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49. 함구개고(緘口開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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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49. 함구개고(緘口開庫)

감은 장대로 따야 한다

  • 승인 2016-07-24 01:00
  • 홍경석홍경석
▲ 古家 앞마당에 주렁주렁 열린 감
<br />(괴산=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입동(7일)을 사흘 앞둔 4일 충북 괴산군수 관사 앞마당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 고가(古家)와 어우러진 늦가을의 고즈넉한 시골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1914년에서 1918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고가는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 괴산군수 관사로 사용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2004년 12월 등록 문화재 제144호로 지정했다. 2013.11.4 << 괴산군 제공 >>/연합뉴스
▲ 古家 앞마당에 주렁주렁 열린 감
(괴산=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입동(7일)을 사흘 앞둔 4일 충북 괴산군수 관사 앞마당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 고가(古家)와 어우러진 늦가을의 고즈넉한 시골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1914년에서 1918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알려진 이 고가는 광복 이후부터 현재까지 괴산군수 관사로 사용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2004년 12월 등록 문화재 제144호로 지정했다. 2013.11.4 << 괴산군 제공 >>/연합뉴스

마치 삶아댈 듯한 신랄한 폭염이 괴롭힌다. 밤에도 제대로 된 수면이 어렵다. 그래서 TV에서 전국의 해수욕장과 계곡이 피서객들로 연일 만원을 이루고 있다는 뉴스가 예사로 안 보인다. ‘아~ 만리포가 그립구나!’

-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갈매기 노래하는 만리포라 내 사랑~” - 으로 시작하는 ‘만리포사랑’은 우리 베이비부머들에게서 여전히 애창되는 가요다. 동창들과 해마다 찾는 곳이 만리포 해수욕장이다.

그러나 두 달에 한 번 동창들을 어렵사리 불러 모으자니 요즘처럼 무더위가 창궐할 때, 즉 적기(適期)에 모이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가 아쉬움이다. 따라서 이미 지난 6월초에 찾았던 만리포 해수욕장은 물이 차가워서 입수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만리포 해변에서 꽃게찜과 광어회 초밥 등을 먹고 오는 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더울 때 다시 찾아가서 1박까지 하고 온다면 올 여름 무더위는 깨끗이 잊을 수도 있으련만… 오늘은 일요일이다.

남들은 다 쉬는 일요일에도 나는 그렇지 못 하다. 직업의 특성 상 주말의 개념조차 성립이 안 되는 때문이다. 한데 마침맞게 나도 오늘은 쉴 수 있는 ‘행운’을 잡았다. 한 달에 2~3번은 오늘 같은 휴식의 날과 조우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리포’라는 환상을 접고 꿩 대신 닭이랬다고 서점에 갔다. 갈무리해 두었던 신문에 게재된 서평의 신간(新刊)을 샀다. 내가 비록 돈은 없으되 책만큼은 가득한 ‘책 부자’다. 그래서 처음 우리 집을 찾은 사람은 서가(書架)에 가득한 책을 보곤 다들 놀란다.

책은 그 무엇도 허투루 된 게 없다. 또한 촌철살인으로 다가오는 한 줄의 명문장(名文章)은 무더위쯤이야 금세 잊게 해주는 소나기다. ‘작가는 저 명문장을 쓰고자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을까?!’라는 화두 역시 장차 나 또한 독자들로 하여금 함구개고(緘口開庫 = 입을 다물고 돈지갑을 열다)의 동기부여가 가능한 베스트셀러를 쓰리라는 다짐의 횃불로 작용하기 일쑤다.

책을 사서 집으로 돌아와 침대 맡에 두니 마음이 든든해졌다. 언제든 읽을 수 있는 책이 곁에 있다는 건 행복이다. 침대 맡에는 오늘 구입한 책 말고도 기타의 책들이 수북하다. 그중엔 나의 인터뷰 기사가 게재된 월간지도 보인다.

거기엔 “(겨우 초졸 학력만으로) 정식 논설위원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나의 다부진 결심이 실려 있다. 사람은 누구나 고된 삶의 기억과 즐거운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을 밑바탕으로 하여 마음 밭 사이사이 고랑에 이야기 씨앗을 심는 게 글쓰기의 묘미다.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행복하게 살다 가라는 어떤 의무와 권리까지를 부여받은 때문이다. 내게 있어 글쓰기는 그러한 정서의 연장선상이다. 행복하자면 씨앗의 발아(發芽) 외에도 그로 말미암아 익은 ‘감나무’의 열매를 따야 한다.

그런데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처럼 미련한 게 또 없다. 따라서 잘 익은 감은 장대로 따야 한다. 그게 없어서 바지랑대로 따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빨랫줄이 늘어져서 일껏 해놓은 빨래가 땅바닥에 주저앉으면 아내와 어머니로부터도 경을 치기 십상이다.

감을 따는 도구인 장대(대나무나 나무로 다듬어 만든 긴 막대기)의 소재는 기왕이면 다홍치마랬다고 구슬처럼 꿰어 꿈으로 지어진 이야기라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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