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국제
  • 명예기자 뉴스

몰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승인 2016-11-04 14:27
  • 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미디어 아카데미 명예기자
2013년, 국가 제2선수촌인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한 수영 선수가 여자 탈의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3년이 지난 2016년,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 되면서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일면식 없는 제 3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아니었다. 함께 훈련을 받으며 동고동락했을 동료 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더군다나 A씨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 국가대표였다. 사건이 드러나게 된 계기 또한 충격적이었다. A씨는 몰래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동료선수에게 보여줬고, 소문이 퍼져 여자 선수들 귀에 까지 들어갔다. 여자 선수들의 고소로 지난달 29일 A씨는 성폭력처벌법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미 코치진들이 이 사건을 덮으려했다는 사실이었다. 선수촌 에서는 몇 개월 전부터 이번 사건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왔다. 일부 선수들이 코치진에게 이 사실을 알렸지만,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사건이 불거지면 안 된다며 묵과했다는 것이다. 동료 선수들의 알몸을 촬영하고 그걸 타인에게 보여준 행동. 젊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해 저지른 실수나 장난이 아니다. 근데도 이 끔직한 범죄는 ‘세계평화를 추구한다.’는 올림픽을 이유로 묵인됐다. A씨의 행동도, 코치진의 대응도 저질스럽고 불쾌하다.

그동안 몰카 범죄는 끊이지 않고 문제시 되어왔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가해자가 표면적으로 특이점을 찾을 수 없는 사례도 많다. 2013년 고려대학교 모 교수는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다 붙잡혔고, 지난 해 헌법재판소 모 연구관은 지하철 몰카를 찍다 붙잡혔다. 여성 다리만 7000여회 찍다 적발된 IT중견기업의 차장도 있었다.

범죄에는 나이도 직업도 관계가 없었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소위 엘리트라 불릴만한 이들의 몰상식함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살인, 강도, 성폭행 등 범죄의 가해자는 어떤 특징이 있을 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들에게는 사회에서 받은 멸시로 악에 바친 이, 사업실패 등의 이유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이,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바른 성의식이 부재한 이 등의 ‘비정상’을 암시하는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몰카는 다르다. 이런 특이점을 찾을 수 없는 정상인들이 유독 많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조금이라도 경시할 문제가 아니라는 소리다. 몰카 범죄는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가볍게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지 않아 지나쳐 버린 피해자는 수천만 명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여성들이 몰카에 얼마나 노출돼 있으며, 그 심각성이 얼마나 가볍게 여겨지는지 짐작할 수도 없다.

이번 몰카 사건을 덮은 이유는 올림픽이 아니다. 굳이 올림픽이 아니었어도 ‘그냥’ 묵인될 수 있었다. 올림픽은 좋은 핑계거리였을 뿐이다. 우리에게 몰카 범죄란 그 정도 심각성을 가진다는 의미다. 어쩌면 10분전에 다녀온 화장실에서 이미 나는 몰카 피해자가 됐을지 모른다./전밈영 미디어아카데미 명예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통해 작성됐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예산사과농장 한관수 대표, 10㎏ 사과 500박스 후원, 나눔과 지원 활동 지속
  2. 대전 서대전육교서 오토바이 교명주 충돌… 40대 운전자 숨져
  3. 갤러리아 타임월드 매각된다?... 지역 유통업계 '술렁'
  4.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후폭풍… 보직교수 5명 일괄 사표
  5.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1. 더블유렌트카, '2026 예당호 모터 페스티벌' 성료
  2. 조합이냐 신탁이냐… 정비사업 어떤 방식이 좋을까?
  3. 과기부 소관 공공기관 일부 통폐합…국립과학재단 신설
  4. "김 원초 광천산 아니어도 '광천김'" 대법, 지역서 쌓은 명성 인정
  5. [사설] 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민심의 경고'

헤드라인 뉴스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1. 상류의 삶, 하류의 먹는 물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1. 상류의 삶, 하류의 먹는 물

대청호는 550만 충청권 주민이 함께 마시는 물이자, 상류 주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다. 깨끗한 물을 지켜야 한다는 목표는 같지만 상류와 하류가 감당하는 몫과 이해관계는 달랐다. 이런 차이를 넘어 대청호를 함께 지키기 위해 2002년 주민과 시민사회, 지방정부,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유역 거버넌스가 만들어졌다. 중도일보는 대청호를 둘러싼 상·하류의 갈등 속에서 거버넌스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20여 년이 흐른 지금 어떤 한계와 과제를 마주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나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물관리 환경 속에서 550만 충청의 공동 식수원인 대..

대한민국 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 향한 사이버 공격 급증
대한민국 정부·지방정부·공공기관 향한 사이버 공격 급증

대한민국 정부 부처와 지방정부는 물론 공공기관 전반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 공격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피해가 발생한 지 몇 년이 지나도 정보 유출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대전 대덕구)이 16일 제공한 44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광역자치단체의 보안 장비가 자동 탐지한 사이버공격 건수는 2022년부터 올해 7월까지 15억 7000만 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740만 건에 달한다. 이 중 실제 공격으로 확인된 건 35만 374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정도..

한전 직원들, 태양광사업 겸직 들통나 징계받고도 사업 계속
한전 직원들, 태양광사업 겸직 들통나 징계받고도 사업 계속

한국전력 일부 직원들이 금지된 태양광 사업을 겸직하다가 징계를 받고도 계속 사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방침을 도입한 후에도 소용이 없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이 16일 제공한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한전의 태양광 겸직 관련 징계는 해임이 15건, 정직 233건, 감봉 29건, 견책 3건 등 모두 280건으로 집계됐다. 2023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후 2024년부터 겸직 적발로 징계를 받은 건수는 해임이 7건, 정직 109건, 감봉 14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