=>기사보기


*성죽흉중(成竹胸中) = 대나무를 그리려 할 때는 먼저 완전(完全)한 대나무의 모양(模樣)을 머리에 떠올린 후에 붓을 든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시도할 때는 마찬가지로 미리 마음에 충분한 계획을 가져야 한다는 뜻.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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