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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 DB |
오늘 같은 휴일엔 두문불출하기 십상이다. 왜냐면 밖으로 나가 움직이자면 돈이 드는 때문이다. 또한 여전히 더운 날씨는 짜증까지 수반하기에 집에서 있는 게 훨씬 낫다.
테러가 잇따른 까닭에 여행과 피서를 포기하고 집에서 ‘방콕 = 방에 콕 틀어박혀 나오지 아니함’ 하는 유럽인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가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집에서만 있어도 무더위의 횡포로부터는 결코 자유롭지 못 하다는 한계가 드러난다.
따라서 만만한 게 뭐라고 늘 그렇게 선풍기만 혹사시키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너무 더우면 선풍기의 바람조자 더위에 감염된 듯 뜨겁기에 에어컨을 가동시켜야 옳다. 그래서 이런 경우엔 눈 한 번 질끈 감고 에어컨 가동 스위치를 눌러야 한다.
그러나 덩달아 떠오르는 불안감은 바로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라는 가히 살인적 요금 부과 체계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살펴보면 최저 1단계는 60.7원이지만 최고 6단계에 이르면 709.5원으로 무려 11.7배나 차이가 난다.
이는 또한 미국은 2단계에 1.1배, 일본의 3단계에 1.4배, 대만의 5단계에 비해 2.4배 차이라고 한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가 아니라 아예 막가파 적 횡포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집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의 서민들은 에어컨을 마냥 바라만 보는 장식용이 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지난 1970년대 오일쇼크 때 부족한 전기를 되도록 산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얼추 50년이 지난 지금껏 역시도 존속되고 있다니 어이가 없는 노릇이다.
도심에 나가보면 에어컨을 빵빵 튼 뒤 문까지 활짝 열곤 호객행위를 하는 점포가 쉬 눈에 띈다. 이를 단속하노라면 “문을 닫아놓으면 손님들이 안 들어와요.”라고 강변한다지만 점포 역시도 현행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한다면 언감생심 어찌 그런 ‘사치’를 부릴 수 있을까 싶다.
지난 4.13총선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이런 결과의 도출은 담배가격 인상 등 서민경제를 등한시한 결과의 부메랑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1000만 명으로 추정되는 흡연자들은 국민적 동의조차 없이 갑당 2000원이나 대폭 올린 담배 값에 분노했다.
더욱이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갑 당 500원 인상안을 내놓자 서민경제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펄쩍 뛰며 반대했던 당시 야당대표였던 현 박근혜 대통령의 어떤 이중성에 혀를 내둘렀음은 물론이다.
주지하듯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담뱃값의 인상은 ‘빛 좋은 개살구’로 드러났다. 부자들에겐 여전히 관대한 반면 만만한 게 서민(흡연자)인지 부자감세로 인해 줄어든 세수를 보충하기 위해 담뱃값을 올려 결론적으론 서민의 호주머니를 턴 것이란 비판을 정부는 어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담배가격이 작년 1월부터 인상된 이후 전년 대비 3조 5600여 억의 담배 세수가 순증했다는 보도는 이런 주장의 증거다. 올해엔 담배 세수가 사상 최고치인 13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까지 나오니 더욱 기가 막힐 따름이다.
1명의 범인을 잡기위해 10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 내는 나라는 결코 민주국가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흡연자들에게도 나름 ‘인권’이 있거늘 하지만 현 정부는 그조차 무시하고 있다.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린 탓에 전국의 흡연구역(그나마 가뭄에 콩 나듯 보이는)은 남녀노소가 두루 어울려 맞담배질을 하는 그야말로 ‘개판’으로 바뀐 지 오래다. 이는 또한 과거엔 상상조차 어려웠던, 어르신 앞에서의 담배 태우기로 나타나 ‘동방예의지국’이란 미명조차 담배연기처럼 사라지게 만든 단초가 되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담배를 제조 판매하고 있으면서 흡연자는 마치 토끼몰이인 양 내쫓는 양두구육(羊頭狗肉)의 행태를 멈추지 않고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란 이중 잣대를 지녀선 안 되는 법이다.
이런 관점에서 야당이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부담 완화를 주장하고 나서 눈길을 끄는 즈음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문제제기를 한 데 이어 국민의당 또한 이에 대하여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는 뉴스가 반갑다.
에어컨은 꽃이 아니다. 더울 때 써먹자고 거금을 들여 구입한 에어컨이건만 전기료가 무서워 일 년 내내 마치 꽃처럼 바라만 봐야 하는 서민들의 고충과 고통을 정부는 왜 수수방관(袖手傍觀) 하는 것인가?
내년도 시급이 올보다 고작 440원 오른 6470원으로 결정되었음에도 시급 1만 원 시대 달성을 위해 뛰겠다던 정치인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입에 자물쇠를 채웠다. 아무리 정치인들은 일구이언의 달인이라지만 “제발 이러지 맙시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손본다면 에어컨의 판매 또한 폭등할 게 틀림없다. 이러면 가뜩이나 불황인 시장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문제가 참 많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만이라도 정치인들이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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