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26. 세함단상(歲銜斷想)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126. 세함단상(歲銜斷想)

아름다운 우리말 자주 사용합시다

  • 승인 2016-10-09 01:00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그제 경기도 일산에 사는 동향(同鄕)의 죽마고우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우리 초등학교 총동문체육대회는 언제니?” “응, 10월 9일이지, 왜 너도 참석하려고?” “아니, 그냥 네 안부가 궁금해서.”

“원 싱거운 녀석 같으니라고. 그건 그렇고 지난 추석엔 천안에 왔다 갔니?” “바빠서 그만 못 갔어. 처가(妻家)도 마찬가지고.” “누군 안 바쁘니? 그럴수록 더 자주 내려와서 친구들도 좀 만나자꾸나. 이러다간 길거리서 널 봐도 못 알아보겠다.”

“알았어, 술 작작 마시고 건강해라.” 전화를 한 그 친구는 자타공인의 애처가이다. 따라서 우리 민족의 최대명절인 추석에도 고향 본가(本家)에 이어 처가에도 갈 수 없었다는 건 그 친구의 경제적 궁핍을 여실히 드러내는 방증에 다름 아니었다.

“그나저나 온양엔 다녀왔니?” 유일한 집안의 어르신인 숙부님께서 사시는 아산(온양)을 그 친구가 되짚는 질문이었다. “추석에도 일해야 하는 때문에 그 전에 미리 다녀왔다.” 연전 작고하신 숙모님으로 말미암아 숙부님의 올 추석 전의 표정은 여전히 허우룩(마음이 매우 서운하고 허전한 모양)하셨다.

또한 외출을 나가신 터였음에 약간을 기다렸다가 뵈어야 했다. “어디 다녀오세요?” “추석이 코앞인데 하지만 네 작은어머니가 부재(不在)한 상태가 다시금 마음을 바늘처럼 후벼 파기에 저수지(신정호)에 가서 심란한 맘을 달래고 왔다.”“……!”

언젠가 숙모님께서 살아계실 적의 설날에도 아산을 찾았으나 평소 자주 다니신다는 사찰에 가시어 두 분 어르신 모두 안 계셨다. 전화를 드렸더니 늦게 집에 도착 예정이니 그냥 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준비한 선물의 안에 내 명함을 넣으면서 명함의 뒤엔 간략하나마 못 뵙고 가 죄송하다는 메모를 남겼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길이었음에도 숙부님과 숙모님을 모두 뵙지 못 하고 돌아서는 발길이 아쉬워 불평을 내재한 퉁퉁걸음(발로 탄탄한 곳을 자꾸 세게 구르며 빨리 걷는 걸음)을 거듭했다.

아무튼 두 분 어르신을 뵙지 못 하였으되 어쨌든 내가 왔다 갔노라는 표시는 하였기에 이는 그렇다면 어떤 세함(歲銜)인 셈이었다. ‘세함’은 예전 서울이나 지방 관아의 군졸 등이 설날에 상관의 집에 문안을 드리고 그 증표로 명함을 놓고 오던 일을 의미한다.

또한 상관의 집에서는 이를 받기 위하여 문간의 적당한 곳에 칠기(漆器=옻칠을 한 나무 그릇)를 비치하였다고 전해진다. 우리말은 이처럼 오묘하면서도 참 웅숭깊다.

이밖에도 아름다운 우리말은 부지기수로 많다. 고운 말이 너무도 많은 까닭에 조금만 ‘맛보기’ 하겠다. 다가오는 추운 겨울에 식어서 차가워진 밥이나 국수를 먹으려면 ‘토렴(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함)’을 하여 먹어야 한다.

‘온새미로’는 자연 그대로, 즉 언제나 변함없이 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며 ‘미쁘다’는 믿음성이 있다는 의미이니 올해는 이 기조(基調)를 계속하여 유지한다면 더 좋은 일이 거듭될 수도 있을 듯 싶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말도 사용치 아니 하면 무용지물(無用之物)이며 ‘그림의 떡’이다. 참 아름다운 우리말, 자주 사용하고 볼 일이다. 오늘은 ‘한글날’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내 마리나 산업·관광 '체류·체험형'으로 체질 개선
  2. 천안교도소,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 개최
  3. 천안시티FC, 든든한 파트너 후원사와 한자리에…상생 파트너십 강화
  4. 장기수 천안시장 당선인, 첫 행보로 민생경제회복 …천안사랑카드 100억원 추가 확대
  5. 백석대 레슬링팀, 전국레슬링대회서 금 3·은 1·동 5 획득 쾌거
  1. 한국 축구 대표팀, 월드컵 2차전서 난적 멕시코 0대1 석패
  2. 연암대, 연암리빙랩 어드벤처디자인 경진대회 개최
  3. 충남콘진원 입주기업 '빅펀', 글로벌 콘텐츠 제작 공모 선정
  4. 중진공 충남본부, 도약 프로그램 선정기업 ㈜한도 현판수여식 개최
  5. KT&G,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 4년 연속 선정

헤드라인 뉴스


`영원한 2인자` 고 김종필 탄생 100주년, 중용·통합의 정신 기린다

'영원한 2인자' 고 김종필 탄생 100주년, 중용·통합의 정신 기린다

충청 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고 김종필(金鍾泌·JP·26년생) 전 국무총리 탄생 100주년 기념식과 제8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다. 김종필문화재단(이사장 조부영) 주최로 열리는 행사의 주제는 '사랑에는 후회가 없습니다'로, 민주자유당과 결별한 JP가 1995년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연합(1995년 3월 30일∼2006년 4월 7일)을 창당 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처음 한 말이다. 행사는 산업화와 민주화, 국민통합 시대에서 역할을 했던 운정(雲庭)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삶과 업적으로 재조명하고 대..

”더워도 월드컵은 못 참죠” 월드컵 야외 응원 나선 대전 시민들
”더워도 월드컵은 못 참죠” 월드컵 야외 응원 나선 대전 시민들

19일 오전 9시 30분,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광장.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멕시코 경기를 앞두고 월드컵 응원전을 위한 대형 전광판과 가림막 텐트가 마련돼 있었다. 이날 대전의 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오전부터 햇볕은 뜨겁게 내리쬐었고, 5분만 가만히 서 있어도 이마와 목덜미를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텐트 그늘 아래조차 후끈한 열기가 감돌았다.그러나 월드컵 열기는 무더위보다 뜨거웠다. 1차전 체코전 승리 이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도심 곳곳의 술집과 학교, 회사에서는 단..

"내년부터 10조 지원" 할 일 많아진 충청광역연합, 내실화 숙제
"내년부터 10조 지원" 할 일 많아진 충청광역연합, 내실화 숙제

6·3지방선거로 충청권 광역단체와 의회가 확 바뀌면서, 충청광역연합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 들어 대전시와 충남도의 행정통합 추진으로 결속력이 흔들렸으나 끝내 통합이 무산되면서, 광역연합의 역할이 오히려 부각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10조 원 규모로 권역별 전략산업을 지원하는 초광역특별계정 적용안이 검토되면서, 연합체제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연합과 연합의회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현재로선 연합장과 연합의회 원구성 인선이 이목을 끌고 있다. 19일 충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