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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bc 방송화면 캡쳐 |
작년부터 모 정부기관의 시민기자를 병행하고 있다. 그 기관의 기관장님께선 늘 특유의 미소와 너그러움, 그리고 친절과 배려 마인드가 강물처럼 출렁이는 분이시다. 하여 평소 존경을 금치 못 하고 있는데 며칠 전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내용인즉슨 곧 정년퇴직을 하는데 그간의 성원에 감사드린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냉큼 답신을 드렸다. 이어 어제는 편의점에 가서 음료를 한 박스 샀다. 그걸 들고 기관을 찾았더니 기관장님께선 정년퇴임식이 열리는 서울에 가시고 안 계셨다.
“약소하지만 이 거라도 전해 주십시오.” 하지만 직원들은 소위 ‘김영란법’에 저촉된다며 한사코 받지 않겠다고 했다. ‘빌어먹을~ 뇌물도 아니고 기껏 1만 원대의 음료이거늘 이마저 실정법 상 위반이라는 겨?’
투덜거리며 다시 편의점으로 가 다른 물품으로 바꿨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심지어는 장관들조차 너무 헷갈리다는 반응을 보이는 즈음이다.
이 같은 현상은 스승의 날이 되어도 선생님께 카네이션 꽃을 드리거나 심지어는 캔 커피 하나를 드려도 실정법 위반인가 아닌가 하는 갸우뚱에 방점을 찍는, 실로 웃기지도 않는 현상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어제는 퇴근 후 재전(在田) 초등학교 동창회가 있었다. 1차의 모임에선 각자 더치 페이(Dutch pay) 식의 회비를 내어 생선회와 술값을 치렀다. 술집을 나와 집으로 가려는데 부랴부랴 달려온 동창이 늦어서 미안하다며 2차를 내겠다고 했다.
덕분에 자정에 임박할 때까지 음주가무를 흠뻑 즐겼는데 물론 그 값은 그 친구가 치렀다. 그래서 든 생각은, 그 친구가 동창이자 막역한 친구였기 망정이지 요직의 공직자이자 또한 무슨 불순한 거래관계의 선상에 있었다면 필시 이른바 ‘란파라치’의 표적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에 씁쓸했다.
개인적으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지칭하는 ‘김영란법’ 대신에 이를 ‘부금법’이라고 부르자는 주장을 하는 입장이다. 이 ‘부금법’의 도입과 시행은 비록 만시지탄(晩時之歎)이되 참 잘 하는 것이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인 양 이 ‘부금법’이 지니고 있는 맹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식사대접은 3만 원,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까지를 법으로 ‘묶는’ 규정이 발효되는 까닭에 한국인 특유의 한턱내는 풍조마저 시나브로 사라지게 생겼다는 것이다.
주지하듯 대한민국 수출의 대표적 쌍끌이 견인차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이런저런 악재에 휩싸이면서 국민적 시름까지 깊어지는 즈음이다. 때문에 협력업체는 물론이고 경제까지 덩달아 우중충한 장마전선에 다름 아니다.
여기에 ‘부금법’까지 가세하면서 특히나 자영업자들은 죽을 맛이라고 아우성이다. 비교적 고가의 한우와 일식집 등이 직격탄을 맞았음은 주지의 현실이다. 쉬는 날 아내와 외식을 하면서 고기에 이어 밥과 소주 두 병만 마셔도 금세 3만 원이 넘어가는 게 지금의 물가 현상이다.
그러하거늘 식사대접을 3만 원으로 규정한다는 건 솔직히 어불성설(語不成說) 적인 강제규정이라고 보는 시각이다. 선물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까지로 ‘묶은’ 규정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흔히 하는 선물 중에 건강식품류가 빠지지 않는데 솔직히 5만 원 규정에 맞추다보면 메떨어져(메떨어지다 = 모양 따위가 세련되지 못하여 어울리지 않고 촌스럽다)서 촌스럽기 그지없기 때문이다.
지난 봄 여식의 결혼식 때 20만 원이나 부조(扶助)한 친구들도 적지 않은데 그 친구들에게 ‘김영란법’을 운운하면서 그 반인 고작(?) 10만 원만 부조한다는 것도 모양 빠지는 일이다. 법은 국민이 지킬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면 지난 시절 미국의 금주법처럼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른바 ‘김영란법’은 반드시 손봐야 옳다는 생각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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