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청년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의무

  • 오피니언
  • 중도칼럼

[중도칼럼]청년들에 대한 우리사회의 의무

  • 승인 2017-05-17 10:19
  • 신문게재 2017-05-17 22면
  • 김희수 건양대 총장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 김희수 건양대 총장
최근 시사 방송 프로그램에서 보도한 대학생들의 궁핍한 생활 실태를 보고 대학의 총장으로서 마음이 무거웠다. 혼밥과 삼각김밥, 컵밥, 아르바이트, 고시원 등은 대학생들의 녹녹지 않은 생활을 말해주는 단어들이다. 학식(학교 식당) 3000원 정도의 밥값이 부담스러운 학생들도 있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청년도 있었다. 물론 생활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월세와 교통비, 통신비를 쓰고 나면 식비는 늘 뒷전으로 밀리기 마련이라는 것이 학생들의 말이다. 대학의 총장으로서 생활과 취업의 어려움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대학생들과 청년들을 위해 우리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게 된다.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국민들이 새 정부에 대해 거는 기대도 대단히 크다. 대통령의 제1호 업무지시가 ‘일자리 위원회 설치’였다는 것도 10%를 넘어선 청년 실업률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공감할 만하다. 새 정부가 청년들을 위해 해결해야할 문제는 등록금, 주거비, 취업, 미취업자, 고용안정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와 같이 시급하고 중차대한 문제도 산적해 있지만 나는 청년들에게 우리사회가 마음을 써주었으면 하는 소박해보이지만 중요한 것 세 가지를 지적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우리사회가 청년들에게 문화체험을 할 기회를 더 많이 주자는 것이다. 당장의 생활비를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영화나 공연, 전시회에 가는 것은 사치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창 감수성이 풍부한 나이에 이루어지는 문화체험은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청년들이 다양한 문화체험을 하기 위해서는 소요되는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박물관이나 전시는 청년들에 한해서는 무료나 반값으로 하고 공연도 대폭 할인해주어야 한다. 유럽의 많은 국가들의 경우 대부분의 박물관이 청소년에게는 무상으로 문을 열고 있다. 가난한 집의 아이들도 루벤스나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보면서 예술가의 꿈을 키울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대학도 지역에서 문화체험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학생들을 위해 대학 내에 영화관과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다. 예술의 전당과 같은 고전음악 공연장이 이미 사회에서 성공한 기성세대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다음으로 우리 학생들의 식판에 과일을 하나 올려놓아 먹을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중견 경제학자가 이미 주장한 내용인데 아직까지 큰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집을 떠나 타지에 나와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가장 먹기 어려운 것이 과일이다. 혼자 살면서 학생들이 일부러 과일을 사는 경우는 흔치 않다. 중·고등학교의 급식에도 과일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새 정부가 대학생들의 밥 먹는 문제까지 책임질 수는 없지만 식판에 과일 하나 정도는 올려놓을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은 소박하면서도 신선하고 중요한 정책제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청년들에게 꼭 해주었으면 하는 정책은 교통비 할인이다. 버스와 지하철, 고속버스를 비롯한 대중교통 할인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학생이 되면 끝이 난다. 이동권은 학습을 위해서도 일을 위해서도 여가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권리이다. 용돈과 생활비가 늘 부족한 대학생들에게는 시내버스 요금도 한 달로 계산하면 적은 돈이 아니다. 유럽의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대학생들에게도 교통요금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청소년에게는 대중교통 요금을 아예 부과하지 않는다. 우리 대학의 논산과 대전 캠퍼스를 오가는 학교 버스를 무상으로 운영하는 것도 학생들이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에 오는데 비용이 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청년들을 위한 문화체험 기회의 확대, 과일 급식의 제공, 대중교통 요금의 할인 등의 정책 제안은 다급한 청년 실업 대책과 일자리 문제에 비해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고 다른 문제에 비해 중요해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업과 취업 준비를 하면서, 밥을 먹고 버스를 타고 주말에 영화 한 편이라도 보는 일도 청년들에게는 중요하다. 물론 지원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 것이다. 다만 취업이 비교적 용이했고 경제적 활황기를 경험한 기성세대들에게 청년들의 삶을 살피는 것은 부담이 아니라 의무가 되어야할 것이다.

김희수 건양대 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담양군, 전남도 예쁜정원 콘테스트 최우수상·우수상 석권
  2. 전쟁 끝났는데 홀짝제 풀리나…차량 2부제 완화 여부 관심
  3. 성남 원도심, 대규모 정비사업 본격화…도시 균형발전 시험대 오른다
  4. “돈 주면 수용자 챙겨주겠다”… 대전교도소 교감 징역 3년 구형
  5. “도심 속 워터파크가 공짜”… 청주시 어린이 물놀이장 ‘피켓팅’ 시작된다
  1. 충남대 통합 찬반투표 앞두고 쟁점 재점화…17일 대토론회
  2. 글로벌 우주 강자들과 어깨 나란히…ISS2026 충청 우주기업들
  3. [현장의 사람들] 불길이 남긴 흔적 쫓아 원인 밝힌다…대전동부소방서 곽맹걸·이태규·김재능 화재조사관
  4. 3년 간 지연된 작은내수변공원 복합문화체육센터 공사비 문제로 또 늦어지나
  5. 오석진 "소통·청렴이 최우선"…인수위 첫 업무보고 돌입

헤드라인 뉴스


앵커 평가부터 특성화 경쟁까지… 대전 고등교육 새 시험대

앵커 평가부터 특성화 경쟁까지… 대전 고등교육 새 시험대

대전의 고등교육 혁신 체계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교육부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ANCHOR·앵커)로 개편해 첫 성과평가에 나선 가운데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양성과 국가대표 거점국립대 육성, 사립대 특성화 사업도 본격 추진하면서 지역 대학들이 새로운 경쟁 환경에 들어섰다. 17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두 기관은 전날 국가철도공단 대강당에서 '2026년 앵커 연차점검 및 초광역 인재양성 기본계획 설명회'를 열고 연차점검 추진 방향과 신규 사업 계획을 안내했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라이즈를 앵..

대전의 아들 황인범 월드컵서 아시아 유일 베스트일레븐 선정
대전의 아들 황인범 월드컵서 아시아 유일 베스트일레븐 선정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눈부신 경기력을 뽐낸 '대전의 아들' 황인범이 월드컵 선수들 중 베스트 일레븐에 뽑히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축구 콘텐츠 매체인 '매드 풋볼(MAD FOOTBALL)'은 월드컵 조별리그 A~H조 1차전 중간 베스트 일레븐을 선정했다. 황인범은 4-3-3 포메이션으로 선정된 베스트일레븐에서 미드필더의 한 자리를 차지하며, 아시아권에선 유일한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남은 미드필더 두 자리는 자말 무시알라(독일), 페드리(스페인) 등이다. 황인범은 세계적인 선수들과..

[청년이 미래-2편]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대전시가 잇는 청년들의 인연
[청년이 미래-2편] "자연스럽고 안전하게".. 대전시가 잇는 청년들의 인연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지만, 도대체 어디서 만날 기회를 찾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 인연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도 일상 속에서 만남의 기회는 점점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비대면 문화와 개인화된 생활방식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날 접점이 감소한 데다, 학업과 취업 준비, 바쁜 직장 생활 등으로 인해 관계를 형성할 시간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온라인 중심의 만남이 늘면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만남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데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만남'을 갈망하는 청년들을 위해 대전시가 마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여름철 풍수해 대비 장비 점검

  •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수족구 예방…‘꼼꼼하게 손 씻어요’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