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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출처=ZUM 학습백과 |
언젠가 직장 동료가 부친상을 당했다. 그래서 발인을 하루 앞둔 저녁에 상갓집을 찾았다. 그러나 문상객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자정이 가깝도록 불과 열 명도 안 되는 사람들만 온 까닭에 휑뎅그렁하기가 마치 그날의 엄동설한만큼이나 매섭고 차가웠다.
문상객이 그처럼 없다보니 너무도 가년(가년스럽다 = 보기에 가난하고 어려운 데가 있다)스러웠다. 하여 일찍 돌아오기도 면구스러워 자정까지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평소 지인들의 관혼상제(冠婚喪祭)에 얼마나 참석을 안 했으면 저리도 사람들이 없을까 싶어 느끼는 바 적지 않았다.
그러한 불왕불래(不往不來), 즉 ‘내가 가지 않으면 상대방도 오지 않는다’는 어떤 상규(常規)는 자녀의 결혼 내지 부모님의 상을 당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부터 품앗이에 익숙한 민족이(었)다.
‘품앗이’는 힘든 일을 서로 거들어 주면서 품을 지고 갚고 하는 일을 뜻한다. 따라서 관혼상제의 경우에 있어선 반드시 필요한 아름다운 풍속(風俗)이다. 품앗이와 비슷한 것으론 ‘두레’를 꼽을 수 있다.
이는 농민들이 농번기에 농사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하여 부락이나 마을 단위로 만든 조직을 말한다. 품앗이는 또한 이익사회 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큰일을 치를 때 품앗이가 얼마나 요긴하고 또한 감사한지 모른다.
이는 지난 봄에 여식을 결혼시키면서 새삼 절감한 대목이다. 또 한 번은 막역한 지인이 모친상을 당해서 갔다. 평소 얼추 간담상조(肝膽相照)하는 터였기에 지인은 나에게 조의금(弔意金) 수납(收納)을 부탁했다.
그래서 조의금을 받기 시작했는데 문상객이 어찌나 구름처럼 많이 오는지 정말이지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다 아는 바와 같이 결혼식을 치를 때나 상(喪)을 당했을 때 역시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적막강산(寂寞江山)에 더하여 십년한창(十年寒窓)으로까지 보이는 경우 대략난감하기 이를 데 없음은 상식이다.
참고로 ‘십년한창’은 무려 십 년 동안이나 사람이 찾아오지 않아 쓸쓸한 창문(窓門)이란 뜻이다. 외부와 접촉을 끊고 학문에 정진함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가납사니처럼 평소 쓸데없는 말을 마구 지껄이거나 말다툼을 잘하는 사람의 일반적 현상인 양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풍자하는 데도 쓰인다.
가까운 일가친척조차도 왕래가 없으면 자칫 인연까지 끊기는 법이다. ‘군자는 의리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내(그)가 군자인지 소인인지를 먼저 안다.
관혼상제도 그런 맥락이다. 내가 가지 않으면 그도 오지 않는다. 불왕불래(不往不來)는 변치 않는 어떤 법칙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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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