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39. 각골난망(刻骨難忘)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139. 각골난망(刻骨難忘)

눈물의 고봉밥

  • 승인 2016-10-25 00:01
  • 홍경석홍경석
▲ 작품 출처=네이버 블로그 백검캘리
▲ 작품 출처=네이버 블로그 백검캘리


죽마고우 절친(切親)에게서 전화가 왔다. 평소엔 카톡 문자만 보내는 친구인데 어제는 달랐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먹구름으로 몰려왔다. “오늘도 근무하냐?”

“응, 잠시 후에 또 야근 나가야지. 근데 왜?” 친구는 예상대로 비보를 전했다. “다름 아니고 00 어머님께서 잠시 전 운명하셨단다.” “……!” 순간 맥이 풀리면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어머니, 그예 당신과 저도 이제 회자정리(會者定離)로군요.

하지만 그 옛날 어머니께선 저를 어찌 대해주셨던가요? 아무리 자정이 넘은 시각에 찾아도 버선발로 나와 반겨주셨습니다. 뿐이던가요! “아이구~ 우리 아들 저녁도 못 먹었지?” 그러시면서 부엌에 들어가시어 국을 덥히고 기타의 반찬까지 갖춘 고봉밥을 한상 가득 차려주셨습니다.

그 밥을 먹으면서 이 아들은 당신의 그 뜨거운 사랑에 그 얼마나 감사한 눈물을 철철 흘렸는지 모릅니다. 그래요, 저는 마치 심청이인 양 친모의 얼굴도 모른 채 성장했습니다. 홀아버지께선 늘 그렇게 술만 드시곤 이 아들이 밥을 먹는지 죽을 먹는지조차 당최 안중에 없으셨지요.

되레 돈도 없이 외상술을 사오라고 성화를 부리시는 날엔 저로서도 딱히 방법이 있을 리 없었습니다. 호루라기를 불며 통행금지 위반자를 잡아가는 방범대원이 무서워 여름엔 남의 집 밭에 들어가 잠을 청했지요.

모기들과 각종의 곤충들이 달라붙어 제 살점과 피를 갉아먹을 때면 다시금 어머니 집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떠오르곤 했습니다. 추운 겨울밤엔 남의 집 마루 밑으로 기어들어갔지요. 거기엔 도둑고양이와 쥐들이 무시로 출몰했는데 그 또한 어찌나 무서웠는지 모릅니다.

그런 때 역시도 저는 어머니의 집이 그리웠지요. 그러나 함부로 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건 제 미천한 신분이 어머니와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다만 어려서부터 보아온 같은 동네의 가여운 홀아비 아들이자 내 아들의 초등학교 동창이란 이유를 뺀다면 사실 저를 문전박대한다손 쳐도 누가 봐도 전혀 이상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정말이지 모기들에게 피를 모두 빨려 가죽만 남긴 채 죽을 것만 같다거나 아님 얼어서 죽을 듯 싶은 날에는 생존본능에 의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어머니 집을 찾곤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고통의 시절에도 저를 변함없이 친아들 이상으로 거두어주신 각골난망(刻骨難忘)의 그 은혜를 제가 어찌 잊을 수 있었을까요! 어머니께서 먹여주신 그 눈물의 고봉밥과 뜨거운 아랫목의 이부자리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 당신께선 진정 하늘이 보낸 의인(義人)이셨습니다. 야근을 마치는 대로 문상하러 가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장지까지 따라갈 겁니다. 어머니,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사랑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성복합 개장 이후 서남부터미널 통폐합 '화두'
  2. 수사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이번에도 피해자는 모두 20~30대
  3.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4. 대전역 물품보관함 돌며 카드·현금 수거… 보이스피싱 수거책 구속
  5. [건양대 글로컬 비전을 말하다] 국방·의료에서 AI까지… 국가전략 거점으로 진화한다
  1.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2. 대전보훈청-대전운수, 설명절 앞두고 후원금 전달식
  3.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4. [교단만필] 2026년의 변화 앞에서도 변치 않을 기다림의 하모니
  5. [사이언스칼럼] 지능형 화학의 시대

헤드라인 뉴스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2027학년도 대입부터 '지역의사제' 전형이 도입되면서 자녀 의대 입시를 위해 이사를 고려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으로의 전입을 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의사제 지정 지역 일반고등학교 수를 따진 결과, 전국에서 충청권이 세 번째로 많은 데다 타 권역에 비해 고3 300명 이상의 대형 고교도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역 인구유입과 수도권과의 의료 격차 해소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반대로 위장전입 등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29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지역의사제 지정 지역 일반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대전에 사람이 모여든다... 일류경제도시로 상한가 `대전`
대전에 사람이 모여든다... 일류경제도시로 상한가 '대전'

대전에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도시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단어는 '사람'이다. 경제와 문화, 생활 등 지역의 미래는 결국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수도권 집중화로 인구소멸을 우려하는 시기에 대전시의 인구 증가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인구감소·지방소멸 현황 및 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비수도권 지자체의 77%는 현재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험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대전시는..

민주당, 정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
민주당, 정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

더불어민주당이 대전과 충남 통합 특별시 정식 명칭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로, 약칭은 ‘대전특별시’로 정했다. 민주당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황명선 상임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명칭과 약칭, 특별법 추진 과정 등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우선 공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다. 앞서 28일 민주당 광주와 전남 행정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도 통합 특별시 명칭을 '전남광주특별시', 약칭을 '광주특별시'로 정한 바 있다. 통합 특별시의 청사와 관련해선, 황명선 상임위원장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