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사자성어] 158. 종횡무진(縱橫無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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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사자성어] 158. 종횡무진(縱橫無盡)

별명에서 사람이 보인다

  • 승인 2016-12-01 00:01
  • 홍경석홍경석


요즘 유튜브를 통해 ‘수호지’를 보고 있다. 이는 중국의 북송시대 양산박에서 봉기하였던 호걸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대극이다. 여기엔 노지심(魯智深)과 이규(李逵), 무송(武松) 등 신분이 낮은 인물이나 임충(林冲), 양지(杨志), 송강(宋江) 등과 같은 지주 출신자 또는 봉건정권을 섬긴 적이 있는 활발하고 용감한 사내들이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줄거리는 북송(北宋)시절 송강을 수령으로 한 108명의 호걸이 양산박에 모여 간악한 무리와 탐관오리를 징벌한 후 조정에 귀순한다는 내용이다. 워낙에 방대한 내용인지라 아직 결말은 알 수 없다.

다만 여기에 나오는 인물 중 가장 매력적인 사내는 단연 ‘무송’이라는 사실만큼은 강조하고 싶다. 무송은 불과 열여덟에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자타공인의 장사다. 술을 마시면 스무 그릇일 정도의 두주불사인 그는 자신을 길러준 형 무대를 극진히 모신다.

하지만 그의 형수인 반금련이 정부(情夫)인 서문경과 통정하다 들키자 무대를 독살한다. 이에 격분한 무송은 두 남녀를 죽인 뒤 양산박으로 들어간다. 이 드라마에서 무송에 대한 별명은 딱히 없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내가 그에게 붙여주고픈 별명은 ‘진정남아(眞正男兒)’라는 것이다. 나 역시 술을 사랑한다. 일주일에 보통 2회 정도 음주하는데 주량은 2홉들이 소주 세 병이다. 한데 만취 후 실수를 곧잘 하는 바람에 친구가 예전에 붙여준 별명은 지극히 험악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내 별명은 ‘개바퀴’니 말이다. 죽마고우 중 하나가 작명한 것인데 개가 바퀴를 단 듯 술만 취하면 아무 데나 자유자재로 행동하며 거침이 없는 상태라는 의미처럼 종횡무진(縱橫無盡)으로 내달린다고 하여 붙인 것이란다.

이에 대한 변명은 아니지만 그처럼 ‘개바퀴적’인 행동과 행보는 젊어서의 일탈일 때뿐이었지 지금은 절대 그렇지 아니하다. 나이도 나이려니와 기운이 없어서 이제는 적당량의 술만 마셔도 졸음이 쏟아져 견딜 재간이 없는 때문이다.

지인 중에도 별명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그중 한 사람의 별명은 나보다도 세다. ‘쥐새끼’라는 별명의 소유자인데 평소 지독한 기회주의적이고 또한 이기주의가 바다보다 더 넘치는 사람이다. 다만 불행(?)한 건 그 몹쓸 별명을 정작 본인만 모른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는 ‘묻어’이다.

말끝마다 자신이 마치 조폭의 보스라도 되는 양 “(어떤 일을 해결하는데 있어 곤란하다면) 애들을 불러서 (땅에) 파묻어 버릴까보다”라고 하여 붙여졌다. 최순실의 부역자 중 하나인 인물이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다.

그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측이 포스코 계열 광고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광고업체 대표에게 “포레카 지분 80%를 넘기지 않으면 당신 회사와 광고주를 세무조사하고 당신도 묻어버릴 수 있다.”고 협박했다는 혐의로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묻어’라는 별명의 소유자 역시 만무방(염치가 없이 막된 사람)이기는 ‘쥐새끼’ 뺨을 치고도 남는다. 반면 ‘의리으리’라는 별명을 지닌 친구도 있다. ‘의리(義理)가 으리으리하다’는 뜻인데 자신은 정작 술 한 방울조차 안 마시면서도 만취한 친구들을 집 앞까지 태워다주는 참 고마운 친구인 까닭이다.

또 한 친구의 별명은 ‘곰손이’인데 곰과 같이 순하고 든직한 사람이란 뜻처럼 시종일관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별명(別名)은 사람의 외모나 성격 따위의 특징을 바탕으로 남들이 지어 부르는 이름이다.

고로 별명에서 사람이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왕이면 친근하고 정겨운 별명이 낫다. 어쨌거나 나는 ‘종횡무진’이란 별명이 좋다. 어느덧 158화(話)까지 달려온 이 칼럼 ‘인생은 사자성어’ 또한 어떤 종횡무진의 힘 덕분이었다.

이제 남은 건 출판사와의 순조로운 출간계약이다. 이 또한 종횡무진으로 일사천리(一瀉千里) 이뤄진다면 오죽이나 좋을까!

홍경석 / <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월간 오늘의 한국> 대전·충청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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