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65. 멸사봉공(滅私奉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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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65. 멸사봉공(滅私奉公)

‘잘못된 만남’ 단상

  • 승인 2016-08-09 01:00
  • 홍경석홍경석
▲ 정약용 초상, 작자미상/출처=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선비
▲ 정약용 초상, 작자미상/출처=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선비


청백리(淸白吏)는 관직 수행 능력과 청렴(淸廉),근검(勤儉),도덕(道德),경효(敬孝),인의(仁義) 등의 덕목을 겸비한 조선시대의 이상적인 관료상이었다. 조선시대 당시 청백리는 총 217명이 배출되었다.

명종 대부터 살아 있는 자는 염근리(廉勤吏)라는 명칭을 붙여 선발했고, 특별한 과오가 없는 한 사후에는 청백리로 녹선(錄選)하였다. 청백리가 되면 후손들에게 선조의 음덕을 입어 벼슬길에 나갈 수 있는 특전도 주어졌다고 전해진다. 음서제(蔭敍制)가 바로 그런 의미다.

217명의 조선시대 청백리를 모두 열거할 순 없기에 태조 때부터 세종 때까지 35년간 벼슬을 지낸 류관(柳寬:1346~1433)의 경우만을 잠시 고찰코자 한다. 그는 성품이 소탈하고 청렴결백하여 황희, 맹사성과 함께 세종 시대의 대표적인 청백리로 꼽히는 인물이다.

1371년에 전시에 장원급제하여 비서교감이란 벼슬길에 오른 뒤 승승장구한 그는 부임지마다 백성들의 신망을 받았다. 이후 우의정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가 여러 차례 나이가 많음을 이유로 관직에서 물러나려 하였으나, 세종대왕이 그의 학문과 인품을 아껴 허락지 않았다.

우의정이란 벼슬을 지내면서도 비가 새는 초가집에 담도 없이 산 류관의 성품을 아껴 세종대왕께선 종신토록 국록을 급여하였다고 하니 그 총애가 실로 대단했지 싶다. 청백리의 대척점엔 탐관오리(貪官汚吏)가 있었다.

‘탐관오리’는 탐욕이 많고 행실이 깨끗하지 못한 벼슬아치를 이르는 말이다. 과거든 현재든 불변한 건 벼슬아치, 즉 공무원이라고 한다면 반드시 청백리에 버금가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조선 시대 탐관오리에게 가해진 형벌로는 팽형(烹刑)이란 것이 있었다.

팽형은 본디 고대 형벌 중 하나로, 말 그대로 ‘삶아 죽이는 사형’이다. 끓는 물에 처박거나, 불타는 기름가마에 던져서 죽였다. 유방(劉邦)의 곁에서 그의 천하평정에 크게 기여한 인물이었다는 모사(謀士) 역이기(酈食其)가 실제 이 형벌로 죽었다고 전해진다.

이 팽형은 그러나 너무 잔인하다 하여 조선시대에 이르러선 명예형으로 바뀌었다. 미지근한 솥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순간부터 죽은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형을 받은 자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가 각인되어 살아있으되 산 목숨이 아니었을 게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이 7월29일 진경준 검사장을 9억 5000만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자 검찰 내부에선 똑똑한 엘리트 검사인 줄 알았더니 고작 탐관오리였다는 탄식까지 나왔다고 한다.

검사장은 ‘검찰의 별’로 불린다. 군으로 치자면 장군이요, 회사로선 임원급이다. 차관급인 검사장은 전체검사 2,000여 명 중 고작 46명이라니 대단한 자리임에 틀림없다. 고로 매사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도 고쳐 쓰지 않아야 할 정도로 처신에 신중을 기했어야 옳았다.

진경준 검사장과 친구 사이라는 김정주 넥슨 지주회사 회장은 자신이 준 뇌물 등으로 진 검사장이 구속되고 자신도 뇌물 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넥슨 등기이사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주변에 대고는 “(진 검사장의 반복된 요구를 들어주면서) 정서적으로 강간을 당한 심경”이라고까지 털어놨단다.

정서적 강간? 그건 대체 어떤 느낌일까? 여하간 두 사람의 경우는 김건모의 히트곡 ‘잘못 된 만남’을 연상케 한다. 동시에 공직자의 기본이랄 수 있는 멸사봉공(滅私奉公)과 아울러 근묵자흑(近墨者黑)까지를 덩달아 떠올리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사족일지 몰라도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께선 "높은 자리는 과녁과도 같아서 누구나 거기를 향해 활을 쏘고자 하니 항상 처신에 조심해야 한다"고 공직자, 특히 고위공직자들의 처신에 대하여 강조하였다.

또한 <목민심서>에 보면 탐관오리를 ‘자벌레’라고 했다. 이 `자벌레'는 먹을 것이 보여야 기어가고 겁을 주면 움츠리고만 있다는 식으로 크게 폄하하고 있는 실로 부끄러운 표현에 다름 아니다. 멸사봉공으로 일관했더라면 묵묵히 일 잘 하고 있는, 그리고 애먼 검찰조직에까지 누를 끼치진 않았을 터인데.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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