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나쁜 친구들' 전시장 입구에 선 앙꼬 작가/출처=독서신문 |
바야흐로 휴가와 피서시즌이다. 그래서 바다와 계곡 등지로 인파가 더욱 몰릴 게 틀림없다. 그러나 해마다 되풀이되는 물놀이를 하다 익사자가 발생하고, 다슬기를 잡다가 물에 떠내려가는 따위의 비극은 반드시 사전에 예방하고 볼 일이다.
모든 건 유비무환(有備無患)에서 불의의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물놀이를 갈 적에 구명조끼만이라도 착용하고 간다면 최소한 그러한 불상사는 막을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여하튼 ‘피서시즌’이라고는 하되 딱히 휴가가 없는 까닭에 다른 방법으로 피서(避暑)를 즐기는 터다.
그곳은 바로 도서관과 서점이다. 우선 도서관은 냉방이 잘 돼 있고 가득한 책들은 밥을 안 먹었음에도 금세 포만감을 느끼게 해 준다. 또한 본인의 경우도 그러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지적 성장까지 촉진해주는 일종의 마술사 역할까지 해준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옹기종기 모여앉아 책을 보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풍경화인 양 아름답기 그지없다. 서점 또한 마찬가지다. 요즘은 책을 안 사도 이런저런 책을 실컷 보다가 그냥 나가는 얌체(?) 손님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서점에선 그런 손님들조차도 뭐라 안 하니 크게 눈치 볼 일은 아니지 싶다. 어차피 눈과 가슴에까지 새겨둔 ‘좋은 책’은 반드시 구입할 테니까. 어제는 서점에 가서 즐겨 애독하는 월간지를 한 권 샀다.
나오는 길엔 무료로 배포하는 <독서신문>도 손에 쥐었는데 그 안의 내용이 자못 의미심장(意味深長)했다. 먼저 2면엔 ‘채식주의자’로 일약 ‘성공주의자’의 반열로 부상한 작가 한 강 씨가 토로한 말이 실려 있었다.
“절박하기에 글 쓴다”는 대목이 그만 내 가슴속에까지 깊이 전이되었다. 맞는 말이다. 거개의 작가들은 절박하기에 글을 쓰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이 쓴 글이 기필코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길, 그래서 당면한 생활고에서도 하루빨리 탈출코자 하는 염원을 담는 것이리라.
이어 7면엔 지난 2012년 <나쁜 친구>로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한 만화작가 앙꼬(본명 최경진)씨의 인터뷰가 게재되어 있었다. 한데 그 또한 “데뷔 땐 잉크와 펜을 살 돈도 없었어요”라고 해서 심금을 울렸다.
9면엔 ‘채식주의자’를 번역함으로써 한강 씨를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게 해준 일등공신 데버러 스미스 씨의 발언이 실렸다. 그녀는 한글을 배운 지 불과 6년 만에 이 같은 성과를 이뤄냈다고 하여 더욱 놀람의 울림을 크게 주었다.
아울러 한강 씨의 ‘은인’이 바로 그녀이듯 사람은 은인(恩人)을 잘 만나야 한다는 명제(命題)까지를 부여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다면 내게 있어서의 '은인'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여기에 개인적 인생사까지를 포괄하자면 밑도 끝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작가와 기자로도 활동 중인 나의 경우에만 국한코자 한다. 먼저 작년에, 부족하기 짝이 없는 내 글을 정성으로 묶고 지극정성으로 편집까지 마쳐 고운 책으로 출간해주신 <도서출판 행복에서지>의 권선복 사장님이 참으로 고마운 은인이시다.
이어 각 언론사의 기자님들과 피디님, 편집장님도 은인군(恩人群)임은 물론이다. 휴가도 없이 개미처럼 일만 해서는 쉬 지친다. 따라서 *심두멸각(心頭滅却)의 마음가짐으로 치환하는 지혜는 꼭 필요하다.
야근이 있는 내일은 모처럼 도서관을 찾아야겠다. 관장님께 시원한 커피를 얻어 마시면서 요즘엔 어떤 트렌드(trend)의 책을 독자들이 많이 보는지도 귀동냥할 요량이다.
*심두멸각(心頭滅却) = 심두(心頭: 마음)를 멸각(滅却)하면 불 또한 시원하다 라는 뜻으로, 잡념을 버리고 무념무상의 경지에 이르면 불 속에서도 오히려 시원함을 느낀다는 뜻.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 |
![]()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홍경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