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58. 주가불만(酒價不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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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58. 주가불만(酒價不滿)

3천 원은 안 될까요?

  • 승인 2016-08-02 01:00
  • 홍경석홍경석
▲ 사진=연합 DB
▲ 사진=연합 DB

지인과 식당에 들어섰다. 프랜차이즈 삼겹살 전문점이었다.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다가왔다. 차림표를 보자 삼겹살은 가격이 매우 착한 반면 소주는 한 병에 4천 원이라고 적혀있었다.

‘이 집 주인도 고객을 배려하는 마인드의 소유자는 아니군!’이란 생각에 잠시 언짢음의 먹구름이 몰려왔다. “대패삼겹살 3인분(가격이 워낙 싸다보니 기본이 3인분이었다)하고 소주 한 병 주세요. 000(상표이름)로요.”

지인과 나는 소주 한 병을 두꺼비가 파리 삼키듯 날름 비웠다. “여기 소주 한 병 더 주세요.” 술은 자신과 대충 주량이 맞는 사람과 마셔야 더 맛있는 법이다. 우린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소주를 네 병이나 ‘뚝딱 해치웠다’.

“더 드실까요?” “아뉴, 됐슈. 더 마시면 내일 아침 출근에 지장이 있으니께 오늘은 이만 하시쥬.” “그러죠, 그럼. 여기 얼맙니까?” 셈을 치르자니 정작 삼겹살 값은 과자처럼 바짝 태워져서 다 먹지도 못 하는 바람에 별 부담이 안 되었다.

반면 소주는 네 병을 마신 까닭에 16,000원으로 삼겹살 값보다 더 나오는 기현상(?)이 또 발생했다. 그야말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형국에 다름 아니었다. 지난해 대부분의 소주 제조회사들이 소주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하지만 출고가의 인상은 채 100원도 안 되었건만 식당에서 파는 소주는 그 인상율의 10배 이상으로 올려 받기 시작했다. 즉 기존의 소주 한 병 3천 원을 4천 원(이 이상으로 받는 식당도 없지 않다!)으로 받는다는 얘기다.

그럼 왜 이 같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이 빚어지는 것일까? 이를 일각에서는 규제 없이 점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일반 소매점(식당 포함)의 소주 가격 ‘고무줄 놀이’를 문제로 꼽기도 한다.

그러니까 업주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소주 한 병의 판매가격을 3천 원 아니라 그 이하로도 충분히 인하할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언젠가 개업하는 식당에 들어가니 소주 한 병에 고작 1천 원만 받고 있어서 진짜 감격했다.

물론 손님을 끌어 모으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자 한시적 이벤트였지만 나와 같은 주당으로선 정말이지 그 식당 주인이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다. 소주와 담배는 주로 서민들이 찾는다.

따라서 가뜩이나 팍팍해진 서민들의 애환을 그나마 달래주는 소주와 담배 값의 ‘줄줄이 인상’은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우리가 쉬 마시는 소주는 희석식 소주이다. 우리의 전통주인 증류식 소주는 적당히만 마시면 몸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증류식 소주를 만들려면 엄청난 쌀이 들어간다고 한다. 막 걸러낸 술인 ‘막걸리’를 만들고, 그걸 기다렸다가 깨끗한 부분만 띄워낸 ‘동동주’를 빚는단다. 이어 이를 또한 깨끗하게 걸러 청주(淸酒)를 만들고 나서는, 그 청주를 다시 끓여 진짜 ‘소주’를 만들려면 몇 가마니의 쌀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선시대에도 제사 때에 쓸 청주나 소주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부자들뿐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우리가 마시고 있는 소주는 소중한 우리 쌀의 수탈을 목표로 한 간악한 일제의 만행 탓이라는 설도 있다.

일제는 전쟁을 일으키면서 애꿎은 우리나라의 쌀을 훔쳐가기 바빴으며 그래도 쌀이 부족해지자 쌀로 술을 빚는 것조차 금지해 버렸다는 것이다. 즉 지금의 소주는 일제시대에 우리에게 강제로 보급한 희석식 소주라는 것이다.

시판되는 소주 중 초록색 병에 든 것은 전부 희석식 소주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또한 이 희석식 소주는 에틸알코올을 원료로 희석을 한다는데 그래서 과음한 이튿날엔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속까지 뒤집어지지 싶다.

어쨌거나 소주는 대중주가 된 지 오래다. 돈이 많다면야 나도 소주 대신에 그 맛난 환상의 한산소곡주를 마시고 싶은 맘이 굴뚝같다. 하지만 그럴 형편이 못 되니까 여전히 소주만을 고집하는 것이다.

요즘은 소위 ‘먹방’이 대세다. 어떤 음식 하나만큼은 “내가 달인~!”이라며 방송에 나와 자랑하는 식당도 많이 늘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오로지 음식으로 승부를 보고 매출까지 올리자. 대신에 소주 값은 3천 원만 받는 건 어떨까?

‘1천 원 숍’으로 유명한 기업 <다이소>는 전국에 1100여개 매장이 있는데 지난해 매출이 1조 2490억 원을 넘겼다고 한다. 이 회사의 박정부 회장은 지난 7월 22일 열린 제2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최고상인 금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여기서도 발견할 수 있듯 박리다매(薄利多賣)도 때론 훌륭한 마케팅 노하우가 될 수 있다. 담배가격이야 정부가 철저히 통제하므로 불가능하되 술은 그렇지 않다고 하기에 하는 말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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