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40. 재벌반감(財閥反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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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40. 재벌반감(財閥反感)

재벌이 존경을 받으려면

  • 승인 2016-07-15 09:21
  • 홍경석홍경석
▲ 사진=연합 DB
▲ 사진=연합 DB


우리나라의 재벌(財閥)은 마치 야누스처럼 두 얼굴을 지니고 있다는 느낌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재벌기업을 선호한다. 반면 재벌이 이른바 ‘갑질’을 하거나, 최근 연일 안 좋은 일로 보도되는 롯데그룹의 경우처럼 오너리스크(owner risk)가 발생하면 국민들의 비난여론이 빗발친다.

화장품 사업으로 소위 대박을 맞았다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오늘날 활약상(?)은 마치 롯데그룹과 난형난제(難兄難弟)일 정도의 ‘문어발’과도 같다는 생각이다. 그는 원정도박으로 구속되자 수임료 50억 원이라는 거액의 돈을 매개로 하여 최유정 변호사를 선임한다.

그랬음에도 뜻대로 안 되자 주었던 돈을 달라며 최 변호사와 싸우다가 그녀에게 전치 3주의 손목관절 부상을 입힌다. 이에 뿔이 난 그녀는 ‘물귀신 작전’으로 전환하여 정운호 대표의 로비활동을 도운 인물 8명의 명단을 공개한다.

이 바람에 순풍에 돛단 듯 잘 나가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까지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재계 서열 5위의 막강한 롯데그룹까지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는 등 지금 롯데는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네이처리퍼블릭은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도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는 시선과 수사 때문이다. 이로 말미암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마저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신영자 이사장은 재벌 아버지를 둔 덕분에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 출신이란 주장에 설득력이 실린다. 이에 걸맞게 그녀가 롯데그룹 산하의 이런저런 기업들에게서 지난해 받은 급여만 무려 32억 6800만 원이나 된다고 한다.

없는 사람은 평생을 안 먹고 안 쓰며 모아도 도저히 불가능한 액수다. 검찰의 수사결과가 곧 밝혀지겠지만 이러한 일련의 롯데 관련 추문은 다시금 재벌반감(財閥反感)이란 국민적 감정을 유발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롯데는 “대체 일본기업이야, 우리나라 기업이야?”라는 정체성에 대해서도 의문시 하는 국민정서에 봉착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롯데도 ‘여론을 의식하여’ 사회공헌사업이나 장학금 지원 등을 한다고는 들었다.

하지만 그 액수가 너무 미미하다는 생각이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983년도에 출범한 롯데장학재단은 설립 이래 총 475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올해로 33년째이니 연간 약 14억을 약간 넘는 셈이다.

고로 재벌의 덩치에 비해 너무 쩨쩨했다고 하면 지나친 폄훼일까? 반면 롯데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랄 수 있는 규모의 기업인이었던 신양문화재단의 고 정석규 이사장님께선 무려 45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을 기부하시고도 늘 그렇게 검소한 생활로 일관하셔서 만인의 존경을 받았다.

딸이 대학 재학 중에 이 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았기에 더욱 감사함은 물론이다. 명문가 출신이었던 우당(友堂) 이회영 선생께선 전 재산을 헐값으로 처분하면서까지 독립운동에 나선 실로 위대한 독립운동가였다. 선생께선 당시 40만 원, 요즘 돈 600억 원을 모두 독립운동자금으로 내놓았다.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이항복의 후손으로 태어난 선생은 일제가 우리나라를 말아먹자 비분강개(悲憤慷慨)한다. 그리곤 여섯 형제와 일가족 전체가 전 재산을 팔아 만주로 망명하여 항일 독립운동을 활발히 펼쳤다.

그리곤 서전서숙, 신민회, 헤이그 밀사 파견, 고종의 국외망명, 의열단 등 국외 항일운동의 전반에 깊이 관여하였다. 기라성 같은 신흥무관학교 출신들이 독립운동에 맹활약하였음 또한 선생의 작품이었다.

이른바 삼한갑족(三韓甲族)이라 불렸던 조선의 3대 갑부였으나 선생의 말년은 비참했다. 먹을 것조차 없어 가족 모두 거리를 전전하고 배를 굶었다는 사실은 새삼 선생에 대한 존경심을 자아내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기고 범은 죽으면 가죽을 남긴다’는 속담이 달리 나온 게 아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그러나 재벌은 그렇지 않아서 문제를 야기하는 것 아닐까? 재벌이 존경을 받으려면 우당 선생과 정석규 이사장님처럼 그에 걸맞은 처세와 베풂 등의 이유 제공으로 폭넓은 국민적 동의까지를 얻어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시루에 물은 채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채운다’는 속담이 있긴 하지만 롯데가(家)의 비자금 조성과 각종의 미심쩍음, 국부 유출 의혹이란 국민적 의구심을 풀자면 그에 상응하는 바른 자세와 함께 진정 국가에 도움이 되는 행동까지를 보여야 옳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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