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73. 산궁수진(山窮水盡)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73. 산궁수진(山窮水盡)

아이는 나무입니다

  • 승인 2016-08-17 01:00
  • 홍경석홍경석
며칠 전 아들의 생일을 맞았다. 30여 년 전 아들을 낳을 적에도 마찬가지로 덥더니 그날 역시도 폭염은 여전했다. 아들이 집에 있었더라면 아내는 신이 나서 그야말로 진수성찬을 차렸을 것이었다.

하지만 일이 산적한 까닭에 타관 객지의 직장에서 휴가조차 없이 근무하는 아들이다. 그런 안타까움을 아내는 자주 찾는 사찰에 가서 정성의 불공을 드리는 것으로 상쇄했단다. “아무튼 당신의 아들 사랑은 지독의 차원의 넘어 차라리 끔찍해.”라고 농을 던졌더니 아내도 금세 화답했다.

“당신은 어때서? 딸이라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잖아?” 다른 집 부부(부모)도 같겠지만 우리 역시 매한가지다. 아들과 딸은 예나 지금이나 불변하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금지옥엽이다. 저녁나절 아내와 아들의 통화가 이뤄졌다.

“오늘이 우리 아들 생일인데 미역국이나 먹었니?” “못 먹었지만 엄마의 감사한 말씀을 들으니 먹은 것과 진배없네요. 아무튼 이 더운 날에 저를 낳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엄마~ 감사합니다!”

사람은 이 풍진 세상을 살아오면서 누구나 한두 개 쯤은 아픈 상처를 숨기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나의 그 상처 중 하나는 평생토록 불러보지 못한 이름이 있다는 거다. 그건 바로 “엄마”이다.

내가 생후 첫돌 즈음 엄마는 사진 한 장조차 남기지 않고 실로 야박하게 떠나셨다. 초등학교 시절, 해마다 5월8일 어머니날(현 어버이날의 전신)이 되면 급우들의 엄마들이 교실까지 들어오셨다.

고운 옷과 화장으로 한껏 멋을 부린 엄마들은 자신의 아들과 딸이 공부하는 모습을 대견스럽게 구경하시며 입이 귀에 가서 걸렸다. 그렇지만 나에겐 그런 엄마가 부재했다. 하늘의 천사가 너무 바쁜 까닭에 대신하여 이 땅에 보낸 사람이 바로 엄마라 했거늘.

그러하기에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나훈아의 히트곡 ‘홍시’의 가사처럼 그렇게 모든 걸 희생하는 것이리라.

▲ 방송 화면 캡쳐
▲ 방송 화면 캡쳐

겨우 세 살인 조카를 살해한 20대 지적장애 여성으로 인해 한 가정이 풍비박산한 사건이 있었다.

전남 나주경찰서가 지난 8월11일 조카를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한 25세 여성은 지난 6월부터 충북 지역 공장에 취직한 친언니를 대신해 조카를 키워왔다고 한다. 따라서 그 아이의 엄마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다.
이 끔찍함은 또한 그 아이의 어머니에게 산궁수진(山窮水盡), 즉 산이 막히고 물줄기가 끊어져 더 갈 길이 없다는 뜻으로, 막다른 경우에까지 이르게 한 엄청난 비극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또 다른 엄마’ 라고 하는 이모에게서 가혹행위를 당하다가 끝내는 숨을 거둔 그 아이는 죽어가면서도 그 얼마나 엄마를 애타게 찾았을까!

정상적인 동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맡기고 돈을 벌어야만 했을 아이의 엄마를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그렇긴 하더라도 너무도 속절없이 사라져간 그 아이가 너무나 가련하다.

“이 세상의 엄마들이여~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내 아이는 내가 기릅시다! 돈 이전에 사랑과 칭찬만 있다면 아이는 얼마든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나무니까요.”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5.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1.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5.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헤드라인 뉴스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전남을 시작해 충청권을 가로질러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망이 농경지와 주택가, 학교 일원을 경유해 건설될 것으로 예상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또다시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신설하고 입주 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 지방에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할 때 환경권과 생활권 침해 피해는 지역에 돌아온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앞으로 대전을 관통해 건설될 예정인 '신계룡-북천안 345㎸ 송전선로 시설 계획을 규탄하는 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