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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 DB |
추석연휴를 맞아 아들이 집에 왔다. 아들은 우리 부부에게 여행도 곧잘 시켜주는 아주 착하고 고마운 효자다. 이번에도 아들 덕분에 말로만 듣던 논산의 탑정호를 구경할 수 있었다.
탑정호(塔頂湖)는 충남 논산시 가야곡면(可也谷面)과 부적면(夫赤面)에 걸쳐 있는 저수지의 별칭이다. ‘탑정저수지’로도 불리는 이곳은 면적 152만 2100평에 제방길이 573m, 높이는 17m를 자랑한다.
1941년에 착공하여 1944년에 준공된 탑정호는 논산천(論山川) 유역 평야를 관개하며, 저수지 남쪽으로는 호남고속도로가 지나고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논산시내와의 거리가 불과 5km 내외인 데다가 북쪽으론 계룡산국립공원, 서쪽엔 관촉사 은진미륵불이 있어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고 알려져 있다.
‘탑정’이라는 명칭은 후삼국시대 왕건이 이곳에 어린사(漁鱗寺)를 세우면서 석탑을 건조하였는데 이 석탑이 정자(亭子)의 모양을 하고 있어 지명을 탑정리라 불렀고 또한 이를 따서 ‘탑정호’라 이름 지어졌다는 설이 있다.
‘논산8경’ 가운데 제2경인 탑정호는 그 풍경이 아름다워 시가 절로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가보니 정말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건 올여름의 사상유례가 없는 폭염과 가뭄 탓에 탑정호 역시도 상류 쪽은 물이 텅텅 비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대신 어디선가 쓸려 내려온 듯한 생활 쓰레기들만이 가득하여 보기에도 안 좋았다. 해마다 연꽃축제가 성대하게 펼쳐지는 부여의 궁남지에는 약간 못 미쳤으되 탑정호에도 연꽃들이 가득하여 눈을 즐겁게 했다.
특히나 크기가 제각각인 ‘조롱박 터널’을 지날 때는 그 모습들이 하나같이 어찌나 앙증맞은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했다. 그렇게 구경을 잘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때가 되었다. “모처럼 호수에 왔으니 민물고기 매운탕을 안 먹는다면 실정법 위반이겠지?”
아들이 검색한 집을 찾아가 빠가사리 매운탕을 주문했다. 빠가사리는 동자갯과의 민물고기인 동자개의 충청도 방언이다. 몸길이가 25cm가량인 동자개과 민물고기의 일종이다. 동자개는 하천과 늪, 호수의 바닥에 서식하며 야행성으로 주로 수서곤충 등을 잡아먹는다.
가슴지느러미의 날카롭고 단단한 가시와 기부 관절을 마찰하여 빠각빠각 소리를 내는 까닭에 흔히 ‘빠가사리’라 부른다. 내수면 양식의 주요한 대상종이며 주로 매운탕의 재료로 이용된다. 이윽고 식탁에 오른 빠가사리 매운탕은 정말로 맛있었다!
전날 과음하여 안 좋은 속을 일거에 빵~ 뚫리게 하는 실로 마법과도 같은 시원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권에 맛에 다름 아니었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여기 얼마죠?” 셈을 치르려 하자 아들이 밥을 먹다 말고 벌떡 일어났다.
“제가 낼 게요.” “무슨 소리, 산자수명(山紫水明)의 이 좋은 곳에 우릴 태워다준 것만으로도 고맙거늘 아빠가 돼서 아들에게 어찌 밥 한 끼를 못 사겠니?” 계산을 마치고 나와 탑정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물으니 아내도 그 맛에 감탄했다고 했다.
순간 ‘탄환이론’처럼 오늘 점심은 정말 명불허전의 맛있는 밥을 잘 샀다는 만족감이 탑정호 만큼이나 널찍하게 다가왔다. 탄환이론(彈丸理論)은 매스미디어가 대중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즉각적이고 획일적으로 미치고 있다는 이론을 뜻한다.
매스미디어의 메시지가 수용자를 변화시키는 신통력을 갖춘 탄환에 비유된다는 뜻에서 ‘마법의 탄환이론’ 등으로 불린다. 하지만 총알이 목표물에 명중되면 총을 쏜 사람의 의도대로 효과가 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예컨대 자신이 의도한대로 무언가가 이뤄졌을 때 느낄 수 있는 만족감도 이 범주에 든다는 아포데익시스(문학 그리스어로 논증(論證) 혹은 증명(證明)을 의미하는 말) 的인 주장이다. “안녕히 계세요~” “며느리 보시면 아드님이랑 또 같이 오세요.”
주인아주머니의 센스 있는 인사에 흐뭇함이 양미간에 걸리면서 탑정호수(塔頂湖水)가 아니라 차라리 탑정호수(塔頂湖秀)로 보였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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