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67. 과유불급(過猶不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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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67. 과유불급(過猶不及)

진정한 부자란

  • 승인 2016-08-11 01:00
  • 홍경석홍경석
▲ 남강 이승훈/출처=국가보훈처 홈페이지
▲ 남강 이승훈/출처=국가보훈처 홈페이지

남강(南岡) 이승훈(李昇薰)은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였다. 신민회 발기에 참여했고, 오산학교를 세웠다.

105인 사건(1911년 일본총독부가 민족해방운동을 탄압하기 위하여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의 암살미수사건을 조작하여 105인의 독립운동가를 감옥에 가둔 사건으로 애국계몽운동기의 비밀결사였던 신민회가 해체되는 원인이 되었다.)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으며 3·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이었다.

동아일보사 사장에 취임, 물산장려운동과 민립대학 설립을 추진했다. 1864년 4월 25일 평안북도 정주(定州)에서 가난한 시골선비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설상가상 일찍이 부모까지 여의는 불행과 만난다.

16세 때 납청정(納淸亭)에서 유기상(鍮器商)의 점원이 되었는데, 10여 년 후 유기행상과 공장경영 등으로 재산을 많이 모았다. 그러나 1894년 청일전쟁 때 재산을 모두 잃었다. 이는 청일전쟁 당시, 평양전투에서 패한 청나라 병사들이 퇴각하면서 이승훈의 공장이 있던 납청정에 들러 애먼 화풀이로 그곳을 쑥대밭으로 만든 결과였다.

물건까지 모조리 훔쳐가서 놋그릇 하나 남아난 게 없었고 건물은 불에 타 잿더미로 변했다. 대저 성공한 사람에게는 언제나 후원자가 있게 마련이다. 남강에게도 그런 은인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당시 평안도에서 제일 가는 부자 오희순이었다.

남강에게 사업자금을 빌려 주었지만 남강이 청일전쟁의 후유증으로 무일푼이 되었으니 소인배 같았으면 당연히 빚 독촉을 하는 등 패악이 극에 달했을 터였다. 하지만 남강이 찾아와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다시금 돈을 빌리려 하자 오희순은 지난날에 남강이 꾸어간 차용증서를 아예 찢어버리고 사업자금을 다시 빌려 주었다.

여기서 새삼 그가 바로 ‘진정한 부자’임을 깨달을 수 있다. 책과 드라마로도 소개되었던 걸출한 인물에 ‘인삼거상’ 임상옥(林尙沃)이 있다. 그는 붉은색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심리와 오래 보관하기 좋다는 점을 이용하여 인삼을 홍삼으로 만들어 중국과 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또한 최초로 국경지대에서 인삼 무역권을 독점하는 천재적인 상업수완을 발휘하였다. 1821년 변무사(辨誣使)를 수행하여 청나라에 갔을 때는 베이징(北京) 상인들의 불매동맹(不買同盟)을 교묘하게 깨뜨리고 원가의 수십 배에 팔아 막대한 재화를 벌었다.

그 재화로 기민(飢民) 및 수재민을 구제한 공으로 1832년(순조 32) 곽산군수(郭山郡守), 1835년엔 구성부사(龜城府使)에 발탁되기까지 했다. 임상옥은 막대한 재화를 주로 빈민구제 활동에 썼다. 빈민들의 빚을 탕감해 주고 심지어는 재산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분배해 주기까지 했다.

임상옥은 “재물은 흐르는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 같다”는 명언을 남겼다. 아래로 흐르는 물과 같이 평등한 재물을 독점하려는 자는 반드시 비극을 맞게 되며, 정직하지 못한 사람 역시 안 좋은 말년을 맞게 된다는 경구(驚句)였음은 물론이다.

임상옥은 가득 참을 경계하는 술잔인 ‘계영배(戒盈杯)’를 항상 가지고 다니며 개인의 욕심을 경계하였다고 전해진다. 이 또한 그가 진정한 부자이자 남아임을 입증하는 것이리라. 이른바 ‘김영란법’이 출범하게 되면서 한우와 횟집 등 주로 가격이 비싼 음식점주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즈음이다.

한데 이러한 법의 태동은 일부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와 부정청탁, 그리고 검은 돈의 수수 관행이란 경거망동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직자들이 임상옥처럼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계영배를 마음속에 지녔더라면 어찌 김영란법이 생겨날 수 있었겠는가.

사람의 마음은 두 가지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따라서 너그러울 때는 천하를 모두 마음 안에 담는다. 반대로 옹졸할 적엔 바늘 하나조차 들어갈 틈조차 안 보인다. 남강 이승훈은 평안도 제일 부자 오희순이란 진정한 부자를 만났기에 뒷날 민족의 스승으로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임상옥은 재물을 탐하기보다 사람, 즉 인재(人才)를 중시하는 삶을 견지했다. 필자가 연재하는 이 칼럼 <인생은 사자성어>가 어느덧 67화를 맞았다. 한 권의 책으로 발간하자면 그 종착역의 반을 달려온 셈이다.

이는 필자 또한 필자에게 도움을 주려는 분들, 즉 남강을 구한 오희순 같은 진정한 부자(마음의)들이 주변에 많은 때문이라 믿는다. 그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가을에 고운 책으로 엮어지길 소망한다.

아울러 책이 잘 팔려서 현재의 단사표음(簞食瓢飮) 궁핍에서도 탈출하고 싶다. 필자에게 도움을 주신 분들께는 그 어떤 방법으로라도 신세를 갚으리라.

*단사표음(簞食瓢飮) 소쿠리 단(簞) 밥 식/먹을 식, 먹이 사(食) 바가지 표(瓢) 마실 음(飮). 대그릇의 밥과 표주박의 물이라는 뜻으로, 좋지 못한 적은 음식(飮食)을 말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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