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47. 망연자실(茫然自失)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47. 망연자실(茫然自失)

일당 400만 원 노역과 최저임금 1만 원의 괴리 유감

  • 승인 2016-07-22 01:00
  • 홍경석홍경석
▲ 전재용씨(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재용씨(연합뉴스 자료사진)

급여가 통장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간이역’ 수준도 못 되는 통장에서 그야말로 쥐꼬리 만한 그 돈은 즉시 출금되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많이 부족하여 다시금 신용카드로 단기대출(현금서비스)를 받아 충당해야만 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대체 이 빈곤의 고리와 사슬은 과연 언제가 되어야만 끊을 수 있단 말인가……. 박봉의 상쇄 차원에서 지인의 사무실에 나가 한동안 일을 거들었다. 하지만 고된 야근 뒤의 ‘투잡’은 사람을 더욱 곯게 만드는 단초로 작용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수면에 더하여 신경 써야 할 일이 증가하고 보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라기에 모 종합검진센터를 찾았다. 나처럼 경비원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외에도 청소를 하는 분들과 공장 등지서 주로 야근을 한다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야간작업 문진표>와 <특수건강진단 문진표>를 작성하라며 주었다. “퇴근 이후 다음 출근 때까지의 시간은 어떠한가?” 등에 이어 각 신체부위의 증상문항을 적는 순서였다. 한데 가만 보아하니 ‘정신/신경’ 분야의 질문엔 다음과 같은 것이 도드라졌다.

“(야근을 한 까닭으로 말미암아) 최근 6개월 동안 있었던 증상에 대하여 응답하라”는 부분이었다. ‘머리가 아프다’를 시작으로 ‘정신이 멍해지거나 술 취한 느낌이 든다’까지 다양했는데 순간 섬뜩한 느낌이 습격했다.

곧이곧대로 썼다간 다음 재계약에서 탈락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한 때문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재용 씨와 처남 이창석 씨가 세금포탈로 40억 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미납으로 인해 지난 7월 1일 노역장에 유치됐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미납 액수에 따라 환산하여 각각 2년 8개월과 2년 4개월의 노역장에 처해졌다고 하여 세인들의 의견이 분분한 즈음이다. 즉 이 두 사람의 노역 일당은 자그마치 하루에만 400만 원이나 되는 거액으로 책정된 때문이다.

그야말로 ‘황제노역’이 아닐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하루 일당은 우리 같은 최저임금 생활자의 급여보다 무려 두 배 반 ~ 세 배나 되는 까닭이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논란 여론이 계속되자 7월 7일 이석현 의원이 노역장 유치 기간을 현행 3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자는 것이 골자인 이른바 ‘전재용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한 생계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생계비는 274만 4183원이라고 했다. 경실련 역시 현재의 최저임금은 단신가구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기에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돼도 2인 가구 월평균 생계비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측에선 여전히 최저임금 1만 원을 마치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 곁에 다가온 저승사자 대하듯 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한통속이 되어’ 무차별로 세금과 출고가를 올린 결과, 담배와 소주(식당판매가 기준) 하나의 가격이 4천 원대를 넘은 지 오래다.

따라서 최저임금생활자와 비정규직의 노동자 등 저임금에 시달리는 이 땅의 국민들은 담배와 술도 맘대로 태우고 마실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노력하며 일을 해도 평균에도 못 미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최저임금생활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루 노역 일당이 400만 원이나 되는 괴리의 현실을 망연자실(茫然自失)하면서도, 울분의 시선을 거두지 못 하고 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5.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1.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5.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헤드라인 뉴스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전남을 시작해 충청권을 가로질러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망이 농경지와 주택가, 학교 일원을 경유해 건설될 것으로 예상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또다시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신설하고 입주 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 지방에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할 때 환경권과 생활권 침해 피해는 지역에 돌아온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앞으로 대전을 관통해 건설될 예정인 '신계룡-북천안 345㎸ 송전선로 시설 계획을 규탄하는 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