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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연합 DB |
진시황은 기원 전 221년, 중국의 천하통일을 이룩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전설의 성군들인 삼황오제(三皇五帝)에서 따온 ‘황제’라고 칭한다. 하지만 그는 애써 천하를 통일해 놓고도 겨우 50세의 나이로 순행하는 길에 나섰다가 사구(沙丘)에서 병을 얻어 죽는다.
이 때 진시황은 북방에 가 있던 태자 부소에게 황위를 물려준다고 유언했으나, 환관 조고와 승상 이사가 음모를 꾸민다. 그리곤 다른 황자인 호해(胡亥)를 내세우고는 부소와 그를 지지하던 공신들을 살해한다.
무능력하기 짝이 없던 호해는 간악한 환관 조고에 의해 주지육림에 빠져 정사를 멀리 한다. 기고만장해진 조고는 이후 이사마저 없애고 황제를 허수아비로 만든 채 사실상 나라를 마음대로 다스렸다.
당시 그의 위세가 오죽했으면 심지어 호가호위(狐假虎威)라는 고사성어까지 나왔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호가호위’는 남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림을 뜻한다. 즉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등에 업고 다른 약한 동물들의 위에 군림한다는 의미다.
조고는 뿐만 아니라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까지 남긴 인물이다. 당시 승상이었던 그는 황제 앞에 사슴 한 마리를 끌고 와서는 말을 바친다고 아뢰었다. 황제가 어리둥절해 하자 조고는 주위 신하들에게 "이게 사슴이냐, 말이냐?"고 물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정직하게 답한 사람을 기억해 두었다가 모조리 죽였다고 한다. 이후부터 조고의 말에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따라서 이는 그 즈음 황제보다 조고의 힘이 더 세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사필귀정으로 귀착되기 마련이다. 조고는 호해 왕까지 죽이고 스스로 최고 권력자가 되려고 했다. 하지만 결국 간신 조고는 장남 부소의 아들인 자영의 손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씨의 연설문 개입 의혹으로 말미암아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혹자는 최순실 씨의 ‘호가호위’까지를 거론하고 나섰다. 결코 있어선 안 될 일이 발생했음에 정치권은 물론이요 국민들 역시도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박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했다. 그렇지만 자타공인의 내로라하는 최고 두뇌와 명불허전의 인재들로만 꾸려졌을 ‘청와대 비서실’이라는 공조직을 두고 외부의 사적인 관계인 사람과 국가기밀인 연설물까지를 주고받았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이 부족해 보인다.
더욱이 최순실 씨의 딸이 이화여대 재학 중 학사관리 부분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번지면서 새삼 호가호위가 돋보이는(?) 즈음이다. 한데 이러한 호가호위는 국기문란과 함께 대통령의 위상까지를 한꺼번에 추락시킨 악재 중의 악재다.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가 있던 25일은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이 된 지 20년이 되는 뜻 깊은 날이었다. 그렇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칠레, 멕시코 등과 함께 가장 부패한 국가 18개국에 여전히 이름이 올라있다.
실로 부끄러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부패(腐敗)는 호가호위와 등식(等式)을 이룬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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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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