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33. 융통무애(融通無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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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133. 융통무애(融通無碍)

아들이 영전하는 이유는

  • 승인 2016-10-19 00:01
  • 홍경석홍경석
▲ 사진=남신희/http://www.jeonlado.com
▲ 사진=남신희/http://www.jeonlado.com


거짓부렁의 이 세상을 사노라면 잘 되는 일보다는 마치 도돌이표인 양 안 되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이따금이라도 낭보(朗報)가 있다면 얼굴에서도 어두운 그늘이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희색의 만면이 차지한다.

달뜬 그 낭보가 청출어람(靑出於藍) 적 장르라고 한다면 더욱 반가운 법이다. 든든한 아들이 오늘부터 그예 요직으로 영전(榮轉)한다. 이 같은 좋은 소식은 지난주에 아들이 보내온 문자메시지를 통해서 알았다.

아들은 딸과 마찬가지로 어려서부터 낭중지추(囊中之錐)였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는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숨어 있어도 저절로 사람들에게 알려짐을 이르는 말이라는 뜻처럼 아들은 출신대학에서 유일무이 현재의 직장에 들어갔다.

미혼이긴 하지만 벌써부터 ‘제 집 마련’에서부터 내처 갖출 건 얼추 다 갖춘 준비된 신랑감이다. 예의가 깍듯하고 불의를 못 참는 것 또한 부전자전(父傳子傳)인 듯 싶어 흐뭇하다. 사고(思考) 또한 접인춘풍(接人春風)에 더한 ‘융통무애’하여 다들 그렇게 좋아하지 싶다.

얼마 전 지역축제장에 갔더니 가훈을 써주는 부스가 있었다. 하지만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많음에 성격 급한 나로선 그 뒤에 설 수 없었다. 어느 집이든 가훈(家訓)이 있다. 가훈은 예부터 그 집안의 조상님이나 어르신께서 자손들에게 일러 주는 가르침이다.

따라서 가훈을 보면 그 집안의 전통적 도덕관을 고찰할 수 있다. 나는 우리 집의 가훈을 다음의 세 가지로 정한 지 오래다. 그건 바로 근면과 성실, 그리고 신용이다. 우선 근면(勤勉)은 매사 부지런히 일하며 힘쓰자는 것이다.

다음으로 성실(誠實)은 마찬가지로 무슨 일이든 정성스럽고 참되게 하자는 것이다. 신용(信用) 역시 가족은 물론이요 타인들에게 있어서도 “저 사람은 틀림없어!” 라는 투철한 믿음성의 정도와 무게까지를 주자는 것이다.

어떤 우스개 가훈이 있다. “나의 사전에 포기와 실패는 없다. 다만 배추를 셀 때의 포기와 바느질 할 때의 실패를 빼고는……” 한데 이 글을 읽노라면 이건 분명 우스개가 아니라 어떤 촌철살인이란 느낌으로 다가온다.

하여간 포기(抛棄)는 하려던 일을 도중에 그만두어 버림을 의미하기에 시작을 아니 하는 것만 못 하다. 뭐든 끝장을 보겠노라는 다부진 결심과 실천이 있어야만 비로소 유종의 미도 거둘 수 있는 거니까.

다음으로 실패(失敗)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인간은 전지전능의 신이 아니기에 누구라도 이는 사실 부지기수로 겪게 마련이다. 또한 사람은 실패라는 과정을 통하여 더욱 단련되기도 하는 법이다. 그동안에 겪은 실패는 무수하다.

빚에 쫓겨 심지어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적도 없지 않았다. 때문에 우리 집의 가훈 1항인 ‘근면’이 나로선 그야말로 기본옵션이 되었다. ‘성실’ 또한 오래 전부터의 습관인데 이 역시 거짓을 잉태한 건 애초부터 설정조차 않으려 작정하고 있는 터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신용이 없는 사람은 무얼 하여도 신뢰를 쌓기 어렵다. 친구 중에 식언(食言)을 무시로 일삼는 사람이 있다. 지키지도 못하는 약속을 하면서 다시 만나면 정작 그에 관한 내용은 함구하는데 더 약이 오른다.

하여 크게 실망을 한 탓에 앞으론 그와 상종조차 하고 싶지 않다. 어쨌거나 사랑하는 아들이 요직으로 영전하는 건 다 그만한 깜냥의 ‘낭중지추’가 있음을 사측과 간부들이 평소 눈여겨 본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들이라면 ‘죽고 못 사는’ 아내는 벌써부터 걱정이다. 대기업의 특성 상 일찍 승진하면 그만큼 퇴직도 빨라진다나 뭐라나 하는 게 ‘속 좁은’ 아내의 편견이다. - “어휴, 걱정도 팔자다.” -

융통무애(融通無碍)는 거침없이 통(通)하여 막히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고(思考)나 행동이 자유롭고 활달함을 이르는 말이다. 아들의 이번 영전은 결국 이 ‘융통무애’ 영향이라 믿는다.

아들이 앞으로도 이러한 정신을 견지하여 후일 전무에 이어 CEO까지 된다면 이는 분명 우리 가문의 영광까지 될 게 틀림없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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