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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출처=중국성어만화이야기 |
목이 아파서 한의원에 갔다. “아버지~ 일루 오셔서 누우세요.” 상냥하고 친절한 간호사들이었으되 ‘아버지’라는 호칭이 귀에 거슬렸다. ‘징그럽게 아버지가 뭐람? 우리 애들은 아직도 날 아빠라고 부르는데…….’
침을 맞고 부황까지 떴으나 아프긴 매한가지였다. 과거엔 나도 승용차가 있었다. 장마철의 십여 년 전, 홍도육교를 오르기 전 차가 밀려서 대기 중이었다. 용전네거리를 총알처럼 과속으로 달려오던 차가 내 차의 뒤를 추돌했다. 하차하니 젊은이가 머리를 조아리며 자신의 불찰을 사과했다.
뒤 범퍼가 약간 들어갔을 뿐 딱히 외관상 파손부분은 안 보였다. 그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그냥 보냈는데 그게 화근이었다. 이튿날 잠자리에서 일어나니 목이 돌아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시작된 목 뒤의 통증이 지금도 여전하다.
때문에 교통사고 후유증의 무서움을 절감하는 중이다. 그러한 증상이 오래되다보니 피곤하면 목이 더 아프다. 그제 지인과 술을 나눴다. 술을 마시면서도 연신 목을 주물렀더니 어디가 아프냐고 물었다. “늙어서 그런지 여기저기가 다 아프네요”라며 엄살을 부렸다.
“세월에 장사가 있간디? 그나저나 정년은 언제여?” “3년 남았는데 봐서 상황이 호전되면 그 전에라도 그만 두려고요.” “맞어, 야근을 자주 하면 사람이 쉬 곯지. 근디 회사를 그만 두면 뭘 하려고?”
“배운 게 도둑질이랬다고 언론사로 다시 들어가려고요. 지금 쓰고 있는 글을 묶어서 올해 안으로 다시 책으로도 내려고 합니다.” “하여간 자네는 매사 열심이어서 배울 바가 많아 좋구만!” 평소 침과대단(枕戈待旦)의 자세로 무장하며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과대단’은 창(무기)을 베고 자면서 아침을 기다린다 라는 뜻으로, 항상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는 군인의 자세를 비유하는 말이다. 전장에서 승리하자면 이런 각오와 자세가 아니고선 불가능하다.
무적의 군신(軍神)이었던 이순신 장군의 연전연승엔 ‘침과대단’이란 또 다른 병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평소 하루도 쉬지 않고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뭣 하나라도 배우고자 노력하는 습관이 나로서는 ‘침과대단’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터다.
세월에 장사 없다고 나 또한 나이를 먹다보니 과거완 달리 건강엔 솔직히 자신이 없다. 자리에 눕자면 나도 모르게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온다는 게 이 같은 주장의 방증이다. 그렇지만 정신력과 의지만큼은 여전히 ‘젊은이’라고 자부한다.
젊은이는 늙은이와 달리 패기까지 웅장하다. 이러함을 의식하는 까닭에 길을 걸을 때도 일부러 활연대오(豁然大悟)하게 보이고자 노력 중이다. 더불어 ‘에이지 브레이크(골프에서 ‘나이보다 적은 타수’를 기록함을 이르는 말)’ 적 마인드로 무장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으려 한다.
왜? 나이는 고작 숫자에 불과한 때문이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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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