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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국민들이 새 정부에 대해 거는 기대도 대단히 크다. 대통령의 제1호 업무지시가 ‘일자리 위원회 설치’였다는 것도 10%를 넘어선 청년 실업률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공감할 만하다. 새 정부가 청년들을 위해 해결해야할 문제는 등록금, 주거비, 취업, 미취업자, 고용안정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와 같이 시급하고 중차대한 문제도 산적해 있지만 나는 청년들에게 우리사회가 마음을 써주었으면 하는 소박해보이지만 중요한 것 세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우리사회가 청년들에게 문화체험을 할 기회를 더 많이 주자는 것이다. 당장의 생활비를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영화나 공연, 전시회에 가는 것은 사치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창 감수성이 풍부한 나이에 이루어지는 문화체험은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청년들이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소요되는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박물관이나 전시는 청년들에 한해서는 무료나 반값으로 하고 공연도 대폭 할인해주어야 한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의 박물관이 청소년에게는 무상으로 문을 열고 있다. 가난한 집의 아이들도 루벤스나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보면서 예술가의 꿈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대학도 지역에서 문화체험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학생들을 위해 대학 내에 영화관과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과 같은 고전음악 공연장이 이미 사회에서 성공한 기성세대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학생들의 식판에 과일을 하나 올려놓아 먹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중견 경제학자가 이미 주장한 내용인데 아직까지 큰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집을 떠나 타지에 나와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가장 먹기 어려운 것이 과일이다. 혼자 살면서 학생들이 일부러 과일을 사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고등학교의 급식에도 과일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새 정부가 대학생들의 밥 먹는 문제까지 책임질 수는 없지만 식판에 과일 하나 정도는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은 소박하면서도 신선하고 중요한 정책제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꼭 해주었으면 하는 정책은 교통비 할인이다. 버스와 지하철, 고속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 할인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학생이 되면 끝이 난다. 이동권은 학습을 위해서도 일을 위해서도 여가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권리이다. 용돈과 생활비가 늘 부족한 대학생들에게는 시내버스 요금도 한 달로 계산하면 적은 돈이 아니다. 유럽의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대학생들에게도 교통요금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청소년에게는 대중교통 요금을 아예 부과하지 않는다. 우리 대학의 논산과 대전 캠퍼스를 오가는 학교 버스를 무상으로 운영하는 것도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에 오는데 비용이 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청년들을 위한 문화체험 기회의 확대, 과일 급식의 제공, 대중교통 요금의 할인 등의 정책 제안은 다급한 청년 실업 대책과 일자리 문제에 비해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고 다른 문제에 비해 중요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업과 취업 준비를 하면서,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주말에 영화 한 편이라도 보는 일도 청년들에게는 중요하다. 물론 지원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이다. 다만 취업이 비교적 용이했고 경제적 활황기를 경험한 기성세대들에게 청년들의 삶을 살피는 것은 부담이 아니라 의무가 되어야할 것이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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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건양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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