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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타짜' 중 김혜수의 모습. |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사설 도박판을 단속하려 나온 형사에게 2006년 개봉된 <타짜>라는 영화에서 여배우 김혜수가 쏘아 붙인 말이다. 이는 그러니까 자신을 우습게 생각하지 말라는 뜻을 표함과 동시에 이화여대, 즉 ‘이대’라는 학벌의 프리미엄을 은연 중 과시하는 대목이었다.
이대를 일컬어 혹자는 ‘여자대학의 서울대’라고도 칭한다. 이는 그만큼 이대가 여성들의 동경의 대상임을 드러내는 방증일 터다. 그러거나 말거나 최근 이대가 커다란 홍역을 치렀다.
이는 지난 7월 28일부터 수면 위로 떠오른 이화여대의 직장인 대상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이 학생들의 반발로 인해 그예 무산된 때문이다. 교육부의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취지는 좋다.
이는 직장인 여성이나 고졸 여성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널리 제공하는 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를 관철하는데 있어 이대가 학생들과 소통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이에 학생들은 고졸 여성이 이대 졸업장을 받아서 단숨에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는 또 다른 학벌주의 도입이라는 등의 이유로 극력 반대했다. 급기야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이어지고 45시간 교수 감금에 더하여 경찰력까지 동원되었다.
결국 최경희 이대 총장은 8월 3일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철회 입장을 밝히며 사과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느낀 점은 우선 이는 불통불감(不通不感)에서 기인한 소통부재 이대의 예견된 파장이었다는 느낌이었다.
뭐든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이든 조직이든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하는 소통(疏通)이 우선이며 관건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뜻이 서로 통하며 오해까지 없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소통의 부재(不在)는 결국 불통(不通)으로 나타났으며 더불어 불감(不感)이란 후유증까지를 생산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불통불감(不通不感)의 경우는 우리 주변에서도 쉬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소위 갑(甲)이라는 사업자(사장)가 종업원과 직원을 을(乙)로 치부하곤 제멋대로의 경거망동을 저지르기 일쑤다. 지난 7월 정일선 현대BNG 사장의 자신을 수행하는 운전기사를 향한 ‘갑질’이 세인들의 공분을 다시금 불러왔음은 이런 주장의 한 단면에 불과하다.
정부의 경북 성주 사드 배치 역시 현지 여론을 외면하고 소통불통에서 기인한 폐쇄적 권력구조에서 비롯된 탁상행정의 결정판이라는 지적 역시 타당한 측면이 농후하다. 성주군민들이 들고 일어나기 전에 소통을 전제로 충분한 대화를 나눴더라면 오죽이나 좋았을까!
한 집안의 경우에 있어서도 대화가 사라지면 소통의 통로가 막히는 법이다. 이른바 ‘이대 사퇴’는 일단락되는 듯 보이지만 언제라도 사회 각계각층에서 또 다시 불통불감(不通不感)의 원인으로 비롯된 충돌이 없으란 보장은 없다.
가뜩이나 날도 더운데 불통불감(不通不感) 대신에 수박처럼 시원스레 소통(疏通)을 해보자. 그러면 여름빛(여름을 느낄 수 있는 경치나 분위기)처럼 무더위 또한 반감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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