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25. 상반차이(相反差異)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125. 상반차이(相反差異)

‘님’과 ‘놈’의 차이

  • 승인 2016-10-08 01:00
  • 홍경석홍경석
▲ 사진=YTN 화면 캡쳐
▲ 사진=YTN 화면 캡쳐


얼마 전 회사 건물의 화장실에 들어서니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붙여져 있었다. “여기서 제발 흡연하지 마세요! 누군지는 대충 알고 있지만 이름은 굳이 밝히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담배를 태우시면 많은 직원들이 힘들어집니다.”

순간 그 흡연자는 고객 ‘님’이 아니라 진상 손님 ‘놈’으로 그 위상마저 순식간에 추락하는 느낌이었다. ‘님’은 그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며 ‘씨’보다 높임의 뜻을 나타낸다. 반면 ‘놈’은 ‘남자’를 낮잡아 이르는 말임과 동시에 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이나 그 무리를 이르는 말이다.

‘도둑놈’, ‘나쁜 놈’, ‘죽일 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파트 경비원의 얼굴을 담뱃불로 지진 주민이 경찰에 입건됐다고 한다. 경비원이 통화를 조용히 해달라니까 아파트 입주민이 폭언을 퍼부으면서 한 짓이라는데 담뱃불의 온도는 자그마치 5백도나 된다.

따라서 담뱃불로 말미암은 화상은 어쩌면 평생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와도 같다. 그럼 실로 어처구니없는 이 사건 발생의 개요를 보자. 지난 9월 19일 새벽 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 이 모 씨(51)가 경비원 차 모 씨(24)를 폭행하고 담뱃불로 뺨을 3차례 지지는 등 2도 화상을 입혔다고 한다.

이 씨는 지하주차장에서 큰 소리로 전화통화를 하다 순찰 중인 차 씨로부터 “조용히 해 달라”는 요구를 받자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하찮은 경비원 주제에 감히 이래라 저래라야. 입주민회장에게 이야기해서 잘라버리겠다”는 협박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하여 더욱 공분(公憤)의 ‘뚜껑이 열렸다’.

자신의 아들뻘 되는 경비원에게 그 같은 짓거리를 저지른 입주민은 그렇다면 더 이상 ‘입주민 님’이 아니라 ‘못된 놈’이 되는 셈이다. 지난 6월엔 또 수원에 사는 30대 남성이 복도에 내놓은 옆집 유모차를 왜 치우지 않느냐면서 60대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다시금 ‘갑질 논란’이 불거졌었다.

자신의 아버지뻘인 60대 아파트 경비원에게도 인권이 존재함을 평소 조금이라도 인지했더라면 시원한 음료수 제공은 고사하고 어찌 그런 횡포까지 자행할 수 있었을까. 이와는 반대로 부산의 어떤 아파트에서는 입주민의 배려로 경비실 앞에 '무료 생수 보급소'를 설치 운영하여 칭찬이 자자했다고 한다.

이 아파트의 주민 이모56)씨가 매일 오전 9시를 전후로 전날 미리 얼린 500ℓ 용량의 생수 30여병을 아이스박스에 넣어두었단다. 그러면서 아이스박스 위에는 "집배원님, 환경미화원님, 택배기사님, 경비원님, 이 시원한 생수 드시고 힘내세요!"라고 적혀있었다니 이 얼마나 대단히 감사한 ‘입주민 님’이 아니었겠는가!

나도 현재 경비원을 하고 있지만 사실 소위 ‘진상’ 손님과 고객들이 적지 않다. 주차비를 안 받는다는 걸 알고 무단주차에 장기주차는 기본이다. 연락처마저 적어놓지 않아 소유자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어찌어찌 어렵사리 연락을 취하면 십중팔구 퉁명스럽기 그지없다.

욕이나 안 들으면 다행이란 생각에 묵묵부답하지만 경비원도 사람이다. 따라서 이를 속으로 억지로 억누르고자 하니 홧병까지 생긴다. 박봉에 고된 일과를 마치고 나면 파근(파근하다= 다리 힘이 없어 내딛는 것이 무겁다)한 데 더하여 쉽사리 쉬기도 힘들기에 독한 소주의 힘을 빌리기도 다반사다.

그 바람에 건강까지 부쩍 나빠져 고민이 깊은 즈음이다. 개인적으로 냉장고에 항시 음료를 채워두고 있다. 이는 나처럼 힘든 일을 하시는 집배원과 택배기사 아저씨들이 오시면 드리고자함에서다.

노래도 있지만 ‘님’ 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 이 되는 게 세상사의 이치다. 님과 놈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공공건물의 화장실에서 흡연을 하고, 몰래 주차를 하는가 하면, ‘하찮은 경비원’이라고 폭행하는 따위는 모두 더 이상 ‘님’이 아니라 ‘놈’일 따름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중수청, 세종 임시 개청 후 옛 대전세무서 부지로 이전 추진
  2. 당진시, 청주국제공항 직통 고속버스 신규 운행… 대중교통 이용 편의 대폭 향상
  3. 칠곡 왜관철교, 주민들 쉼터 역할
  4. [르포] 선풍기도 없는 40.2도 정산부스… 폭염 속 공영주차장 근로자
  5. 돌아오는 온통대전…자치구 지역화폐와 연계·통합 가능할까
  1. 음주운전 사고 후 경찰관까지 폭행한 60대… 차량 압수
  2. 대덕특구 공동관리아파트 R&D 맞춤형 심사 대상될까…예타 폐지 새기회
  3. 금감원·검찰 사칭… 전국 돌며 1억5400만원 수거한 보이스피싱 수거책 검거
  4. 대전출입국·외국인사무소, 외국인 불법 라이더 무더기 적발
  5. 창립 56년 맞은 국방과학연구소 "자주국방 완수에 헌신"

헤드라인 뉴스


정부 `산업용 전기료 차등`에 대전 산업계 `촉각`

정부 '산업용 전기료 차등'에 대전 산업계 '촉각'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대전지역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등 적용의 주요 기준 가운데 전력자립도가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근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지역별 전력수급 여건을 반영한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제를 올 하반기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전력자립도와 송전비용, 국가균형발전 등을 고려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는 이달 중 공청회를 거쳐 권역 구분과 요금 차등 폭을 확정할 예정이다..

李 `육사 군사쿠데타 강력 성토`… 통합사관학교 강력 추진 지시
李 '육사 군사쿠데타 강력 성토'… 통합사관학교 강력 추진 지시

이재명 대통령은 5일 "군사 쿠데타를 무려 세 번이나 한 중심이 육사인데도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며 대전 유성구 자운대에 신속하고 강력한 '국군사관학교' 창설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방부와 외교부, 통일부, 국가보훈부 업무보고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 군사 쿠데타가 몇 번 있었나. 다 육군에서 벌어진 일 아닌가.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한 일인데, 거기에 대해 책임을 물은 일이 있나"라며 통합사관학교 반대를 주도하는 육사를 성토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과 관련해 논의하던..

현금만 쓰고, 옷까지 버린 보이스피싱범 안잡힐 줄 알았지? (영상)
현금만 쓰고, 옷까지 버린 보이스피싱범 안잡힐 줄 알았지? (영상)

현금만 쓰고 금융감독원과 검찰을 사칭해 어르신들의 현금을 훔쳐 달아난 20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대전서부경찰서는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20대 여성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습다. A씨는 지난 5월 대전 서구의 한 주택가 우편함에서 70대 피해자가 넣은 현금 1,000만 원을 수거하는 등 전국을 돌며 총 7회에 걸쳐 약 1억 5,400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A씨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교통카드를 수시로 교체하고, 모텔에서 1박씩 투숙하며 옷을 바꿔 입는 등 치밀하게 이동했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충청권 식수원을 보호하라’…대청호 녹조 제거하는 방제선

  •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전문 간호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폭염에 도로 위 피어오른 ‘아지랑이’

  •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 ‘폭염에도 일을 쉴 수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