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전재용씨(연합뉴스 자료사진) |
급여가 통장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간이역’ 수준도 못 되는 통장에서 그야말로 쥐꼬리 만한 그 돈은 즉시 출금되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많이 부족하여 다시금 신용카드로 단기대출(현금서비스)를 받아 충당해야만 했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대체 이 빈곤의 고리와 사슬은 과연 언제가 되어야만 끊을 수 있단 말인가……. 박봉의 상쇄 차원에서 지인의 사무실에 나가 한동안 일을 거들었다. 하지만 고된 야근 뒤의 ‘투잡’은 사람을 더욱 곯게 만드는 단초로 작용했다.
가뜩이나 부족한 수면에 더하여 신경 써야 할 일이 증가하고 보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었다.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라기에 모 종합검진센터를 찾았다. 나처럼 경비원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 외에도 청소를 하는 분들과 공장 등지서 주로 야근을 한다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야간작업 문진표>와 <특수건강진단 문진표>를 작성하라며 주었다. “퇴근 이후 다음 출근 때까지의 시간은 어떠한가?” 등에 이어 각 신체부위의 증상문항을 적는 순서였다. 한데 가만 보아하니 ‘정신/신경’ 분야의 질문엔 다음과 같은 것이 도드라졌다.
“(야근을 한 까닭으로 말미암아) 최근 6개월 동안 있었던 증상에 대하여 응답하라”는 부분이었다. ‘머리가 아프다’를 시작으로 ‘정신이 멍해지거나 술 취한 느낌이 든다’까지 다양했는데 순간 섬뜩한 느낌이 습격했다.
곧이곧대로 썼다간 다음 재계약에서 탈락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엄습한 때문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인 재용 씨와 처남 이창석 씨가 세금포탈로 40억 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미납으로 인해 지난 7월 1일 노역장에 유치됐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미납 액수에 따라 환산하여 각각 2년 8개월과 2년 4개월의 노역장에 처해졌다고 하여 세인들의 의견이 분분한 즈음이다. 즉 이 두 사람의 노역 일당은 자그마치 하루에만 400만 원이나 되는 거액으로 책정된 때문이다.
그야말로 ‘황제노역’이 아닐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하루 일당은 우리 같은 최저임금 생활자의 급여보다 무려 두 배 반 ~ 세 배나 되는 까닭이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논란 여론이 계속되자 7월 7일 이석현 의원이 노역장 유치 기간을 현행 3년에서 6년으로 연장하자는 것이 골자인 이른바 ‘전재용 방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올해 최저임금위원회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보고한 생계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생계비는 274만 4183원이라고 했다. 경실련 역시 현재의 최저임금은 단신가구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기에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돼도 2인 가구 월평균 생계비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를 반대하는 측에선 여전히 최저임금 1만 원을 마치 목숨이 경각에 달린 환자 곁에 다가온 저승사자 대하듯 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한통속이 되어’ 무차별로 세금과 출고가를 올린 결과, 담배와 소주(식당판매가 기준) 하나의 가격이 4천 원대를 넘은 지 오래다.
따라서 최저임금생활자와 비정규직의 노동자 등 저임금에 시달리는 이 땅의 국민들은 담배와 술도 맘대로 태우고 마실 수 없게 되었다.
아무리 노력하며 일을 해도 평균에도 못 미치는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최저임금생활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루 노역 일당이 400만 원이나 되는 괴리의 현실을 망연자실(茫然自失)하면서도, 울분의 시선을 거두지 못 하고 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 |
![]()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홍경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