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10. 아마노기노 신사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10. 아마노기노 신사

  • 승인 2017-07-07 00:01
  • 최민호최민호
[최민호 소설] 아웃터넷(OUTERNET) 10. 아마노기노 신사

신사로 향하는 야마노아마고우치 신림(神林) 속의 산길은,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만 수도승의 독경소리 같이 끊일 듯 이어질 듯 잔잔히 계속되고 있을 뿐 주위는 적막한 고요와 소나무와 스기나무로 덮여 있을 뿐이었다.

길은 짙은 고동색이, 잔 돌 하나 없이 매끈한 갯벌과도 같이 곱디곱게 다듬어져, 밀가루 반죽을 밟는 양 포근하고 부드럽게 위로 향해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

차유도(茶柔道). ​사당으로 향하는 이 길을 그렇게 부른다. 차 색깔의 유연한 길이라는 뜻이리라. ​

후루마쓰는 말도 소리도 없이 신사로 향하는 발걸음을 조용히 한 걸음 한 걸음 떼어놓고 있다.

아홉 발을 뗄 때마다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고개를 숙여 절을 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맨발이었다.

108번뇌를 구성하는 숫자를 합하면 아홉이 된다.

아홉을 다시 아홉 번 되씹으면 다시 아홉으로 압축되는 81이 된다.

81을 아홉 번 되풀이 하면 다시 아홉이 둘이 되는 729.

729를 압축하면 99요, 99를 압축하면 18이요, 18을 압축하면 9가 된다. ​

후루마쓰는 아홉 발걸음씩 99번을 반복해 신사의 문턱에 오른다.

891걸음.

891 걸음걸이의 거리가 아니고 891걸음에 걸어 올 수 있도록 걸음걸이를 조정하여 걷기 시작한 것이 21년째였다.

후루마쓰는 59세가 되었다.

신사의 지붕이 보이기 시작하자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도리이(鳥居).

바닷가 석양의 하늘을 물들이는 낙조의 색깔로 붉디붉은 기둥이 양옆으로 세워져 있고, 기둥과 기둥 사이에 날아갈 듯한 새의 날개를 형상화한 서까래가 가로 얹어져 있는 구조물이다.


여기서부터 신성한 성역임을 표시하는 신사의 문이다.

신사의 문을 열었다.

대문에서 후루마쓰의 45번째 걸음에 신사의 제단으로 오르는 계단이 있다.

후루마쓰는 계단을 올라 제단이 있는 신사의 문을 경건하고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갔다. ​

제단 앞에 선 후루마쓰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먼저 제단 위의 향불이 꺼지지 않도록 향을 향로 속에 넣었다.

​풋풋한 아침 공기 속으로 새 향내음이 그윽하게 퍼져 나갔다.

후루마쓰는 세 발짝 뒤로 물러서서 제단 너머에 있는 신에게 절을 세 번 드렸다.

그리고 세 번 손뼉을 쳤다.

다시 세 번 절을 드린 뒤 조용히 무릎을 꿇고 눈을 감고 묵상에 잠겼다. ​

신은 그림같이 앉아 겸허히 묵상을 하고 있는 후루마쓰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후루마쓰는 신의 한없는 배려를 몸으로 느끼곤 하였다.

신은 거대한 존재였다.

도리이 색깔과 똑같은 붉은 빛을 군데군데 드러내 보이며 거북의 등껍질과 같은 피부로 가려져 있는, 족히 열 아름은 될 듯한 거대한 고목이 신사의 사당 안을 가득 매운 채 사당의 지붕을 뚫고 허공으로 뻗어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

신의 뿌리는 사당안의 여기저기를 굵은 힘줄과 같이 울퉁불퉁 휘어져 튀어나와 있으되, 이 산 깊숙한 심연의 생명과 이어져 있는 듯 간 곳을 알 수 없이 홀연 땅속을 향해 사라져 가고 있었다.

사당의 지붕은 신의 고결한 등천을 방해라도 해서는 불경을 저지른다는 듯 신의 고개의 곡선을 따라 정교하고 조심스럽게 출구를 만들어 신의 고개를 하늘로 편하게 향하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신의 고개는 사당 안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사당 밖에서 보면 신은 사당 안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신의 발치에 사당이 깃을 들이고 있는 형상을 이루고 있었다.

적송.

​붉은 소나무는 신중의 신이었다.

신의 키는 하늘과 같이 높았고, 다섯의 푸른 침으로 이루어진 잎새들은 펼쳐져 있는 구름과 같이 아름답게 하늘을 차지하며 산과 길을 굽어보고 있었다.

후루마쓰는 곧 빗자루를 들고 신사의 마당을 깨끗이 쓸기 시작했다.

다섯 바늘로 이뤄진 신의 편린들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신의 살갗들을 모아 깨끗이 향로에 담았다. ​

신은 스스로의 향기로 경숭함을 높이는 법이다.

구석구석을 비로 쓸고 잘 살펴 본 다음 그는 신의 모퉁이에 있는 샘물로 목을 적신다. ​

달고 시원한 아마노기노 신사의 샘.

아마노기노 신사는 일본에 있는 8만이 넘는 신사의 숫자에는 포함되지 않은 고독하고 비밀스럽고 외로움을 간직한 신사였다. ​

그만큼 특별한 신사였다.

소나무 신을 모시는 신사인 것이었다. (계속)

/우보 최민호


최민호 전 충남도 행정부지사는 전)국무총리 비서실장, 행정중심도시 복합도시 건설청장, 행자부 소청심사위원장, 행자부 인사실장, 충남도 기획관리실장, 2002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 사무차장(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전)배재대학교 석좌교수, 공주대 객원교수, 고려대 객원교수,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내려놓기 추진위원회 위원(2016)으로 활동했으며 현)홍익대 초빙교수이다.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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