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59. 유유완완(悠悠緩緩)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59. 유유완완(悠悠緩緩)

대학가 1천 원 식대 흐뭇

  • 승인 2016-08-03 01:00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얼마 전 시내버스를 탔는데 하차할 때가 되었다. 그런데 날씨가 워낙에 덥다보니 정신이 빠졌지 싶었다. 하차하면서 단말기에 버스카드를 태그하는 걸 그만 깜박했기 때문이다.

내려서 다른 시내버스에 탑승하며 태그를 했더니 아뿔싸~ 1250원이 순식간에 날아갔지 뭔가. 뿐만 아니라 버스카드에 남은 잔액은 고작 650원 뿐이었다. 그 바람에 이튿날 새벽에 출근할 적엔 ‘생돈’ 1400원을 현금으로 내고 버스에 올라야 했다.

이런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 나와 같은 서민은 주머니 사정이 어려울 경우, 단돈 1천 원조차아쉬운 경우도 발생한다. 오래 전 딸이 대학생이 되어 서울로 유학을 간 뒤 매달 용돈을 보내주었다. 박봉에 허덕이던 즈음이었기에 주머니 사정은 항상 빠듯했다.

돈이 없으면 배도 쉬 고파온다. 퇴근을 하며 대전역을 지나게 되었다. 그날따라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현기증까지 날 정도였다. 주머니를 뒤지니 천 원짜리 지폐 두 장이 남았다. 역전시장으로 들어가 살폈더니 천 원짜리 국밥집이 보였다.

비록 반찬은 허술했으되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는 집이었다. 막걸리도 한 사발에 천 원이라기에 같이 마셨다. 그러자 비로소 배가 보문산처럼 불러오면서 기분까지 좋아져 집으로 걸어서 오는 데도 휘파람이 났다.

지난 4월부터 부산대학교는 학생들이 1000원만 내면 아침식사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단다. 한데 앞으론 저녁식사 역시도 같은 1000원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한다. 이는 이 학교 동문인 박종호 센텀의료재단 이사장이 학생들의 저녁식사 제공 비용 및 복리후생 비용으로 사용해 달라며 5000만원의 발전기금을 전달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뉴스에 밥을 안 먹었음에도 괜스레 배가 불러오면서 흐뭇했다. 한편 1000원짜리 아침식사는 지난 2012년 순천향대학교가 시작한 ‘천 원의 아침’이 원조라고 알려져 있다. 이에 화답(?)하여 지난해부터는 서울대와 전남대가, 올해부터는 부산대와 충남대 등이 합세하면서 전국의 대학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새라고 한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돈이 없다. 따라서 한 잔의 커피 값이 4~5천 원이나 하는 소위 브랜드 커피는 사치이며 당장 오늘 저녁 하교 후 사먹어야 하는 저녁식대조차 빠듯한 학생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곤궁의 처지에 있을 때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천 원의 식사’는 과연 그 얼마나 고마운 존재일까 싶다. 부산대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듯 학생들에게 아주 착한 천 원의 식사를 제공하자면 당연히 그에 따르는 발전기금과 장학금 등의 재원(財源)이 수반된다.

이런 측면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 갈 사안이 돋보인다. 그건 바로 ‘200억 기부에 240억 세금으로 화답한 대한민국(7월28일 YTN뉴스)’이란 보도가 그 ‘실체’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며 거의 전 재산을 기부했는데 기부한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나라에 내라고 한다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이러한 아이러니는 관계 법령이 미비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래가지고서야 뉘라서 기부를 하고 장학금에 이어 발전기금까지를 낼 수 있을까?

외국처럼 선행을 하는 경우 세금의 감면과 포상은 못할망정 세금폭탄을 내린다는 건 필자가 아무리 무식하다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대학생들에 대한 변함없는 천 원 식사 ‘서비스’가 앞으로도 유유완완(悠悠緩緩), 즉 걱정이 없어서 느긋한 모양(模樣)으로 도도히 흘러가는 강이 되길 바란다.

그러자면 (대학발전과 기타 장학금 등의) 기부금에 따른 현행의 관련조항과 법에 대한 보완과 손질은 당연한 수순일 터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앞 다퉈 기부할 수 있는 문화의 조성과 장려가 절실하다는 주장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5.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1.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5.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헤드라인 뉴스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전남을 시작해 충청권을 가로질러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망이 농경지와 주택가, 학교 일원을 경유해 건설될 것으로 예상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또다시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신설하고 입주 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 지방에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할 때 환경권과 생활권 침해 피해는 지역에 돌아온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앞으로 대전을 관통해 건설될 예정인 '신계룡-북천안 345㎸ 송전선로 시설 계획을 규탄하는 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