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36. 화중지병(畵中之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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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136. 화중지병(畵中之餠)

모든 지식은 도서관에서

  • 승인 2016-10-22 00:01
  • 홍경석홍경석
▲ 영화 '로마의 휴일' 중 한장면
▲ 영화 '로마의 휴일' 중 한장면


‘로마의 휴일(Roman Holiday)’은 지난 1953년에 개봉된 영화다.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 헵번이 주연인 이 영화는 왕실의 딱딱한 제약과 정해진 스케줄에 피곤해지고 싫증이 난 앤 공주가 거리로 뛰쳐나가 잠들었다가 어떤 신사를 만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신사는 특종을 찾는 신문기자였는데 마침맞게 불쌍한 여인인 줄만 알았던 아가씨가 앤 공주임을 알아챈 기자는 굴러들어온 특종감이라며 무릎을 친다. 하지만 세속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기 그지없는 앤 공주에 이끌린 그는 자신의 특종을 위해서 열심히 뛰어준 동료 죠 기자까지 나서서 특종을 목표로 찍었던 사진들을 보도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로마의 휴일’로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이후 ‘티파니에서의 아침을’과 ‘전쟁과 평화’ 등 기타 출연작의 연속 히트로 말미암아 1999년 미국 영화 연구소에서 선정한 ‘지난 100년간 가장 위대한 100명의 스타’의 여성 배우 목록에서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천사’, ‘요정’, 그리고 ‘만인의 연인’이라는 따위의 온갖 찬사까지 거머쥔 그야말로 명불허전의 여배우였다. 그녀가 더욱 보석처럼 아름다웠던 건, 1959년 국제적십자사를 통해 아버지의 행방을 수소문한 끝에 극도의 가난 속에서 외롭게 살고 있는 아버지를 더블린에서 만날 수 있었다.

▲ 영화 '로마의 휴일' 중 한장면
▲ 영화 '로마의 휴일' 중 한장면

그녀는 아버지를 용서하고 그가 죽을 때까지 생활을 책임졌다. 뿐만 아니라 유니세프와 인연을 맺은 그녀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고 소말리아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그녀는 결국 스위스의 아름다운 호반 마을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생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그녀는1993년 1월 20일, 향년 63세로 눈을 감았는데 그러나 그녀의 생전 아름다웠던 삶의 궤적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다.

다소 장황하게 오드리 헵번을 소개한 측면이 없지 않은데 이는 ‘로마의 휴일’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니 메떨어지긴 해도 해량을 바란다. 그녀는 로마의 휴일을 통해 세계적 여배우로 거듭났다. 반면 나는 경비원이다.

그래서 사흘 연속 근무 뒤에 이틀은 쉬는데 이를 일컬어 나와 동료들은 ‘경비의 휴일’이라 부르는 터다. 하루 주근에 이어 이틀 연속 야근을 하고 나면 온몸이 마치 부서진 유리조각처럼 쑤기고 결리는 등 추레하기 그지없다.

따라서 휴일의 첫날엔 ‘무조건’ 철저히 쉬는 수순(手順)을 좇아야 한다. 여유가 안 되니 여행은 화중지병(畵中之餠)이다. 대신 휴일의 이튿날엔 도서관을 찾는다. 책을 보면서 비어있는 지식의 창고에 각종의 정보와 지혜까지를 주입한다.

이어선 인근의 공원을 찾는데 꽃과 나무, 그리고 바람과 구름까지 반겨주니 참 감사한 일이 다. 로마의 휴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오드리 헵번이 ‘로마의 휴일’로 만인의 연인이 되었다면 내 아이들은 도서관(의 잦은 이용)으로 말미암아 현재의 우월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촉망받는 대기업의 중간 간부와 명문대(학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아들과 딸이 이 같은 주장의 방증이다. 고작 초졸 학력만으로도 그러나 언론사의 논설위원까지 하고 있는 무지렁이 이 필자 역시 그 바탕은 수십 년이나 습관해온 독서가 그 토양을 만들어주었다.

겨우(?) 동네 도서관으로나 ‘여행’을 가곤 했는데 이번 주말은 다르다. 아들이 우리가족 모두를 자신의 차에 태우고 근사한 곳으로 가자고 한 때문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할지 몰라도 모든 지식은 역시나 여전히 도서관에서 통한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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