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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티 이미지 뱅크 |
아들은 집에 올 때 곧잘 빵을 사온다. 그 중 내 입에 가장 맞는 건 단연 카스테라다. ‘카스테라’는 국어사전에서 이렇게 알려주고 있다.
- 카스텔라 [포르투갈어] (castela) = [명사] 밀가루에 설탕, 달걀, 물엿 따위를 넣고 반죽하여 오븐에 구운 빵 – 마치 주꾸미를 식당 등지에선 여전히 ‘쭈꾸미’로 사용하고 있는 듯한 어감을 연상시키는 단어다.
어쨌든 카스테라의 추억은 오랜 세월의 흐름을 필요로 한다. 초등학교에 다닐 적 학교 앞 문방구에선 공책과 연필 외 단팥빵과 카스테라도 팔았다. 그러나 가난한 집안의 아들이었는지라 값이 비싼 카스테라는 언감생심이었기에 값이 착한 단팥빵만 사먹었다.
여유가 되면 곁들여 우유도 한 병을 먹었으나 그 횟수는 가뭄의 콩 나듯 드물었다. 카스테라는 또한 ‘엄마의 맛’이기도 했다. 지금과 달리 과거엔 빵을 만드는 기술 역시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따라서 카스테라를 먹자면 계란 비린내가 났는데 때문에 나는 지금도 카스테라를 그처럼 엄마의 젖에까지 비유하는 것이다. 엄마의 젖은 카스테라처럼 폭신하다. 그래서 자꾸만 만지고 싶어진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엄마의 젖은 기억에도 없다. 얼굴조차도 떠오르지 않거늘 엄마의 젖이라니 가당치도 않은 말이다. 만고 효녀 심청의 어머니는 청이가 그나마 사람을 알아볼 나이에 죽었다. 하지만 나는 생후 첫 돌 무렵 어머니를 잃은 때문이다.
대동소이하겠지만 좋은 경험은 분절(分節)되어 기억에 없는 경우도 많다. 반면 아픈 경험은 지독한 트라우마로 남아서 심신에 달라붙는다. 이러한 사례는 최근에도 경험했다. 어깨가 빠질 듯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석회화건염’이란 병명이 나왔다.
이는 어깨 속에 석회가루가 쌓이는 증상인데 힘줄 조직에 석회가 침착되고, 이 때문에 통증이 유발되는 상태라고 한다. 하여간 그래서 두 달 여 치료를 받았다. 통원치료 마지막 날에 왜 그런 증상이 오느냐고 물으니 예전에 어깨를 다친 적이 없냐고 했다.
‘맞다! 40여 년 전 어찌어찌하여 어깨가 그만 부러졌었지!’ 그러니까 신체 역시 지난 과거를 기억하는 셈이다.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아내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도 카스테라를 탐했다. 분유 한 통 없이 오로지 아내의 젖만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었다.
가뜩이나 깡마른 아내는 따라서 항용 젖이 부족했다. 때문에 카스테라를 우유에 적셔서 먹이기도 일쑤였다. 아무리 최고급분유라 할지라도 모유는 절대로 능가할 수 없다.
아이들은 비록 늘 부족한 엄마젖에 울었지만 그 숭엄한 모유 덕분에 건강하고 똑똑하게 잘 자라주었다. 모유가 제일이다. 이번에 아들이 올 적에도 카스테라가 손에 들려있을까 궁금하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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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