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평화 추구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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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평화 추구의 권리

  • 승인 2017-05-03 11:03
  • 신문게재 2017-05-04 22면
  • 전용란(건신대학원대 총장)전용란(건신대학원대 총장)
▲ 전용란(건신대학원대 총장)
▲ 전용란(건신대학원대 총장)
지도교수이셨던 영국 교수님의 이메일을 오랜만에 받았다. 연일 방송되는 한국 뉴스를 접하고는 몹시 걱정이 되신다는 내용이었다. 북한과 트럼프, 중국과 미국의 관계 속에서 점점 어려워 보이는 남한의 상황에 대해 몹시 안타까워하는 말씀이었다. 밖에서 보는 한국의 상황은 일촉즉발의 위기이며, 곧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고 한다. 이 가운데 한국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지 의아해한다. 나라 밖에서 보는 시선이 이럴진대 우리 내부의 당사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며 미래를 생각하고 현재를 안전하게 살아낼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바람은 전쟁의 위협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나 되어지는 모양새는 더욱더 힘들어보인다.

분명, 우리나라의 상황은 준전시 상황으로 보인다. 북쪽은 미사일을 쏘아대고, 한국 바다에는 미국항공모함이 떠다니고, 미국은 사드배치에 열을 올린다. 이미 1990년대에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가 끝났는데, 한반도는 아직도 냉전시대속에서 살고 있다. 냉전의 상황은 국가주권, 정치상황과 경제질서, 그리고 역사인식을 왜곡시키며 평화를 유보시킨다. 평화를 유지시킬 체제을 뒤틀어 놓는 분단논리들은 분열과 색깔논쟁을 가속화시키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적으로 쉽게 구분지어 버린다.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갈등과 분쟁이 일상화되어서 평화라는 단어가 생소하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는 일상의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늘 불안하다.

평화를 누릴 권한이 우리에게는 없다는 말인가? 모든 인간은 사람답게 살 권리와 함께 행복을 누릴 권리도 있고 평화를 추구할 권리도 있다. 지금은 대선 정국이다. 우리는 불안한 가운데 한편으로는 좋은 대통령이 뽑혀 이 정국을 평화롭게 처리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세워지는 것으로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뼈져리게 경험했다. 여기에는 모든 일원이 함께 고민하며 부지런히 노력하고 평화를 유지시키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수고를 감당해야한다. 평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그걸 누릴 권리가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한다.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화를 거스르는 온갖 모순적인 사회적 요소들에 대한 저항들과 부딪히며 평화를 향한 작업들을 시작해야한다.

분단의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학습되어지고 강요되어진 오해들과 불신들, 그리고 이분법적 사고 방식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분단상황이 가져온 레드콤플렉스나 흑백론, 자기검열등 왜곡된 사고들은 평화로운 삶을 살지 못하도록 한다. 이러한 사고들은 다른 사람들을 향해서는 공격적으로, 자신에 대해서는 모순적인 삶이 되어 공동체에 불안과 파괴적인 상황을 만들어낸다.

평화를 단순히 정의하자면 전쟁이 없는 상태로 ‘분쟁과 다툼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우호적이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지점까지 가기 위해서는 서로 감내해내야하는 아픔과 헌신이 반드시 요구된다. 너무 오랫동안 한 곳만을 보도록 길들여진 시선을 거두어 주위를 돌아보고 배려하며 내 속에 들어찬 경직된 것들을 비워낼 때 비로소 함께 살아가는 유연한 방법들이 보여질 것이다. 이 과정은 엄청난 자기 비움의 작업을 요구한다. 이것은 희생적인 노력을 통해 얻어지는 평화의 과정이다. 평화를 위해 이러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것을 누릴 권리도 없다.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 박힌 대결적 구도와 경직된 사고의 프레임을 벗을 수 있는 길들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좌와 우로 나누는 이념대결을 상생의 평화적, 공생적인 이념으로 재창조하는 지혜를 찾는 것이 평화 추구의 권리를 확보하는 길일 것이다. 냉전체제 속에서 평화를 추구하는 권리는 여전히 그 속에서 삶을 살아내야하는 인간다움의 권리이기도하다. 평화는 모든 집단 구성원이 함께 추구하는 권리이며, 이 권리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어떤 대가를 치루고 어떤 방식으로 추구할 것인지를 깊이 생각해야한다. 분단의 상황 속에서도 이 땅에 평화의 기운이 일어나기를 소망한다.

전용란(건신대학원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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