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03. 추석낙수(秋夕落穗)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103. 추석낙수(秋夕落穗)

틀니의 노래

  • 승인 2016-09-16 01:00
  • 홍경석홍경석
▲ 조용필의 1976년 발표곡 '너무 짧아요'가 수록된 앨범 표지.
▲ 조용필의 1976년 발표곡 '너무 짧아요'가 수록된 앨범 표지.


“처음 만난 날부터 다정했던 사람 ~ 생각하는 하루는 너무 짧아요 ~ 우리 만나 하던 말 생각하다가 ~ 지나간 하루는 너무 짧아요 ~ 하루해는 너무 짧아요 하루해는 너무 짧아요...... ”

조용필이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스타덤에 오르기 전 히트한 <너무 짧아요>라는 곡이다. 열애 시절 이 노래를 만날 틀어주는 커피숍에서 아내를 역시도 만날 만났다. 거기서 더욱 사랑의 꽃봉오리를 튼실하게 키웠고 결혼까지 했다.

한데 어쩜 그렇게 그 노래의 제목과 가사처럼 하루는, 아니 세월은 그리도 짧은 것인지 모르겠다. 바라만 봐도 좋아 죽을 것만 같았던 그 시절은 봄날의 아지랑이처럼 사라졌고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건 늙고 여기저기 쑤시기만 한 몸뚱이다.

뿐이던가, 생활고와 아울러 술과 스트레스에까지 찌들대로 찌든 이 중늙은이는 틀니마저 부실하여 노래방에 가본 지도 그 ‘역사’가 꽤 오래 되었다. 예전엔 추석날 저녁이 되면 꼭 노래방에 갔다. 그리곤 소위 십팔 번 노래를 즐겨 불렀다.

참고로 ‘십팔 번’이라 함은 자신이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를 뜻한다. 일본의 유명한 가부키 집안에 전하여 오던 18번의 인기 연주 목록에서 온 말이다. 따라서 국어사전에선 ‘단골 노래’ 내지 ‘단골 장기’로 순화하라고 이르고 있다.

아무튼 즐겨 불렀던 노래는 꽤 되었다. <너무 짧아요> 외에도 <킬리만자로의 표범> <백마강>과 <울고 넘는 박달재> 또한 빠뜨리면 서운하다. 그러던 것이 나이를 먹으니 폐활량도 떨어지고 기운마저 쇠진(衰盡)한 탓인지 어쩌다 노래방엘 가도 도통 신명이 나지 않는다.

주변의 권유에 마지못해 부르긴 하지만 이제는 <저 강은 알고 있다>나 대충 부를 따름이다. 한창 기운이 뻗쳤던 소장님 시절에 직원들과 모 나이트클럽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술기운이 한창 물오를 무렵 사회자가 무대로 나와서 춤을 잘 추면 상을 주겠다고 했다.

견물생심에 뛰쳐나가 미친 듯이 흔들었다. 그리곤 당당히 1등을 먹었다. 덕분에 맥주를 한 박스나 공짜로 마실 수 있었거늘...... 틀니는 발음마저 부정확하게 나오는 등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틀니의 노래는 듣는 사람도 고역이다.

노래방에 안 가는 대신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통해 흘러간 대중가요를 듣는 게 취미다. 가장 선호하는 노래 중에 <남자라 울지 못했다>는 노래가 있다.

“가슴이 아프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며 너를 보냈지만 그 웃음은 거짓이었다~ 잘 가라 행복해라 멋진 말은 다했지만~ 아냐 아냐 그것은 아냐 남자라 울지 못했다~”

자못 의미심장한 노래가 아닐 수 없다. 그럼 나는 왜 이 노래에 심취한 것일까. 가슴이 아프긴 하되 아무렇지 않은 듯 보낸 그 대상의 정체는 다름 아닌 파릇파릇한 내 청춘(靑春)이었다.

추석날 모처럼 사랑하는 가족이 모두 모였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노래방을 찾을 수 없었던 까닭은 그 고왔던 청춘이 전광석화처럼 증발한 때문이었다. 세월은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악덕 고리대금업자 샤일록보다 독하다.

그래서 예리한 칼로 ‘베어간’ 내 청춘을 다시는 돌려주지 않고 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5.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1.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5.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헤드라인 뉴스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전남을 시작해 충청권을 가로질러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망이 농경지와 주택가, 학교 일원을 경유해 건설될 것으로 예상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또다시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신설하고 입주 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 지방에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할 때 환경권과 생활권 침해 피해는 지역에 돌아온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앞으로 대전을 관통해 건설될 예정인 '신계룡-북천안 345㎸ 송전선로 시설 계획을 규탄하는 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