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01. 예의상실(禮意喪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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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101. 예의상실(禮意喪失)

재벌도 양심이다

  • 승인 2016-09-14 01:00
  • 홍경석홍경석
▲ MBC 뉴스 화면 캡쳐
▲ MBC 뉴스 화면 캡쳐


한 달에 100여 권 이상의 사보와 기타의 정기간행물과 만난다. 이전엔 더 많았는데 소위 ‘김영란법’이 발효된다고 하니까 서둘러 폐간 내지 종간한 사(외)보가 적지 않다. 하여간 ‘월간 독립기념관’의 9월호엔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 전 재산을 사회에 되돌린 백선행> 백선행(白善行)은 여성 사회사업가로 16세에 남편과 사별한 후 평생 수절하며 근검절약으로 큰 재산을 모았다. 평양에 3층 공회당을 건립하고 평양 숭현학교(崇賢學校)에 2만 6000평의 토지를 기부하는 등 다양한 기부 활동을 했다.

그러나 당시 조선총독부에서 주는 표창은 거절하였다고 하니 애국심 역시 우뚝했던 여장부였지 싶다. 경기도 수원에서 백지용(白持鏞)의 장녀로 출생한 그녀는 어려서 평양 중성(中城)에 옮겨 살았다.

7세에 부친을 여의었으며, 편모 슬하에서 자라며 효행이 남다른 가운데 14세 때 안재욱과 가정을 이루었다. 그러나 2년 만에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친정으로 돌아와 홀어머니를 모시고 온갖 궂은 삯일을 도맡아 하면서 청상과부로 재산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어머니마저 여읜 뒤 더욱 근검절약하며 억척스러운 과수로 화장을 제대로 하는 일도 없이 불철주야 천한 일을 하여 큰 돈을 모아들였다. 그 뒤 평양 근교인 강동군 만달면 승호리 일대의 광대한 황무지를 사들여 1900년대에 일본인 시멘트생산업자 오노다에게 넘기면서 굴지의 평양 갑부가 되었다.

만달산 자체가 시멘트 원료인 석회 석산이었던 관계로 막대한 치부를 하게 되자 자선사업에 희사할 뜻을 굳혔다. 1908년 첫 공익사업으로 대동군 용산면 객산리 솔뫼다리를 돌다리로 새로 부설하여 ‘백선교(白善橋)’라 이름하게 되었다.

1919년엔 3·1운동에 충격을 받고 1924년 모든 재산을 사회사업에 바치기로 공식발표한 뒤 당시 30만 원의 거금을 출연하여 평양 일대의 각급 학교 지원의 육영사업과 시민들을 위한 문화시설로 대공회당(大公會堂)을 신축하였다.

대동강 옆의 이 웅대한 석조건물은 ‘백선행기념관’이라 하여 평양의 명소로 지목되었다. 1925년 광성소학교(光成小學校)에 1만 4000여 평과 숭현여학교(崇賢女學校)에 전답 2만 6000평을 기증하여 재단법인의 기초를 세우는가 하면, 1927년 미국선교사 모펫이 설립한 창덕소학교에도 부동산을 내놓아 교육재단을 만들도록 주선, 기백창덕보통학교로 발전시켰다.

이처럼 민족교육에 헌신하는 한편 보다 보람 있는 봉사사업의 소망을 품는다. 하여 평양사회의 지도자 조만식(曺晩植)과 뜻을 같이 하곤 일본인들의 공회당인 평양 부민관보다 큰 민간문화운동의 집회장으로 도서관 겸용의 공회당 신축을 위한 백선행기념관 재단법인을 설립하였다.

86세로 사망했으나 여성으로는 최초로 사회장이 엄수되었다. 이상은 각종의 검색과 백과사전 등을 통하여 실로 위대한 그녀의 업적을 새삼 고찰한 내용이다. 사람은 누구라도 욕심이 있다. 특히나 물욕에 대한 건 거의 무한대다.

하지만 ‘공수래공수거’란 말처럼 죽을 땐 십 원 한 장조차 가지고 갈 수 없다. 전 재산을 털어서 빈민 구휼의 선행에 앞장섰던 ‘제주 의녀’ 김만덕 여사에 버금가는 백선행 여사의 대척점엔 한진해운의 전 경영주 최은영 씨가 있다.

모럴해저드(Moral hazard), 즉 ‘도덕적 해이’의 상징으로까지 비난받고 있는 그녀는 한진해운을 부실로 경영하고도 사옥 임대료 등을 꼬박꼬박 챙기는 등으로 말미암아 한창 구설수에 올라있는 인물이다.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요즘 세계 각국에서 그야말로 난리법석인 한진해운의 경영 악화에 책임이 작지 않은 당사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여전히 2000억 원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은 한진해운 회장에서 물러나면서 싸이버로지텍 등 한진해운의 알짜배기 자회사를 가지고 나왔고, 서울 여의도에 2000억 원 상당의 한진해운 빌딩을 소유해 매년 임대료로 140억 원을 한진해운에서 받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모 신문에서는 그녀가 외국산 고급 요트까지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호화판의 대명사’인 요트는 커녕 구닥다리 승용차조차 없는 서민으로선 따라서 그녀는 실로 예의상실(禮意喪失)의 전형적 모럴해저드 재벌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있는 것이다.

재벌도 예의와 양심이 있어야 한다. 가장 넉넉하고 풍요로워야 할 한가위(추석)가 바로 내일이다. 그러나 이런저런 곡절로 임금조차 체불되어 우울하기만 한 근로자와 국민들도 한둘이 아니다. 오늘날의 재벌은 자사 임직원들의 노고와 국민의 성원 등이 담보된 결과이다.

그럼에도 그러한 ‘은공’은 깡그리 잊은 채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한진해운이 곧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는 정보를 입수하자 기다렸다는 듯 한진해운 주식을 모두 매각해 10억 원대 손실을 모면한 혐의로 재판을 받기에까지 이르렀다.

한진해운은 경영난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물류대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사재를 내놓겠다는 말 한 마디를 안 하고 있다. 부도덕한 재벌의 전형적 모르쇠 전략이다. 이런 사람들이 과연 사회지도층이랄 수 있을까?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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