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21. 존경각하(尊敬閣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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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121. 존경각하(尊敬閣下)

사진은 말한다

  • 승인 2016-10-04 01:00
  • 홍경석홍경석
▲ 칼국수 먹는 김영삼 대통령/사진=연합 DB
▲ 칼국수 먹는 김영삼 대통령/사진=연합 DB


‘똠방각하’는 MBC TV에서 지난 1990년 4월 16일부터 6월 12일까지 방송한 16부작 월화 미니시리즈다. 최기인의 소설을 극화한 것인데 ‘똠방 각하’라는 말은 아무데나 아는 체하고 나대며 또한 자기가 최고인 양 거들먹거리는 사람의 행동거지를 빗대서 하는 말이다.

즉 누군가의 권세에 편승하여 호가호위(狐假虎威)가 지나친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하면 더 정확하겠다. 국어사전에도 똠방각하는 ‘허풍이 많고 과장하고 부풀려서 말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나와 있다.

이 똠방각하에서 똠방을 떼고 각하(閣下)라고만 쓰면 상황이 급변한다. 이는 ’특정한 고급 관료에 대한 경칭‘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엔 대통령 한분께만 이 경칭의 적용이 통용되는 까닭이다.

민주화시대로 접어들면서 ’각하‘ 대신 ’님‘으로 호칭하는 분위기가 착근된 지도 오래 되었다. 따라서 지금은 “000 대통령님~”으로 부르는 게 되레 편한 것도 사실이다. ‘똠방각하’를 거론하자니 문득 이보다 먼저(1989.10.23.~1989.11.14.) 방영되었던 ‘완장’이라는 TV 드라마가 오버랩 된다.

동네 건달인 임종술은 어느 날 동네 저수지 감시원으로 발탁된다. 그로부터 그는 늘 팔에 완장을 차고 다니며 열심히 저수지를 감시한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점차 완장이라는 권력놀음에 빠져 안하무인으로 사람들을 괴롭힌다.

결국 동네에서 쫓겨난다는 이야기인데 소설가 윤흥길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배우 조형기의 미친 듯한 연기력을 새삼 발견하게 한 이 드라마는 평범했던, 아니 별 볼일 없던 사람이 그러나 완장을 차게 된 후부턴 마을사람에게 군림한다는 시류(時流)를 꼬집은 작품이다.

즉 인간은 아무리 하찮은 완장이라도 그 완장을 차는 순간 변질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게 한다. 아울러 인간의 욕구 중 가장 무서운 건 역시나 권력욕이라는 걸 새삼 천착하게 된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록을 찾습니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를 봤다.

역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개인 활동 등 관련된 기록물을 확보하고 이를 보존하여 후대에 값진 문화유산으로 돌려주고자 관련 기록물을 기증받고 있다(9/26~10/25까지)는 내용이었다. 순간 고이 보관하고 있는 전임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의 야당 총수 시절 사진이 떠올랐다.

하여 퇴근하기 무섭게 사진첩을 찾아 과거의 그 증명사진들을 찾아냈다. 김영삼 대통령 ‘각하’께선 1992년 12월 14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어 1993년 2월 취임하셨다. 청와대의 칼국수 만찬으로도 유명했던 고인께선 사후에 더욱 존경과 각광을 받았다.

경남 거제(巨濟) 출생으로 1954년 26세의 최연소자로 3대 민의원 의원에 당선되었다. 이후 5.6.7.8.9.10.13.14대 의원에 당선됨으로써 자그마치 9선의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그 사이 대변인 2번과 야당 원내총무 5번을 역임한 외에도 야당총재를 3번이나 지냈기에 의회정치의 달인으로도 불린다.

지난 8월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신임지도부의 오찬 회동에 등장한 식사 메뉴가 호화로웠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 자리에선 샥스핀(상어지느러미 요리)과 함께 송로버섯과 캐비어(철갑상어 알을 소금에 절인 식품) 등 서민들은 알지도 못하는 초호화 요리가 총망라되었다고 하여 비난의 강도가 셌다.

아울러 과거 김영삼 대통령은 칼국수 한 그릇 만으로도 충분히 소통이 되었거늘……이란 비판까지 거세게 출렁거렸다. 어쨌거나 내가 찾아내서 국가기록원으로 보내고자 하는 사진은 지난 1988년 4월 20일에 찍은 것이다.






그러니까 당시는 그 신분이 ‘김영삼 대통령’이 아니라 ‘야당 총재’였던 시절이다. 장소는 대전시 동구 중동의 한약거리다. 어떤 한약방 앞에서 임시로 만들어진 연단 위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이다.

그 옆의 지지자들 중엔 전직 국회의원들도 보인다. 국가기록원에서 실시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의 기록을 찾습니다’ 캠페인의 기록물 기증 대상기록은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주요 사건.사고 또는 정치활동 및 개인활동과 관련한 기록으로서 형태에 제한이 없다고 한다.

아울러 역대 대통령 재임 당시에 생산한 기록물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문서와 사진, 시청각 등 모든 형태의 자료가 망라된다. 또한 역대 대통령의 재임 당시 및 재임 전.후에 생산한 개인기록물로서 국가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물을 원한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이 있으신 분들께선 적극참여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통령기록관에서는 기록물을 기증하신 분들의 높은 뜻을 기리고, 기증기록물을 활용하기 위해 기증 증서 발급과 감사장 또는 감사패 증정 외에도 훈·포장 등 표창 추진 및 연중 대통령기록관 간행물까지 무료로 송부해준다고 하니 기타의 궁금한 사항은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기록수집과로 하면 된다.

상식이겠지만 대통령이란 자리는 한시적으로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리다. 따라서 ‘완장처럼’ 군림하려 하기 보다는 봉사 마인드의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

대립과 교착의 여야 정국이 어서 해빙되어 당면한 민생해결과 산적한 국감까지 일거에 숨통이 뻥~! 뚫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탈했기에 더욱 존경했던 ‘칼국수 대통령’이 그립다. 지난 시절의 사진이 이를 말하고 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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