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 - Pretty girl 가사 중
가사 속 ‘나’는 예쁘지 않다. 심지어 사람들은 ‘나’를 마녀라고 부른다. ‘예쁜 그녀’는 세상을 참 편하게 산다. 승리의 여신도 그녀의 편이다. 그래서 ‘나’는 어두운 밤 주문을 걸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길거리에 ‘그녀’와 비슷한 얼굴이 가득하다. ‘그녀’의 톡 치면 눈물이 당장이라도 쏟아져 나올 것 같은 눈, 분필을 넣은 것 같이 높고 오똑한 코는 더 이상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사 속 나일뿐이다. 수능이 끝나고 난 후, 난 엄마와 함께 강남의 한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는 나처럼 엄마와 함께 온 아이들이 많았다.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나보다. 수능이 끝나기 전에도 방학이 끝날 때 마다 꾸준히 새로운 얼굴을 하고 등교하는 아이들이 하나 둘 늘어나긴 했었는데 내가 그 속에 포함될 줄이야. 지난주에 상담 받은 병원은 붓기가 잘 안 빠진다는 얘기를 듣고 다른 병원으로 상담을 받으러 왔다. 이 병원도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라 조금은 겁이 난다. 상담실장님은 날카로웠다. 내 눈은 실눈이고 코는 납작해서 눈, 코를 함께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어린 시절 내내 지겹게 들어왔던 ‘실눈’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수술을 꼭 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수술 경과를 지켜보고 추가로 안면윤곽수술을 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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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쓴 일기를 들여다보니 그때의 나는 참 못생겼고 겁도 많았다. 눈 딱 감고 몇 시간 버티면 이렇게 예쁜 얼굴이 되는데.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 페이스북의 타임라인에 올렸던 성형수술 전 사진을 지운지는 이미 오래다. 지금의 나는 이연희 닮았다는 얘기도 종종 듣고, 길을 걷다보면 연락처를 물어오는 남자들도 꽤 있다.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못난이보다는 예쁜 얼굴이 살기 편하다.
얼마 전 학교 도서관에서 『어글리』라는 책을 대출했다. 열여섯 번째 생일이 지나면 누구나 전신 성형을 통해 예쁜이로 거듭나는 세계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모험을 하는 내용을 실은 소설이었다. 주인공 별명이 ‘실눈’ 이었다. ‘실눈’.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인데 낯익게 느껴지는 이유는 뭐지? /김유진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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