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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티 이미지 뱅크 |
어느덧 8월이다. 날씨는 여전히 수은주를 비웃듯 연일 가히 살인적인 고온이다. 사람이 느끼는 쾌적온도(快適溫度)는 보통 20℃ 전후라고 한다. 따라서 요즘처럼 30℃를 훌쩍 넘는 기온은 사람을 쉬 지치고 힘들게 한다.
설상가상 불쾌지수까지 높아져 괜스런 일에도 흥분하여 드잡이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자그마치 40℃를 넘어선다는 중국의 경우를 떠올리면 그나마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이란 사실에 어떤 뿌듯함까지를 느끼게도 된다(천지신명이시어, 금수강산에 태어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8월은 또한 입추(7일)와 칠석(9일)에 이어 처서(23일)까지 포진하고 있다.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속담이 있다. 처서(處暑)는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끼어 있는 24절기 중 하나이다.
이때가 지나면 들에 있는 풀들이 더 이상 자라지 않거나, 자란다 해도 그 정도가 미약하다. 그래서 농촌에서는 이 시기가 지나면 사료용으로 목초를 베어 말리기 시작한다. 또 논둑의 풀도 깎아주고 산소의 벌초도 한다.
여름내 매만지던 쟁기와 호미도 깨끗이 씻어 갈무리한다. 또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는 또 다른 속담도 있고 하니 더위가 발악을 부린다손 쳐도 메뚜기와 매미도 한 철이란 여유(餘裕)의 긍정마인드로 애를 써서라도 용서하고 볼 일이다.
얼마 전 요양병원으로 장인어르신 문병을 다녀왔다. 진즉 치아가 모두 빠져 죽으로만 식사를 겨우 하시는 모습을 보자 눈물이 왈칵 배어나왔다. 하지만 내가 울면 따라온 아내도 그럴까봐 목울대에서 급히 정지시켰다.
“또 올게요.” “다음엔 사탕 사다 줘.” 집으로 돌아오는 시내버스 안에서 아내가 말했다. “그래도 우리 아버진 그나마 나으신 편이야. 아버지 뒤에 입원하신 할아버지는 흡사 기아(飢餓)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난민인 양 그렇게 야위어도 너무 야위셔서 보는 내내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그랬다. 또한 그 옆의 할아버지께선 얼굴만 동작이 가능할 뿐 다른 신체기관은 바위처럼 굳었다는 간병사의 ‘증언’에서 역시나 노화와 치매(癡呆)의 무서움을 새삼 절감할 수 있었다. 이런 관점과 측면에서 나는 최소한 치매엔 안 걸리겠지 라며 믿는 구석이 있다.
그건 바로 하루도 거르지 않는 ‘글쓰기의 힘’이 있는 때문이다. 글쓰기가 긍정적인 이유는 부지기수다. 우선 집필에 집중할 수 있기에 치매는 근처에도 발을 붙이기 어렵다. 또한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음에 우울증까지 퇴치한다.
글쓰기는 또한 독자들의 반응까지를 이끌어낸다. 열 번도 넘는 언론과의 인터뷰 역시 글쓰기, 즉 첫 저서(著書)의 발간이 모티프가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따라서 나 자신에게 스스로 부여하는 일종의 힐링(Healing) 요법이다.
글쓰기 삼매경에 빠지면 그 어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해도 개의치 않을 수 있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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