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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티 이미지 뱅크 |
얼마 전 시내버스를 탔는데 하차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날씨가 워낙에 덥다보니 정신이 빠졌지 싶었다. 하차하면서 단말기에 버스카드를 태그하는 걸 그만 깜박했기 때문이다.
내려서 다른 시내버스에 탑승하며 태그를 했더니 아뿔싸~ 1250원이 순식간에 날아갔지 뭔가. 뿐만 아니라 버스카드에 남은 잔액은 고작 650원 뿐이었다. 그 바람에 이튿날 새벽에 출근할 적엔 ‘생돈’ 1400원을 현금으로 내고 버스에 올라야 했다.
이런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 나와 같은 서민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울 경우, 단돈 1천 원조차아쉬운 경우도 발생한다. 오래 전 딸이 대학생이 되어 서울로 유학을 간 뒤 매달 용돈을 보내주었다. 박봉에 허덕이던 즈음이었기에 주머니 사정은 항상 빠듯했다.
돈이 없으면 배도 쉬 고파온다. 퇴근을 하며 대전역을 지나게 되었다. 그날따라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현기증까지 날 정도였다. 주머니를 뒤지니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이 남았다. 역전시장으로 들어가 살폈더니 천 원짜리 국밥집이 보였다.
비록 반찬은 허술했으되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집이었다. 막걸리도 한 사발에 천 원이라기에 같이 마셨다. 그러자 비로소 배가 보문산처럼 불러오면서 기분까지 좋아져 집으로 걸어서 오는 데도 휘파람이 났다.
지난 4월부터 부산대학교는 학생들이 1000원만 내면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단다. 한데 앞으론 저녁식사 역시도 같은 1000원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한다. 이는 이 학교 동문인 박종호 센텀의료재단 이사장이 학생들의 저녁식사 제공 비용 및 복리후생 비용으로 사용해 달라며 5000만원의 발전기금을 전달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뉴스에 밥을 안 먹었음에도 괜스레 배가 불러오면서 흐뭇했다. 한편 1000원짜리 아침식사는 지난 2012년 순천향대학교가 시작한 ‘천 원의 아침’이 원조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화답(?)하여 지난해부터는 서울대와 전남대가, 올해부터는 부산대와 충남대 등이 합세하면서 전국의 대학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라고 한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돈이 없다. 따라서 한 잔의 커피 값이 4~5천 원이나 하는 소위 브랜드 커피는 사치이며 당장 오늘 저녁 하교 후 사먹어야 하는 저녁식대조차 빠듯한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곤궁의 처지에 있을 때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천 원의 식사’는 과연 그 얼마나 고마운 존재일까 싶다. 부산대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 학생들에게 아주 착한 천 원의 식사를 제공하자면 당연히 그에 따르는 발전기금과 장학금 등의 재원(財源)이 수반된다.
이런 측면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사안이 돋보인다. 그건 바로 ‘200억 기부에 240억 세금으로 화답한 대한민국(7월28일 YTN뉴스)’이란 보도가 그 ‘실체’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며 거의 전 재산을 기부했는데 기부한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나라에 내라고 한다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이러한 아이러니는 관계 법령이 미비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래가지고서야 뉘라서 기부를 하고 장학금에 이어 발전기금까지를 낼 수 있을까?
외국처럼 선행을 하는 경우 세금의 감면과 포상은 못할망정 세금폭탄을 내린다는 건 필자가 아무리 무식하다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대학생들에 대한 변함없는 천 원 식사 ‘서비스’가 앞으로도 유유완완(悠悠緩緩), 즉 걱정이 없어서 느긋한 모양(模樣)으로 도도히 흘러가는 강이 되길 바란다.
그러자면 (대학발전과 기타 장학금 등의) 기부금에 따른 현행의 관련조항과 법에 대한 보완과 손질은 당연한 수순일 터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앞 다퉈 기부할 수 있는 문화의 조성과 장려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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