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02. 추석소망(秋夕所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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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102. 추석소망(秋夕所望)

추석처럼 추수처럼

  • 승인 2016-09-15 01:00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과부사정은 홀아비가 안다’는 속담이 있다. 이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이 공감한다는 일종의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책 한 권을 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밝히고자 이런 표현을 동원했다.

작년 이맘때 나는 극심한 어떤 열병(熱病)을 앓고 있었다. 그건 바로 생애 최초의 저서를 발간하는 현안 때문이었다.

서른 군데 이상의 출판사에 완성된 원고를 보냈다. 그러나 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란 뜻의 ‘듣보잡’ 무명작가에게 속 시원히 출간해주겠다고 나서는 출판사는 없었다. 계속되는 퇴짜에 몸과 마음까지 지쳐갔다.

그럴 즈음 천만다행으로 진정 천사보다 감사한 H 출판사 사장님의 선처와 후의가 찾아왔다. 그렇게 가까스로 출판계약을 맺은 뒤 본격적인 수정과 교정에 들어갔다. 집필엔 고작 석 달이 걸렸지만 수·교정 작업은 다섯 달이나 소요되는 가히 대장정의 첩첩산중이었다.

그러한 작업은 주로 야근을 하면서 병행했는데 때문에 몹시 힘들었다. 하지만 책이 나온 뒤를 상상하자면 금세 기운이 치솟았다. 착각엔 커트라인이 없다더니 그 말이 꼭 맞았다. 출간만 되면 소위 대박이 날 것이며, 그건 또한 빈곤에 허덕이는 이 경비원에겐 복음으로 다가올 것이라 믿은 때문이었다.

아무튼 작년 12월 초에 대망의 내 첫 저서가 세상에 나왔다. 그렇지만 1년이 다 돼 가는 지금껏 인세는커녕 늘어만 가는 빚의 변제에 기진맥진이다. 이러한 현상은 예상과는 달리 책이 많이 팔리지 않은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이 당최 책을 안 보려는 경향도 한몫을 했지만 공공기관과 기업체 역시도 만만한 게 뭐라고 도서비부터 줄이고 있음 또한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라 느껴진다.

비통함이 해일처럼 밀려왔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일천(日淺)하고 부족한 내 실력을 탓하면서 제2의 도약(跳躍)에 다시 도전하는 수밖에는. 다만 위안이 되었던 것은 책이 나온 뒤 거듭된 언론사의 인터뷰 때문에 진흙 속에 묻혀있던 나의 명성이 그나마 약간은 상향조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참 감사한 그 덕분에 지금은 언론사의 객원 논설위원까지 하고 있다. 초등학교조차 겨우 졸업한 무지렁이가 논설위원을 한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운 파격(破格)이다. 그렇지만 이는 현실이고 전혀 거짓이 아니다. 한데 요즘 나는 작년에 경험한 열병에 다시금 휩싸여있다.

이른바 ‘출간 병(出刊 病)’에 걸린 때문이다. 또 얼마나 숱한 출판사들의 무관심이란 거부의 파도에 휩쓸릴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결코 중단하지 않으리라. ‘나는 반드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성공학 강사‘라는 또 다른 도약의 나래까지 달 것이다!’라는 확신의 꿈이 있어서다.

어쨌거나 올해도 작년의 열정과 비슷한 각오로 살아오다보니 어느새 추석이다. 추석은 추수(秋收)와 동격이다. 봄에 뿌린 씨가 발아하자마자 유난히도 무덥고 길었던 여름이 습격했다.

그럼에도 결국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하지만 지독한 폭염의 영향 탓으로 배추 한 포기가 자그마치 1만 원에 육박하는 ‘금치’가 된 까닭에 시장을 찾은 주부들은 화등잔(놀라거나 두려워 커다래진 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 되기 일쑤다.

그렇지만 추수의 본연답게 결국엔 배추도 기타의 채소들처럼 수량이 점증하여 그 가격이 고분고분해질 것이다. 추석은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이다. 타관객지에 나가 사는 가족들도 모두 한자리에 모이기에 더욱 좋은 날이다.

한데 추석은 가장(家長)의 경우 돈이 많이 들어간다. 차례 상차림은 기본이고 아이들이 추석을 쇠고 집을 나서자면 차비까지 집어줘야 한다. 따라서 추석에 바라는 소망(所望)은 단연 ‘넉넉한 주머니’다.

아무리 나와 같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식농사에 몰두하느라 노후준비조차 못 하여 빈곤에 허덕인다지만 없다는 건 모양까지 빠진다.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가진 것이 넉넉하여야 인심을 쓸 수 있고 아이들 역시 집에 자주 오는 법이다.

올 추석의 국민정서는 지난 9월9일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이 더욱 강력한 5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더욱 얼어붙었다는 분위기를 감출 수 없다. 우리나라는 5천 년의 역사 속에 무려 900여 차례의 외침(外侵)을 받아왔다.

이러한 연유는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과 태평양으로의 진출 요충지라는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이 지긋지긋한 악몽(거듭된 외침)까지를 떨쳐내자면 우리가 어서 국제적으로도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로 거듭나야 옳다.

나라가 부강하자면 국민들은 물론이요 여와 야까지 똘똘 뭉쳐 국방에 전념하는 게 상식이다. 어려운 국민들의 삶에도 봄의 따스한 햇살이 구석구석 스며들어야 한다. 부디 우리나라가 외세의 간섭과 북한의 상투적 협박에도 굴하지 않기를, 아울러 추석처럼 추수처럼 넉넉함과 여유가 강물처럼 출렁이길 간구한다.

그리된다면 어디서든 책을 읽는 국민들도 눈에 띄게 급증하리라. 이는 궁극적으로 저자인 나에게도 실익이 되는 것이라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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