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06. 애매모호(曖昧模糊)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106. 애매모호(曖昧模糊)

‘~것 같아요' 남발 유감

  • 승인 2016-09-19 01:00
  • 홍경석홍경석
▲ 이미지 처=백승부 영어법(http://dispia.com)
▲ 이미지 처=백승부 영어법(http://dispia.com)


올여름은 지독스레 더웠다. 더욱이 전기료 누진제 ‘파동’으로 말미암아 억지로 절전까지 하느라 그야말로 지옥과도 같은 폭염과 싸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때문에 한창 피서철엔 전국의 해수욕장들이 피서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런데 방송에서 이와 연관된 보도를 하면서 같이 화면에 등장하는 피서객들과의 즉석 인터뷰 내용이 자꾸만 귀에 거슬렸다. 예를 들자면 이렇다. "해수욕장에 와보니 어떠세요?(기자)"

"답답한 도시에서만 있다가 바다에 나오니 너무 좋은 것 같아(애)요.(시민)" 이런 잘못된 표현은 비단 뉴스중계서만 볼 수 있지 않다. 요즘도 인기가 높은 소위 '먹방'에서도 이런 현상은 예외 없이 그대로 이어진다.

"지금 셰프가 만든 음식을 드셨는데 맛이 어떠세요?(진행자)" "와~ 너무 맛있는 것(거) 같아요.(출연자 혹은 연예인)" 한 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 맛이 있으면 있는 거고 없으면 없는 거지 '맛있는 거 같아요' 란 말은 대체 무슨 의미의 전달이란 말인가?

국립국어원은 작년 6월 15일 '너무'의 뜻을 '일정한 정도나 한계에 지나치게'에서 '일정한 정도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상태'로 변경했다. 따라서 그동안 부정적인 표현에만 사용 가능하던 부사 '너무'를 이제는 긍정적인 표현에도 사용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동안 '틀린' 표현으로 교열 대상이던 '너무 예쁘다', '너무 좋다'는 말도 더 이상 고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너무'는 오랜 세월 '자장면'으로 표기해야 맞다는 누명(?)을 쓰다가 겨우 입지를 굳힌 '짜장면'과 마찬가지의 위상을 지니게 된 셈이다.

그렇긴 하더라도 여전히 방송에서 남발되고 있는 "~한(인) 것 같아요."는 반드시 교정돼야 할 부분이다. '같다'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르지 않고 하나이다'와 '다른 것과 비교하여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런 부류에 속한다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따라서 이 말의 뜻은 '서로 다르지 않다'와 더불어 어떤 추측이나 불확실한 단정을 나타내는 말인 셈이다. 그럼 이 "~한(인) 것 같아요."가 왜 잘못된 표현인가를 더욱 노골적으로 알리고자 한다. 가뜩이나 취업도 힘든 세상이다.

한데 각고의 노력 끝에 어찌어찌 서류심사에서 합격하여 최종관문인 면접을 보는 신입사원 지망자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면접을 담당하는 회사간부가 묻는다. "아무개 씨는 평소의 사상이나 좌우명이 뭡니까? 아니면 성격이라든가."

"그게, 저…… 저는 하여간 매사를 긍정하고 낙천적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럼 결과는 어찌될까? 당연히 불합격이다. 그처럼 이도 저도 아닌 두루뭉술한 표현은 애먼 사람까지를 불확실(不確實)한 사람으로 판단하게 하기 때문이다.

방송은 사회적 공기이다. 따라서 언어까지 정확할 필요가 분명 있다. 심지어는 아나운서까지 부화뇌동(?)하여 마구 사용하는 "~한(인) 것 같아요."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제라도 제발(!) 불확실성 표현인 "~한(인) 것 같아요"의 남발을 자제하자.

인터뷰 전 기자나 아나운서, 혹은 피디와 작가가 인터뷰이(interviewee)에게 주의를 준다면 이런 표현은 방송에 나올 리 없다. 아니면 편집과정에서라도 이를 반드시 걸러야 옳다.

필자가 발간한 저서도 마찬가지고 연재 중인 이 칼럼 <인생은 사자성어>에도 똑같은 현상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그 어떤 상황과 표현에서도 ‘~한(인) 것 같다’는 문구는 단 한 줄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인) 것 같다’는 애매모호(曖昧模糊)한 표현과 언어는 사용치 않아야 한다. 한창 말을 배우는 아이들이 이를 본받으면 습관이 돼서 고치기도 어려워진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5.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1.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충남개발공사 '고객만족경영시스템' 국제표준 인증 획득
  5.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헤드라인 뉴스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전남을 시작해 충청권을 가로질러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망이 농경지와 주택가, 학교 일원을 경유해 건설될 것으로 예상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또다시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신설하고 입주 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 지방에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할 때 환경권과 생활권 침해 피해는 지역에 돌아온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앞으로 대전을 관통해 건설될 예정인 '신계룡-북천안 345㎸ 송전선로 시설 계획을 규탄하는 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설..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④ 대전 웹툰 클러스터 '왜 지금, 왜 대전인가?'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