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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골프 코스에서 열린 2016 리우하계올림픽 여자골프 경기가 끝난 뒤 박세리 감독(오른쪽)이 김세영과 함께 눈물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 DB |
박세리는 골퍼다. 대전광역시 출생으로 2016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다. 그 박세리 감독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골퍼 박인비 선수를 껴안으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그러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고였다. 어찌 보면 박세리의 눈물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항상 강철처럼 단단해 보이기만 하던 박세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도 사람이었고, 더욱이 중차대한 우리나라 골프의 국가대표팀 감독이었다.
그랬으니 그가 그동안 마음고생을 어찌나 했을지는 그야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박세리 감독이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펑펑 눈물을 쏟은 것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S오픈에서 처음 우승했을 때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1998년 7월 7일 당시 이른바 ‘맨발 투혼’으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그녀는 무려 연장 20홀을 치르는 격전 끝에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그러자 감격에 겨운 그녀는 아버지 박준철 씨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당시와 지금(박인비의 금메달 획득)을 비교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박세리 감독은 “(자신이) 선수 때 우승 했던 기쁨보다 지금의 감동이 더 크다”고 답했다. 이는 그러니까 청출어람(靑出於藍)이 환희와 감사함의 소회 피력이었다.
‘청출어람’은 푸른색은 쪽(藍)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다 라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더 나음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또한 학문은 그쳐서는 안 된다(學不可以已)와 얼음은 물이 이루었지만 물보다도 더 차다(氷水爲之而寒於水)는 의미심장한 뜻까지를 내포하고 있다.
한국인의 자녀교육열은 세계1위다. 때문에 지금도 대학입시설명회가 열리면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든다. 물론 그 관중의 대부분은 자녀의 대입을 눈앞에 둔 학부모들이다. 이런 접근에서 아들과 딸이 원하는 대학에 엿 붙듯 합격했던 때를 잊을 수 없다.
특히나 사교육 한 번 안 받고도 명문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한 딸을 보면서는 고마워서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이런 딸을 일컬어 혹자는 “개천에서 용 났다”고도 했다. 그러한 비유에 잠시 언짢은 것도 사실이었지만 ‘승자의 여유’로 금세 기분을 풀어냈다.
사람은 누구라도 놀라운 힘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지금은 비록 답답한 가운데 있을지라도 함부로 남을 무시하면 안 된다. 고로 설혹 실패와 좌절의 터널 안에 있는 사람일지라도 역시나 ‘함부로’ 좌절할 필요도 없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건 기실 그 누구의 삶에서도 증명될 수 있는 때문이다. 개천은 시내(골짜기나 평지에서 흐르는 자그마한 내)보다는 크지만 강보다는 작은 물줄기를 일컫는다. 또한 개천은 어느 한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닌 공용(共用)의 것이다.
때문에 ‘개천에서 용 난다(開川昇龍)’는 자세와 행동으로 그렇게 성공한 사람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선을 다한 자의 눈물은 아름답다. 박세리 감독의 눈물이 유독 무지개처럼 환하게 빛났던 이유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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