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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한국임업진흥원 |
지난 22일은 소설(小雪)이었다. 마치 소설(小說)과도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대한민국 정부를 마비시키고 있는 시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절은 역시나 박 대통령이나 최순실, 그리고 그의 부역자들처럼 거짓(말)을 모른다.
따라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날은 소설답게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처럼 추운 날에 아내는 김장을 시작했다. 겨우내 먹기 위하여 김치를 한꺼번에 많이 담그는 일인 ‘김장’의 문화는 우리네 모두의 커다란 ‘집안행사’다.
김장을 많이 하는 집은 100포기 이상의 배추김치도 담근다지만 달랑 부부 뿐인 우리 집의 경우는 비교적 단출하다. 다만 타 시도에 사는 아들과 딸에게도 주자면 몇 포기의 김치를 더 담가야 한다.
마침맞게 내가 쉬는 휴일인 소설 날 김장을 하였던 까닭에 이런저런 심부름을 할 수 있어 좋았다. 김장이 시작된 오후엔 정육점에 가서 “수육해서 먹게 돼지고기 앞다리 살 한 근만 주세요.”라고 했더니 비계가 적당히 붙은 고기를 주었다.
“김장하시나 봐요?” “네~” 수육용 고기를 사자면 금세 ‘김장’이란 생각이 인식의 뒤에 꼬리표처럼 달라붙는다. 즉 김장하는 날의 또 다른 즐거움은 김장을 마친 뒤 수육을 삶고 김장을 마친 김치, 그것도 기왕이면 다홍치마랬다고 속이 더욱 풍성한 겉절이와 함께 먹는 그 삼삼한 맛이다.
여기에 소주 내지 막걸리를 걸치는 건 기본이다. 그런데 돼지고기인지라 그 특유의 누린내 없이 수육을 맛있게 삶자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야 된다. 가루커피를 넣기도 하지만 대파나 양파 같은 향신채를 함께 넣어 삶기도 한다.
시장에 위치한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 월계수 잎을 공짜로 준다. 하지만 그날 수육 재료를 구입한 가게에선 그걸 주지 않아 다소 서운했다. 이밖에도 청주와 된장을 풀어 삶으면 돼지고기의 잡내를 잡을 수 있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김장은 어머니와 주부의 손이 아주 많이 가는 중노동이다. 또한 김장의 주재료인 배추는 소금에 잘 절여야 한다. 지금은 절임배추가 대세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배추를 산 뒤 직접 소금에 절였다.
김장은 비단 배추만 달랑 소비하지 않는 착한 반찬이다. 소금과 고춧가루에 이어 새우젓과 각종의 젓갈 외에도 무와 갓, 대파 등의 소비까지를 견인하는 때문이다. 이런 때문에 김장을 담그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만약에 새우젓이 없었다면?!’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날 김장에 들어간 새우젓은 지난 10월 충남 논산시 강경읍 일원에서 펼쳐진 <강경젓갈축제>에서 처제가 구입했다며 준 것을 사용했다. 따라서 여간 싱싱하고 또한 맛까지 탁월한 게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김장을 마친 뒤 잘 삶은 수육에 역시도 푸짐한 ‘2016 김장김치’ 겸 겉절이로 속을 든든히 채우자니 퍽이나 행복했다.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따로 있던가? 그게 바로 ‘화룡점정’이지! 아내가 사랑과 정성이라는 별도의 양념까지를 듬뿍 집어넣어 담근 김장김치를 받아서 먹을 때면 아이들은 또 얼마나 제 엄마의 손맛 자랑까지를 할까 싶어 생각만으로도 흐뭇하다.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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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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