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월남 패망을 기억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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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월남 패망을 기억하는가

  • 승인 2017-01-25 13:43
  • 신문게재 2017-01-26 22면
  • 김희수(건양대 총장)김희수(건양대 총장)
▲ 김희수(건양대 총장)
▲ 김희수(건양대 총장)
대통령 탄핵정국을 맞아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야기되는 논쟁들에 의한 불안감이 도를 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국가의 여러 가지 중요한 사안에 있어서 국론(國論)이 사분오열(四分五裂)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드배치와 관련된 것이다. 북한핵 위협에 맞서기 위하여 사드의 배치는 필연적이라는 정부 주장에 대해 일부 야당과 반정부세력들은 배치 결정과정에서의 정부 독단을 빌미로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극렬한 반대로 외세개입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일본의 후안무치적 과거사 행태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녀상문제’ 역시 새로운 대립을 야기하고 있다. 경기도의회에서 독도에 소녀상 건립을 위한 모금에 들어가자 일본은 예의 독도 영유권문제를 들고 나왔고, 그로인해 한일간 새로운 갈등 기미를 보이자 독도 행정관할 지자체인 경상북도가 경기도의회의 독도 소녀상 설치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같이 국론이 분열된 가운데 중국 일본과의 첨예한 대립은 대통령 직무정지로 ‘대행체제’로 운영중에 있는 우리 정부로서 그 대응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출범한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상궤를 벗어난 자국 이익 우선정책으로 미국과도 여러 분야에서 상당한 마찰이 예견되는 상황이어서 ‘대행체제’의 우리에게는 더욱 큰 시련일 수 밖에 없다.

이같이 국제적으로 얽힌 문제가 아니더라도 각 정파간에 탄핵정국의 처리문제를 놓고, 또 개헌문제를 놓고 커다란 의견차이를 노정하고 있다. 다가올 대통령 선거에 출마선언을 이미했거나 하겠다는 사람들도 10명 가까이 될 정도로 분열과 혼란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특히 탄핵정국을 놓고 벌이는 이른바 ‘촛불’민심과 박사모의 대립은 점입가경 양상이다.

이러한 혼란상을 보면서 나이가 많은 기성세대들은 해방후의 혼란상 혹은 6.25전쟁, 월남패망 등 국내외 근대사에서 직접 경험해왔던 수많은 혼란상을 떠올리게 된다. 그 가운데 가장 깊숙이 다가오는 것은 월남의 공산화 과정이다. 당시 사이공 주재 한국대사관 공사로 재직하다 적에게 포로로 잡혀 5년간 영어의 몸으로 있다가 구출된 이대용공사의 증언을 다시 읽어보면 모골이 송연할 지경이다. 1975년 4월30일. 월맹 공산군의 사이공 진입으로 패망한 시점의 월남 사회와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이 너무도 닮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서다.

1973년초 미국 키신저 국무장관 주선으로 월남전쟁 교전당사자인 미국, 월남, 월맹, 베트콩 4자가 파리평화회담에 합의, 20년 가까이 끌어온 월남전쟁 휴전이 타결되자 베트남은 물론이고 전세계가 평화의 분위기에 휩싸였다. 휴전의 담보를 위해 키신저는 월맹에 40억달러 원조를 제공, 피폐한 경제재건을 돕기로 하고 월남과는 미ㆍ월방위조약을 체결, 미군이 철수해도 월맹이나 베트콩이 휴전협정을 파기하면, 즉각 미국의 해공군력이 개입하여 북폭 재개와 월남 지상군 지원을 굳게 약속했다. 더불어 미군이 철수하면서 그 동안 보유하고 있던 각종 최신 무기를 모두 월남에 양도하여, 그 무렵 월남 공군력은 전세계에서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월남과 월맹의 각 분야에서의 격차는 비교 자체가 무색할 정도였다. 월남 곳곳에서 베트콩들이 준동하고 있었지만 총 인구의 90.5%는 월남이 지배하고 있었고, 공산측 지배지역은 단 4.5%에 불과했다. 거기에 월맹은 오랜 기간의 전쟁으로 인해 식량부족, 물자 부족 등 극도의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었다. 당시 월남 티우 대통령은 “지금 우리 정규군 병력이 58만이고, 또 미국과의 방위조약이 시퍼렇게 살아 있고, 월맹도 북폭으로 거덜이 난 상태인데 저들이 침략할 힘이 남아 있겠는가” 라고 자신감을 만방에 과시했다.

그러던 월남이 왜 휴전성립 2년만에 여지없이 무너졌는가? 이대용공사는 세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는 월남 대공정보기관의 무력화로 공산프락치들의 사회저변 잠입과 활발한 기밀정보 탐지 등으로 정부나 군의 극비회의내용이 단 하루면 상세히 북측에 보고될 정도였다. 두 번째는 군 기강 붕괴로 58만명 월남군중 정부 고관, 지도층 자제 10만 명이 뇌물을 주고 대학재학이나 취업중인 이른바 「꽃군인」이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극도의 국론분열 이었다.

특히 공산군이 사이공을 점령해들어오는 상황에서도 100여 사회단체들의 자기 이익만을 앞세운 무분별한 국론분열상과 사기가 극도로 저하된 월남군의 무기력 등에 미국의 대월남 방위공약도 더 이상 위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 베트남 상황과 우리나라의 오늘날 상황을 단순 수평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매사에 남북분단의 현실과 극도로 호전적인 북한정권의 적화야욕 등을 단 한순간이라도 잊어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월남 패망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 점점 더 간절해진다.

김희수(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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