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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용필의 1976년 발표곡 '너무 짧아요'가 수록된 앨범 표지. |
“처음 만난 날부터 다정했던 사람 ~ 생각하는 하루는 너무 짧아요 ~ 우리 만나 하던 말 생각하다가 ~ 지나간 하루는 너무 짧아요 ~ 하루해는 너무 짧아요 하루해는 너무 짧아요...... ”
조용필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스타덤에 오르기 전 히트한 <너무 짧아요>라는 곡이다. 열애 시절 이 노래를 만날 틀어주는 커피숍에서 아내를 역시도 만날 만났다. 거기서 더욱 사랑의 꽃봉오리를 튼실하게 키웠고 결혼까지 했다.
한데 어쩜 그렇게 그 노래의 제목과 가사처럼 하루는, 아니 세월은 그리도 짧은 것인지 모르겠다. 바라만 봐도 좋아 죽을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사라졌고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늙고 여기저기 쑤시기만 한 몸뚱이다.
뿐이던가, 생활고와 아울러 술과 스트레스에까지 찌들대로 찌든 이 중늙은이는 틀니마저 부실하여 노래방에 가본 지도 그 ‘역사’가 꽤 오래 되었다. 예전엔 추석날 저녁이 되면 꼭 노래방에 갔다. 그리곤 소위 십팔 번 노래를 즐겨 불렀다.
참고로 ‘십팔 번’이라 함은 자신이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를 뜻한다. 일본의 유명한 가부키 집안에 전하여 오던 18번의 인기 연주 목록에서 온 말이다. 따라서 국어사전에선 ‘단골 노래’ 내지 ‘단골 장기’로 순화하라고 이르고 있다.
아무튼 즐겨 불렀던 노래는 꽤 되었다. <너무 짧아요> 외에도 <킬리만자로의 표범> <백마강>과 <울고 넘는 박달재> 또한 빠뜨리면 서운하다. 그러던 것이 나이를 먹으니 폐활량도 떨어지고 기운마저 쇠진(衰盡)한 탓인지 어쩌다 노래방엘 가도 도통 신명이 나지 않는다.
주변의 권유에 마지못해 부르긴 하지만 이제는 <저 강은 알고 있다>나 대충 부를 따름이다. 한창 기운이 뻗쳤던 소장님 시절에 직원들과 모 나이트클럽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술기운이 한창 물오를 무렵 사회자가 무대로 나와서 춤을 잘 추면 상을 주겠다고 했다.
견물생심에 뛰쳐나가 미친 듯이 흔들었다. 그리곤 당당히 1등을 먹었다. 덕분에 맥주를 한 박스나 공짜로 마실 수 있었거늘...... 틀니는 발음마저 부정확하게 나오는 등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틀니의 노래는 듣는 사람도 고역이다.
노래방에 안 가는 대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흘러간 대중가요를 듣는 게 취미다. 가장 선호하는 노래 중에 <남자라 울지 못했다>는 노래가 있다.
“가슴이 아프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너를 보냈지만 그 웃음은 거짓이었다~ 잘 가라 행복해라 멋진 말은 다했지만~ 아냐 아냐 그것은 아냐 남자라 울지 못했다~”
자못 의미심장한 노래가 아닐 수 없다. 그럼 나는 왜 이 노래에 심취한 것일까. 가슴이 아프긴 하되 아무렇지 않은 듯 보낸 그 대상의 정체는 다름 아닌 파릇파릇한 내 청춘(靑春)이었다.
추석날 모처럼 사랑하는 가족이 모두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노래방을 찾을 수 없었던 까닭은 그 고왔던 청춘이 전광석화처럼 증발한 때문이었다. 세월은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보다 독하다.
그래서 예리한 칼로 ‘베어간’ 내 청춘을 다시는 돌려주지 않고 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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