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우리에게 ‘일자리’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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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우리에게 ‘일자리’는 무엇인가

  • 승인 2017-04-12 16:27
  • 김상인 (대덕대 총장)김상인 (대덕대 총장)
▲ 김상인 대덕대 총장
▲ 김상인 대덕대 총장
일하는 로봇에게 세금을 매겨야 한다?

얼마 전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일자리 경쟁자가 국내에서는 학교를 졸업한 젊은이들로부터 퇴직자까지 확대됐고, 육체노동을 중심으로 세계로 확대되더니, 급기야 AI로 무장한 로봇까지 확대됐다. ‘일자리’가 사람에게 무엇인가? 당장 생계 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이상의 것, 다시 말해 삶의 가치를 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심리학자 마슬로우(Abrham Maslow)가 생리적 욕구에서부터 자아실현의 욕구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설명했는데, 각 단계별 욕구충족 수단이 결국은 일자리이다. 사람의 욕구란 ‘일’을 배제한 채 충족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일자리 절벽이란 용어가 회자될 만큼, 일자리 자체가 귀해지고 있다. 우리가 바라는 일자리는 어떠한 것일까? 거액의 연봉 또는 수익, 쾌적한 근무환경, 풍성한 복리혜택이면 족한 것일까?

학교법인 창성학원과 대덕대 등 산하 중ㆍ고등학교를 설립한 정곡 성주련 선생은 ‘사람다운 사람을 기른다’는 건학이념을 세우고 구체적인 교훈으로 성의, 근로, 고결을 내걸었다. 근로 즉, ‘부지런히 일하는 것’을 사람의 도리요 본분이라고 가르쳤던 것이다. 정곡 선생은 지인 등의 추천을 받아 교직원으로 채용하고자 할 때에는 선뜻 기회를 주지 않고, 한동안 기다리다 몸이 달아서 너무도 간절히 원하고 있음을 확인한 후에야 선발했다고 한다. 일자리의 소중함을 깨닫고, 성의를 다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각오가 확고해진 후보자에게 일자리를 주었던 것이다.

지난해 8월 1일 대덕대 총장으로 부임한 후 전체 교직원들과 만나서 식사하는 자리에서 들은 감동받은 이야기가 몇 가지 있다. 그 하나는, 20년 넘게 대덕대에서 청소 일을 해 온 어느 아주머니 이야기다. 청소 일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니 출근시간도 이르고 몇 개 층을 혼자서 담당하니 일 자체가 고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 말씀이 자기는 매일매일 출근해서 일할 수 있는 하루가 항상 즐거움과 감사함으로 가득하다는 말씀이셨다. “힘들지는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물론 청소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대덕대에서 청소 일을 하며 자녀들 학업을 뒷바라지할 수 있었기에 일터로서 대학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는 것이다. 그 어머니의 정성에 힘입어 아들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형병원의 실력 있는 의사가 됐고, 지금은 서울에 있는 의과대학 교수가 되어 어머니에게 큰 보람과 기쁨을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대덕대에는 9개의 군사학과가 있고, 4년제를 포함 전국 대학 중에서 가장 많은 군부사관을 배출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군 퇴직 후 학교에 와서 봉직하는 예비역 장군, 장교들이 22명이나 있다. 그중에서 한 분의 이야기다. 군에서 근무할 때보다 보수도 줄었고, 전임교수보다 연봉도 적지만 학생 가르치는 일이 너무 행복하다는 것이다. 30여 년 천직으로 알던 직업군인을 마무리하고 낯선 대학에 왔지만, 그동안 군에서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다는 것이다. 학교 교직원 중 가장 먼저 등교하는 출근길도, 강의시간도, 연구시간도 항상 즐겁고, 학생들 만나는 것이 가슴 벅차니 대덕대에서 인생의 새로운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전국 대학가에 불어 닥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필자도 총장으로서 대학의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설령 소속과나 부서가 폐지되거나 통ㆍ폐합되더라도 교직원들의 신분상의 불이익은 없다고 선언했다. 주어진 일자리에 감사하고, 부족한 점을 스스로 찾아 보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면 좋은 대학을 만드는 데 얼마든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직원들은 분발을 각오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일을 통해 나 개인의 만족은 물론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이 있기 때문에,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데서 오는 기쁨은 클 것이다. 일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일해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삶의 만족과 행복을 얻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김상인 (대덕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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