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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장 맥주보이/사진=YTN 화면 캡쳐 |
주말이거나 쉬는 날에 각자 지닌 취미를 ‘발휘’한다는 건 기쁨이다. 등산을 하거나 낚시도 좋다. 가족과 극장에 가서 영화를 관람한 뒤의 외식 또한 삶의 환희다. 야구장에 가서 내가 성원하는 프로야구팀을 응원하다보면 직장에서 쌓였던 스트레스까지 일거에 뻥 뚫린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는 대전과 충청권을 대표한다. 올해는 여름 내내 하도 더웠기에 야구장을 한 번도 못 찾았다. 따라서 한화 이글스 야구팀에 약간은 미안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느낌은 한화 이글스가 출범할 당시, 즉 그 전신인 <빙그레 이글스>의 ‘이글스’ 이름을 내가 지은 때문이다.
프로야구 출범 당시 빙그레에서 팀명의 공모가 있어 응모한 것이 채택되었다는 얘기다. 여하튼 야구장을 찾아 목이 터져라 한화 이글스 야구팀이 승리하길 응원하면서 마시는 맥주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가공할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폭탄 외에도 타는 목마름까지를 강요했던 지난여름도 처서(處暑)를 기점으로 누그러졌다. 사람은 속여도 계절은 그렇지 않다더니 처서 당일엔 하늘도 미안했던지 제법 시원한 바람까지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밤에는 소나기까지 뿌려주어 여간 고맙지 않았다. 덕분에 차가운 맥주를 한 병 마시고 청한 잠은 오랜 열대야의 고통에서도 해방되는 숙면의 만족까지 누릴 수 있었다. 지난 봄 이 땅의 술꾼들, 특히나 야구를 사랑하는 주당들을 발끈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건 야구장에서 생맥주를 파는 이른바 ‘맥주보이’가 불법이라며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야구계와 야구를 아끼는 사람들은 미국과 일본 등 한국보다 프로야구 문화가 먼저 자리 잡은 나라에서도 맥주보이는 물론이요 핫도그나 도시락 등의 이동판매까지 허용되고 있다는 반박을 제기했다.
이 같은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자 결국 허용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뭐든 마찬가지겠지만 현실을 무시한 탁상행정은 반드시 국민적 반발을 초래하는 법이다. 그래서 말인데 올 여름 내내 국민들을 긴속(꽉 졸라 묶음. 또는 단단히 구속함)했던 게 가정용 전기료 폭탄 부과였다.
한데 국민적 이성까지 겁탈한 그 전기료 개편을 두고 정부는 17년 동안이나 ‘8월 공수표’로 번번이 무산하였다는 사실이 엄존한다. 따라서 해마다 폭염이 찾아오는 8월이면 누진제 개편 카드를 슬그머니 꺼냈다가 국민들의 기억에서 잊힐 때쯤, 그러니까 가을을 맞으면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하는 ‘양치기 소년’식 행정을 우리 모두 더 이상은 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주장이다.
즉 “잊지 말자, 전기료! 상기하자, 폭탄요금!!”을 기억하자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비록 생각만으로도 충분히 징그럽지만 지난여름을 잠시 ‘고찰’해보자. 올여름이 얼마나 더웠는가 하면 건설사 현장 근로자들의 건강을 고려하여 심지어는 ‘더위보이’까지 등장했었다.
참고로 건설 현장을 찾아다니며 냉(冷) 음료수통에 연결된 호스로 차가운 음료수를 나눠주는 이가 '더위보이(boy)'였다. 야구장에서 맥주통을 짊어지고 관중석을 누비는 '맥주보이'에서 착안했다고 하는 이 아이디어는 뉴스로 보도되면서 큰 화제를 몰고 온 바 있다.
그러면서도 절친한 친구가 공사장에서 일하는데 둔중한 무더위에 씨름하는 그 친구에게도 이런 시원함을 선사한다면 얼마나 좋아할까 싶어 마음 한켠이 무거웠던 것도 사실이다. 맥주보이나 더위보이나 둘 모두 타는 갈증을 해소시켜 주는 참 고마운 존재다.
그래서 나 또한 그에 버금가는 환해보이(患解boy)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려본다. 즉 ‘근심 걱정을 해소시켜주는 남자’란 뜻이다. 그러자면 당면한 경제난부터 돌파해야 한다. 이어선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의 기조 아래 가을날씨처럼 싱그럽고 오사바사(굳은 주견 없이 마음이 부드럽고 사근사근하다)한 남편과 아버지의 길에도 더 도타운 디딤돌을 놓아야 할 것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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