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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품 출처=네이버 블로그 백검캘리 |
죽마고우 절친(切親)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엔 카톡 문자만 보내는 친구인데 어제는 달랐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먹구름으로 몰려왔다. “오늘도 근무하냐?”
“응, 잠시 후에 또 야근 나가야지. 근데 왜?” 친구는 예상대로 비보를 전했다. “다름 아니고 00 어머님께서 잠시 전 운명하셨단다.” “……!” 순간 맥이 풀리면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어머니, 그예 당신과 저도 이제 회자정리(會者定離)로군요.
하지만 그 옛날 어머니께선 저를 어찌 대해주셨던가요? 아무리 자정이 넘은 시각에 찾아도 버선발로 나와 반겨주셨습니다. 뿐이던가요! “아이구~ 우리 아들 저녁도 못 먹었지?” 그러시면서 부엌에 들어가시어 국을 덥히고 기타의 반찬까지 갖춘 고봉밥을 한상 가득 차려주셨습니다.
그 밥을 먹으면서 이 아들은 당신의 그 뜨거운 사랑에 그 얼마나 감사한 눈물을 철철 흘렸는지 모릅니다. 그래요, 저는 마치 심청이인 양 친모의 얼굴도 모른 채 성장했습니다. 홀아버지께선 늘 그렇게 술만 드시곤 이 아들이 밥을 먹는지 죽을 먹는지조차 당최 안중에 없으셨지요.
되레 돈도 없이 외상술을 사오라고 성화를 부리시는 날엔 저로서도 딱히 방법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호루라기를 불며 통행금지 위반자를 잡아가는 방범대원이 무서워 여름엔 남의 집 밭에 들어가 잠을 청했지요.
모기들과 각종의 곤충들이 달라붙어 제 살점과 피를 갉아먹을 때면 다시금 어머니 집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떠오르곤 했습니다. 추운 겨울밤엔 남의 집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갔지요. 거기엔 도둑고양이와 쥐들이 무시로 출몰했는데 그 또한 어찌나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그런 때 역시도 저는 어머니의 집이 그리웠지요. 그러나 함부로 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건 제 미천한 신분이 어머니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다만 어려서부터 보아온 같은 동네의 가여운 홀아비 아들이자 내 아들의 초등학교 동창이란 이유를 뺀다면 사실 저를 문전박대한다손 쳐도 누가 봐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정말이지 모기들에게 피를 모두 빨려 가죽만 남긴 채 죽을 것만 같다거나 아님 얼어서 죽을 듯 싶은 날에는 생존본능에 의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어머니 집을 찾곤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고통의 시절에도 저를 변함없이 친아들 이상으로 거두어주신 각골난망(刻骨難忘)의 그 은혜를 제가 어찌 잊을 수 있었을까요! 어머니께서 먹여주신 그 눈물의 고봉밥과 뜨거운 아랫목의 이부자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 당신께선 진정 하늘이 보낸 의인(義人)이셨습니다. 야근을 마치는 대로 문상하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장지까지 따라갈 겁니다. 어머니,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사랑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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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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