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40. 만반진수(滿盤珍羞)

  • 문화
  • 인생 사자성어

[인생은 사자성어] 140. 만반진수(滿盤珍羞)

화롯불의 추억

  • 승인 2016-10-26 14:38
  • 홍경석홍경석


새벽부터 비가 흥건하게 내리고 있다. 10월 하순의 비는 필연적으로 추위를 초대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세인들은 마치 시베리아에 사는 사람들 모양으로 완전무장을 할 게 틀림없다.

또한 요즘 사람들은 전기와 기름, 도시가스 등으로 난방을 한다. 그러나 과거엔 화롯불이 대세였다. 잉걸불로 활활 타는 화롯불은 할머니가 관리하셨는데 그 안에 고구마와 밤 따위를 넣어 구워먹는 맛은 정말로 일미였다.

하지만 화로에 밤을 구울 적엔 반드시 칼집을 내줘야만 했다. 그렇지 아니하면 흡사 폭탄인 양 뻥뻥 터지기 일쑤였다. 또한 그렇게 구워진 밤은 마치 미사일처럼 마구 날아다닌 통에 자칫하면 화재로까지 비화되기도 했다.

화롯불은 비단 가족들의 난방도구와 고구마와 밤의 굽기 용구(用具) 뿐 아니라, 그 위에 얹은 된장찌개와 비지장 같은 음식물의 가열과 섭취에 있어서도 매우 훌륭한 일등공신이었다. 그 즈음엔 다들 그렇게 못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롯불에서 팔팔 끓는 된장찌개 내지 김치찌개만 달랑 하나 놓여 있더라도 그건 바로 만반진수(滿盤珍羞)라는 인식의 공유가 가능했다. 최근 작고하신 죽마고우의 모친께서도 나의 은인이셨지만 할머니 역시 나를 진정 사랑으로 키워주신 ‘천사표’ 유모할머니셨다.

할머니께선 진즉 상부(喪夫)하시고 애면글면 혼자 사셨다. 그러다가 엄마가 버린 아이가 있다는 말을 들으시고 나의 양육을 자청하셨다. 애초 아버지로부터 매달 얼마간의 양육비를 받는 조건이었지만 이내 흐지부지되었다.

그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날은 무척이나 추웠다. 할머니의 산소 앞에서 나도 함께 묻어달라며 말도 안 되는 떼질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처럼 박복했고 심지어는 기가 막히는 인생길이긴 했으되 매일 비가 오는 건 아니듯 슬픔이란 것도 ‘언제나’ 라는 건 없었다.

눈물로 젖은 삶에도 밝은 빛이 스며들 듯 아내와 아이들이 바로 그 역할을 해주었다. 재작년에 이사를 하면서 비로소 가스로 난방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전에 살았던 누옥에선 자그마치 10년 이상이나 연탄으로 난방을 했다.

상황이 그처럼 어렵긴 했으되 아이들은 마부위침(磨斧爲針)의 각오와 당면한 가난과 생활고를 일종의 전패위공(轉敗爲功)으로 삼으며 와신상담(臥薪嘗膽)의 ‘열공’에 몰두했다. 따라서 나로선 연탄난로가 그 옛날 화롯불과 마찬가지로 정서의 만반진수(滿盤珍羞)까지 되는 셈이다.

지난 주말 아들과 딸이 모처럼 집에 왔으나 친구 모친상에 참석하느라 볼 수 없었다. 따라서 나름 계획했던 ‘만반진수’의 가족식사마저 무위에 그쳤다. 그렇긴 하되 아이들을 생각하는 이 아빠의 마음은 언제나 너른 금강(錦江)이요 또한 만반진수에 다름 아니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유성복합 개장 이후 서남부터미널 통폐합 '화두'
  2. 수사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이번에도 피해자는 모두 20~30대
  3.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4. 대전역 물품보관함 돌며 카드·현금 수거… 보이스피싱 수거책 구속
  5. [건양대 글로컬 비전을 말하다] 국방·의료에서 AI까지… 국가전략 거점으로 진화한다
  1.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2. 대전보훈청-대전운수, 설명절 앞두고 후원금 전달식
  3.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4. [교단만필] 2026년의 변화 앞에서도 변치 않을 기다림의 하모니
  5. [사이언스칼럼] 지능형 화학의 시대

헤드라인 뉴스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의대 가려고 이사 고민"…'지역의사제' 도입에 충청권 전입 늘까

2027학년도 대입부터 '지역의사제' 전형이 도입되면서 자녀 의대 입시를 위해 이사를 고려하는 학부모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으로의 전입을 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지역의사제 지정 지역 일반고등학교 수를 따진 결과, 전국에서 충청권이 세 번째로 많은 데다 타 권역에 비해 고3 300명 이상의 대형 고교도 가장 많기 때문이다. 지역 인구유입과 수도권과의 의료 격차 해소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지만, 반대로 위장전입 등 부작용 우려도 적지 않다. 29일 종로학원이 발표한 '지역의사제 지정 지역 일반고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

대전에 사람이 모여든다... 일류경제도시로 상한가 `대전`
대전에 사람이 모여든다... 일류경제도시로 상한가 '대전'

대전에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도시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단어는 '사람'이다. 경제와 문화, 생활 등 지역의 미래는 결국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와 수도권 집중화로 인구소멸을 우려하는 시기에 대전시의 인구 증가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인구감소·지방소멸 현황 및 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비수도권 지자체의 77%는 현재 지역의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험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대전시는..

민주당, 정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
민주당, 정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

더불어민주당이 대전과 충남 통합 특별시 정식 명칭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로, 약칭은 ‘대전특별시’로 정했다. 민주당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황명선 상임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열린 특위 회의 후 브리핑을 통해 명칭과 약칭, 특별법 추진 과정 등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우선 공식 명칭은 충남대전통합특별시, 약칭은 대전특별시다. 앞서 28일 민주당 광주와 전남 행정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도 통합 특별시 명칭을 '전남광주특별시', 약칭을 '광주특별시'로 정한 바 있다. 통합 특별시의 청사와 관련해선, 황명선 상임위원장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자율주행버스 시범운행

  •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대전·충남 시도의장 행정통합 관련 기자회견

  •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대전 서북부 새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개통’

  •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 ‘공정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