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34. 학수고대(鶴首苦待)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134. 학수고대(鶴首苦待)

비와 랩소디

  • 승인 2016-10-20 00:01
  • 홍경석홍경석
▲ 게티 이미지 뱅크
▲ 게티 이미지 뱅크


지난 10월18일자 모 신문에서 비(雨)와 연관된 수필 한 편을 재미있게 봤다. 재한(在韓) 외국인이 쓴 글인데 제목은 ‘비(雨)를 향한 한국인과 영국인의 은밀한 사랑’이다.

여기서 필자는 영국인들은 내리는 비를 사랑하며 그 방증으로 아예 우산조차 없이 쏟아지는 비를 맞는다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근무 시간 중에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우산을 빌리려 ‘난리법석’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에선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야구 경기와 야외 콘서트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는 친구와의 약속까지 취소된다는 사실을 적시(摘示)했다. 맞는 말이다. 급작스레 비가 쏟아지는 경우 우산을 준비 못 한 이들은 우산을 빌리고자 동분서주한다.

뿐만 아니라 내리는 비를 한 방울만 맞아도 마치 죽기라고->죽기라도(로 정정합니다) 하는 양 비명을 지르는 사람(이 같은 현상은 처녀들이 더하다!) 역시 부지기수다. 반면 나는 비를 사랑한다. 그것도 철저하게. 이는 비에 대한 어떤 랩소디(rhapsody)가 내재하는 때문이다.

비는 종류도 많다. ‘는개’는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 보다 조금 가는 비를 뜻한다. ‘먼지잼’은 겨우 먼지나 일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오다 마는 비다. ‘웃비’는 좍좍 내리다 잠깐 그쳤으나 아직 비가 올 듯한 기색이 보이는 비를 의미한다.

‘여우비’는 볕이 난 날 잠깐 뿌리는 비이며 ‘모다기비’는 한꺼번에 쏟아지는 비, 즉 집중호우를 말한다. ‘발비’는 빗줄기가 발처럼 보이는 비이며, ‘작달비’는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비다. ‘목비’는 모내기 할 무렵 내리는 비인 까닭에 특히나 농부들의 환영을 받는다.

소년가장 시절 우산장사를 했음을 진즉 ‘고백한’ 바 있다. 당시 비닐우산은 50원이었는데 하나를 팔면 20원이나 남는 꽤 짭짤한 벌이였다. 때문에 날이 좋은 날 손님들의 구두를 닦으면서도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이는 물론 비가 내리길 간절히 원하는 바람을 담은 행동의 일환이었다. 한데 간절하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짜장(과연 정말로) 나의 소원(?)처럼 느닷없이 비가 쏟아지는 날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당시 구두닦이는 구두를 닦아준 뒤 받는 돈을 그 업계의 무시무시한 ‘형’과 반타작을 하는 구조였다. 반면 우산장사는 수익 모두가 온전히 내 몫이었기에 그처럼 비가 내리길 학수고대(鶴首苦待)했던 것이었다.

우산을 많이 파는 날은 마치 전장에서 이기고 돌아온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에도 힘이 붙었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소주에 더하여 돼지고기도 한 근 푸줏간에서 썰어갈 수 있어 더욱 신이 났다.

그처럼 비가 참으로 고마웠기에 의리(義理)와 도의상으로라도 나는 여전히 비를 사랑하는 것이다. 글을 쓴 외국인도 지적했듯 내리는 비(그 비가 비록 산성비라곤 해도)를 맞는다고 해서 대머리가 된 사람은 나 또한 한 번도 보지 못 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내 마리나 산업·관광 '체류·체험형'으로 체질 개선
  2. 천안교도소, 구인·구직 만남의 날 행사 개최
  3. 천안시티FC, 든든한 파트너 후원사와 한자리에…상생 파트너십 강화
  4. 장기수 천안시장 당선인, 첫 행보로 민생경제회복 …천안사랑카드 100억원 추가 확대
  5. 백석대 레슬링팀, 전국레슬링대회서 금 3·은 1·동 5 획득 쾌거
  1. 한국 축구 대표팀, 월드컵 2차전서 난적 멕시코 0대1 석패
  2. 연암대, 연암리빙랩 어드벤처디자인 경진대회 개최
  3. 충남콘진원 입주기업 '빅펀', 글로벌 콘텐츠 제작 공모 선정
  4. 중진공 충남본부, 도약 프로그램 선정기업 ㈜한도 현판수여식 개최
  5. KT&G, 글로벌 100대 혁신기업 4년 연속 선정

헤드라인 뉴스


`영원한 2인자` 고 김종필 탄생 100주년, 중용·통합의 정신 기린다

'영원한 2인자' 고 김종필 탄생 100주년, 중용·통합의 정신 기린다

충청 정치의 거목으로 평가받는 고 김종필(金鍾泌·JP·26년생) 전 국무총리 탄생 100주년 기념식과 제8기 추도식이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다. 김종필문화재단(이사장 조부영) 주최로 열리는 행사의 주제는 '사랑에는 후회가 없습니다'로, 민주자유당과 결별한 JP가 1995년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연합(1995년 3월 30일∼2006년 4월 7일)을 창당 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처음 한 말이다. 행사는 산업화와 민주화, 국민통합 시대에서 역할을 했던 운정(雲庭)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삶과 업적으로 재조명하고 대..

”더워도 월드컵은 못 참죠” 월드컵 야외 응원 나선 대전 시민들
”더워도 월드컵은 못 참죠” 월드컵 야외 응원 나선 대전 시민들

19일 오전 9시 30분,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 광장.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멕시코 경기를 앞두고 월드컵 응원전을 위한 대형 전광판과 가림막 텐트가 마련돼 있었다. 이날 대전의 낮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오전부터 햇볕은 뜨겁게 내리쬐었고, 5분만 가만히 서 있어도 이마와 목덜미를 타고 땀이 흘러내렸다. 텐트 그늘 아래조차 후끈한 열기가 감돌았다.그러나 월드컵 열기는 무더위보다 뜨거웠다. 1차전 체코전 승리 이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도심 곳곳의 술집과 학교, 회사에서는 단..

"내년부터 10조 지원" 할 일 많아진 충청광역연합, 내실화 숙제
"내년부터 10조 지원" 할 일 많아진 충청광역연합, 내실화 숙제

6·3지방선거로 충청권 광역단체와 의회가 확 바뀌면서, 충청광역연합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올 들어 대전시와 충남도의 행정통합 추진으로 결속력이 흔들렸으나 끝내 통합이 무산되면서, 광역연합의 역할이 오히려 부각되고 있는 양상이다. 여기에 내년부터 10조 원 규모로 권역별 전략산업을 지원하는 초광역특별계정 적용안이 검토되면서, 연합체제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연합과 연합의회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현재로선 연합장과 연합의회 원구성 인선이 이목을 끌고 있다. 19일 충청..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