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 그들의 토론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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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그들의 토론문화

  • 승인 2016-11-01 14:49
  •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나폴리로 가는 날. 피렌체에서 나폴리로 가는 기차를 탔다. 내가 아는 일반적인 기차는 한 방향을 보도록 좌석이 배치되어 있던가, 아니면 마주보더라도 가운데 작은 테이블을 놔주는 센스정도는 갖춘 기차들이었다. 아무리 9.9유로라는 싼 가격에 싼 기차라지만... 이 기차는 해리포터 영화에나 나오는... 3:3으로 마주보고 가는 컴파트먼트 기차였다. 좌석사이도 매우 가까웠고 직각으로 세워진 의자는 멀미가 나기 최상의 조건이었다.

6인실의 객실에는 이미 5명이 타있었다. 열심히 대화 중이던 5명은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나타난 동양인을 흥미롭게 쳐다봤다. 5시간의 여정이 왠지 편안하지만은 않을 거란 생각이 스쳤다. 한 친구의 도움으로 캐리어를 짐칸에 올리고 자리에 앉았다. 인사는 활기차게 하지만 그 이상으로 할 얘기가 없다. 잠깐의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친구들은 다시 대화를 시작했다. 들어갈 때부터 알고 있었지만 애들이...아주...침 튀기면서...토론을 하고 있었다.

객실은 정말 작았다. 다리를 조금만 편하게 뻗으면 앞사람과 무릎이 닿는 거리였다. 의자를 뒤로 할 수도 없어서 엉덩이를 살짝살짝 틀어가며 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 작은 객실에서 무언가에 대해 침 튀기며 토론 중이었다. 보아하니 나이도 성별도 제각각인 게 처음 보는 사람들임이 분명했다.

침 흘리고 자다 깨다, 음악도 듣고, 동영상도 보며 3시간을 보내니 로마 근처에 도착했다. 그 동안 사람이 한두 명 바뀌었다. 그러나 새로운 구성원들 까지 모여 계속 토론이었다. 자유로운 토론이 일상인 서양 사람들. 글로 배우던 ‘서양의 토론문화’가 이건가 싶었다. 장장 3시간 동안 토론이라니... 누가 그러라고 시킨 것도 아니지 않은가. 산소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면서 머리가 아파왔다. 그만 좀 떠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소리인지 알면 엿듣기라도 하겠겄만 그도 못하는 나에게 토론은 소음에 불과했다.

혼이 빠져나갈 때 쯤, 캐리어를 대신 들어 준 애가 말을 걸었다. 이탈리아어 할 줄 알아? 어디나라 사람이야? 혼자 여행 온 거야? 나는 이탈리아어를 못하고, 한국 사람이며, 혼자 45일 동안 여행 중이고, 지금은 나폴리에 가는 길이야 등 이런저런 호구조사와 잡다한 얘기를 했다. 조금이나마 영어를 할 줄 아는 애가 한 사람 뿐이라서 다른 5명의 친구들에게 통역을 해줬다.

“우리랑 얘기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얘기해. 내가 통역해주면 되니깐.”

6명이 정치, 법, 일자리 등에 대해 토론중이라고 했다. 생각해 준건 고맙지만 무슨 얘기를...해...내가...여기서...

“이탈리아 임금사정은 정말 안 좋아. 한 달 월급이 300유로 밖에 안 되는 사람들도 많아.”

300유로면 한화로 약 37만 5000원 정도. 이탈리아 물가를 감안했을 때 경악할 정도로 낮은 임금이다. 물론 이 친구의 말 한마디로 전체를 단정 지을 순 없지만 이탈리아도 임금 및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걸로 보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나이가 들어서도 퇴직한 부모에게 돈을 받는 사람들이 많다. 부모에게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은 정상적인 생활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계속 대화하고 있는 거야.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선 많이 고민해야 돼.”

서양은 그렇다더라, 토론이 일상이라더라. 말로만 듣던 모습을 실제로 봤다. 생각보다 더 격정적이고 무서운 현장이었다. 그래. 장소가 어디든, 주제가 뭐든 처음 보는 이들과도 자유롭게 생각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좋은가. 부끄러워하지 않고 몇 시간이고 내 생각을 말할 수 있다는 그들의 태도가 부러웠다./전민영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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