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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신의 과하지욕/출처=나무 위키 |
개인적으로 역사물을 좋아한다. 또한 누구나 읽었음직한 <삼국지> 보다는 그 이전 시대를 그린 <초한지>를 선호한다. 초한지는 항우(項羽)와 유방(劉邦)의 격돌을 그렸다.
결국 유방은 승리하고 항우는 사면초가에 빠져 자결한다. 유방의 천하통일에 가장 큰 힘을 보태준 인물은 단연 한신(韓信)이었다. 그는 뛰어난 지략과 전술로 유방의 중국 통일에 큰 공을 세운 한(漢)나라 대장군이다.
젊은 시절 고향 회음(淮陰)에서 깡패들이 그를 에워싸며 시비를 걸었다. ‘네가 사람을 죽일 수 있거든 나를 죽여 봐라. 대신 그럴 수 없거든 내 가랑이 밑을 지나가라’. 이때 한신은 깡패의 가랑이 밑을 기었기 때문에 겁쟁이라는 말을 들었다.
또한 거기서 태생된 고사성어가 바로 과하지욕(跨下之辱)이다. 그러한 한신을 국사무쌍(國士無雙)이라고 말한 사람이 한나라 승상 소하(蕭何)다. ‘국사무쌍’은 그 나라에서 가장 뛰어난 인물(人物)은 둘도 없다는 뜻으로, 매우 뛰어난 인재(人材)를 이르는 말이다.
애초 한신은 유방의 맘에 차지 않는 일개 졸개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사람을 볼 줄 아는 안목이 높았던 소하는 “평범한 장수는 다시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신처럼 국사무쌍의 인재가 없다면 천하를 얻을 수 없습니다”라며 그의 중용을 거듭 압박한다.
그 덕분에 대장군이 된 한신이었지만 후일 항우에게서 “내가 죽고 나면 이번엔 당신이 죽을 차례”라며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위험성을 듣는다. 아니나 다를까 천하를 접수한 유방은 결국 한신을 숙청한다.
이에 사냥을 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토사구팽’의 억울함을 토로하지만 한신은 결국 죽임을 당한다, 한신이 비렁뱅이 시절 빨래하던 아주머니가 아사 직전에 놓인 그에게 밥을 준 적이 있었다.
이를 평생 잊지 못한 그는 후일 그 아주머니에게 천금으로 빚을 갚는다. 그래서 이때 나온 고사성어가 한 끼의 식사(食事)에 천금 같은 은혜가 들어 있다는 뜻으로, 조그만 은혜(恩惠)에 크게 보답(報答)함을 이르는 말인 일반천금(一飯千金)이다.
이와 비슷한 말로 해의추식(解衣推食)이 있다. 이는 ‘옷을 벗어 주고 밥을 나누어 준다’라는 뜻으로, 남을 각별히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이 풍진 세상을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때문으로라도 ‘일반천금’과 ‘해의추식’으로 보답을 할 작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작 늘 그렇게 주머니엔 삭풍만 불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상과 달리 하는 일이 너무도 지지부진하고 덩달아 빈곤만이 덕지덕지하니 때론 자포자기의 늪에 빠지기도 일쑤다.
하지만 다시금 애써 마음을 다잡는다. 성실하고 어진 사람은 마음이 너그럽고 느긋하기에 결국엔 두터운 복이 찾아온다는 것을 계속하여 인정하자는 것이다. 그러한 희망의 마중물은 지난날의 험한 비탈길 점철과 위험한 다리를 건넌 것에 대한 보상까지도 능히 희석시키리라 믿어본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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