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00. 음수사원(飮水思源)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100. 음수사원(飮水思源)

신문은 백과사전

  • 승인 2016-09-13 01:00
  • 홍경석홍경석
▲ 사진=고대신문
▲ 사진=고대신문

오늘은 쉬는 날이다. 그러나 평소처럼 새벽 4시도 안 되어 일어났다. 여전히 한밤중인 아내가 깰까봐 도둑고양이처럼 냉장고를 열었다. 엊저녁에 먹다 남은 청국장찌개와 김치 등의 반찬을 꺼내 식탁에 차렸다.

그렇게 조촐한 식사를 한 뒤 양치질에 이어 목욕을 했다. 휴일임에도 그처럼 깔끔을 떤 까닭은 아내의 잔소리 덕분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을수록 깔끔해야 어딜 가더라도 구박을 안 받는 겨.” 벽시계가 오전 6시에 임박하자 창밖으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올커니~ 신문이 왔구나! 늘 기다려지는 반가운 손님이 바로 신문이다. 집에선 두 종류의 신문을 정기구독한다. 회사에는 4가지의 신문이 배달된다. 고로 나는 지금도 여전히 여섯 종류의 신문을 보는 셈이다.

신문과 나의 인연은 아주 오래이며 또한 고래심줄보다 질기다. 그도 그럴 것이 소년가장이던 고작 열 셋의 나이 때부터 만났기 때문이다. 지금과 달리 당시엔 뉴스를 알자면 반드시 신문을 봐야 했다. 특히 그 즈음 내 밥벌이의 무대였던 천안역 앞엔 시외버스 차부가 있었다.

버스의 승객들은 무료함의 희석 차원에서라도 신문을 즐겨 사 봤다. 그때 신문 한 부의 값은 약 15~20원 사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무튼 신문을 다 팔더라도 반드시 한 부는 남겨서 집에 가지고 갔다. 이는 아버지가 보신 뒤에 나도 볼 요량에서였다.

그렇게 인연을 맺은 신문 덕분이었을까...... 지금의 직업 이전에는 언론사에서만 얼추 20년 가까이나 밥을 먹었다. 요즘 사람들은 종이신문조차도 잘 안 보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물론 휴대전화를 통한 포털사이트의 뉴스야 보겠지만.

반면 나는 지금도 종이신문을 사랑한다. 종이신문은 그 용도가 엄청나다. 그제 사온 청양고추를 어제 손질했다. 먼저 지난 종이신문을 거실의 바닥에 깔았다. 비닐 푸대에 담긴 고추를 그 위에 붓고 고추꼭지를 따면서 물수건으로 닦는 수순이었다.

스무 근이나 되는 양이었기에 3시간 가까이나 땀을 흘렸지만 올겨울 우리가 먹을 김장의 재료가 된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음수사원’을 거론했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은 물을 마실 때 수원(水源)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을 일컫는 말이다. 따라서 시 주석의 그 말은 일제 강점기 당시 중국이 도와준 우리의 독립투사들까지를 염두에 둔 언중유골(言中有骨)의 작심 발언이었지 싶다.

신문에서도 이 사실을 크게 보도하면서 두 사람의 사진까지 실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화기애애한 모습이 역력했던 두 지도자의 냉랭함은 마치 엄동설한의 삭풍을 보는 듯 했다.

이러한 연유는 최대 현안인 우리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였음은 물론이다. 사드 문제는 예민한 문제라서 더 이상 거론치 않으련다. 다만 개인적인 ‘음수사원’ 만큼은 할 말이 있기에 이 글을 시작했다.

나의 음수사원은 바로 신문이다. 신문을 40년 이상이나 구독하다 보니 무식의 머리가 깼다. 또한 텅텅 비었던 지혜의 샘에도 항상 맑고 푸른 물이 철렁인다. 신문의 장점은 이렇듯 단순히 지식만을 제공하는 백과사전에 머무르지 않는다.

짜장면과 짬뽕 등의 배달음식을 시킬 때 바닥에 신문을 까는 건 상식이다. 책을 많이 보관하는 경우 책 중간 중간에 신문을 삽입하면 군내 없이 오래 보관할 수 있어서 좋다. 유리창을 닦을 때도 요긴하다.

지금이야 휴지가 넉넉하지만 과거엔 신문을 잘라 재래식 화장실에서 사용했다. 한겨울에 길거리서 만나는 뜨거운 군고구마와 호떡 등은 별미다. 하지만 이를 먹거나 가져가려면 신문지가 필요했다. 신문은 그만큼 팔방미인이다.

바둑은 집내기를 할 때, 그리고 화투는 문지방을 넘을 때 안색을 보면 대번에 ‘자초지종’을 안다고 했던가. 이런 관점에서 신문은 여전히 지식과 지혜의 백과사전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수청, 세종 임시 개청 후 옛 대전세무서 부지로 이전 추진
  2. 당진시, 청주국제공항 직통 고속버스 신규 운행… 대중교통 이용 편의 대폭 향상
  3. 칠곡 왜관철교, 주민들 쉼터 역할
  4. [르포] 선풍기도 없는 40.2도 정산부스… 폭염 속 공영주차장 근로자
  5. 돌아오는 온통대전…자치구 지역화폐와 연계·통합 가능할까
  1. 음주운전 사고 후 경찰관까지 폭행한 60대… 차량 압수
  2. 대덕특구 공동관리아파트 R&D 맞춤형 심사 대상될까…예타 폐지 새기회
  3. 금감원·검찰 사칭… 전국 돌며 1억5400만원 수거한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
  4. 대전출입국·외국인사무소, 외국인 불법 라이더 무더기 적발
  5. 창립 56년 맞은 국방과학연구소 "자주국방 완수에 헌신"

헤드라인 뉴스


정부 `산업용 전기료 차등`에 대전 산업계 `촉각`

정부 '산업용 전기료 차등'에 대전 산업계 '촉각'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대전지역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등 적용의 주요 기준 가운데 전력자립도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역별 전력수급 여건을 반영한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제를 올 하반기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전력자립도와 송전비용, 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이달 중 공청회를 거쳐 권역 구분과 요금 차등 폭을 확정할 예정이다..

李 `육사 군사쿠데타 강력 성토`… 통합사관학교 강력 추진 지시
李 '육사 군사쿠데타 강력 성토'… 통합사관학교 강력 추진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군사 쿠데타를 무려 세 번이나 한 중심이 육사인데도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대전 유성구 자운대에 신속하고 강력한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 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 아닌가.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나"라며 통합사관학교 반대를 주도하는 육사를 성토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해 논의하던..

현금만 쓰고, 옷까지 버린 보이스피싱범 안잡힐 줄 알았지? (영상)
현금만 쓰고, 옷까지 버린 보이스피싱범 안잡힐 줄 알았지? (영상)

현금만 쓰고 금융감독원과 검찰을 사칭해 어르신들의 현금을 훔쳐 달아난 20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대전서부경찰서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20대 여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습다. A씨는 지난 5월 대전 서구의 한 주택가 우편함에서 70대 피해자가 넣은 현금 1,000만 원을 수거하는 등 전국을 돌며 총 7회에 걸쳐 약 1억 5,4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A씨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교통카드를 수시로 교체하고, 모텔에서 1박씩 투숙하며 옷을 바꿔 입는 등 치밀하게 이동했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