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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기상 슈퍼컴퓨터센터 운영실 모습/사진=연합 DB |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따라서 바다나 계곡으로 피서를 가면 딱 좋은 시절이다. 그러나 이 역시 팔자가 좋은 이들이나 해당되는 거지 만날 일을 해야 하는 처지의 사람들로선 화중지병(畫中之餠)일 따름이다.
하여튼 놀러 가든 일을 하든 간에 중요한 건 그날의 날씨다. “오늘 모처럼 지인들과 등산하는데 혹여 비는 안 올까?” “며칠간 피서인데 비가 내린다면 그건 바로 죽을 쑤는 것에 다름 아닌데…” 이처럼 세인들의 관심은 온통 기상예보에 가 있다.
따라서 매일 뉴스 말미에 따라붙는 일기예보를 허투루 보는 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문제는 일기예보가 종종 ‘엉터리’라는 사실이다. 내린다는 비는 안 보이고 되레 날씨만 겁나게 쨍쨍거리는 건 예사다.
반대로 흐리기만 할 거라던 날씨였건만 난데없이 비가 쏟아지기도 일쑤다. 이런 경우 우산을 준비 못한 사람은 당연히 기상청을 원망하게 된다. “대체 기상청이야, 아님 ‘구라청’이야?” 방송인 김구라의 본명은 김현동이다.
2015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거머쥔 김구라는 예명 덕분에 빛을 본 케이스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라’는 거짓말을 속되게 이르는 말임에 자주 써선 안 좋다. “너, 지금 나한테 구라 치냐?”라고 반문할 때 좋아할 사람이 하나도 없음은 당연지사인 까닭이 이런 주장의 방증이다.
기상청이 일기예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의 상쇄차원에서 자그마치 500억 원이 넘는 슈퍼컴퓨터를 도입했다는 뉴스를 기억한다. 하지만 이후로 더욱 일기예보가 아니라 차라리 예보불만(豫報不滿)의 불만만 가중됐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즈음이다.
심지어 정부의 일기예보에 대한 불신은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즈음이다. 일기예보에 대한 불만은 비단 이뿐만 아니다. 방송사마다 일기예보를 전하는 소위 기상캐스터는 하나같이 연예인 뺨을 칠 정도로 몸매는 물론 미모까지 수려하다.
실제 이러한 ‘등용문’의 경로를 거쳐 부와 명예까지 거머쥔 연예인이 실재할 정도다. “우리나라 일기예보는 안 맞아. 차라리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뼈마디가 더욱 쑤신다고 하실 때 비가 내린다는 ‘어떤 예보’가 더 정확해”라는 세인들의 빈정거림을 기상청은 과연 어찌 받아들일까?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일기예보 시민리포터’ 제도의 운영을 제안한다. 언론사마다 정규기자 외 시민기자를 가동하는 건 한정된 뉴스원(源)의 발굴보다 더욱 폭넓은 여론의 수렴과 현장분위기의 취재를 위함에서 기인했다.
사견인데 시시각각(時時刻刻)을 모방하여 ‘민시각각(民視各各) 일기예보 국민리포터’가 좋을 성 싶다. 비록 컴퓨터인 알파고가 바둑의 제왕이라는 이세돌을 한때 이겼을지 몰라도 그 출신은 고작 무감(無感)의 기계일 따름이다.
“저는 서울에 사는 일기예보 리포터(보고자) 000입니다. 현재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전 부산 거주 기상 리포터인데 여전히 땡볕더위가 무지막지합니다.” 이런 식으로 시시각각 의견을 취합한다면 당면한 국민적 불신감까지를 희석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기상청이 보유한 슈퍼컴퓨터는 정부가 보유한 물품 중 가장 비싼 것으로 한 달 전기료만 자그마치 2억 5000만 원 가량이나 부과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쓸데없이 소모되는 낭비 요금의 10분의 1만 들여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기예보 시민리포터’ 제도의 운영은 충분히 가능하다. 기상청 직원들도 공무원이다.
공무원의 급여는 당연히 국민들의 혈세로 만들어진 것이다. “기상청이 아니라 구라청”이라는 국민적 조소는 기상청 직원들을 모멸의 구덩이로 모는 시발점이다. 국민들의 화두인 일기예보조차 못 맞추면서 또박또박 급여와 상여금까지 챙겨가는 기상청 직원들은 정녕 부끄럽지도 않은가?
싸늘한 국민들의 시선 불식차원에서라도 그야말로 고철덩어리에 불과한 500억 원이 넘는다는 슈퍼컴퓨터 대신 사람을 믿어라. 차제에 그 같은 외제 컴퓨터를 도입해야만 우리나라 일기예보가 진일보한다고 주장했던 격화소양(隔靴搔癢) 마인드의 ‘엉터리 공무원’을 문책하는 건 당연지사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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