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큰 시대, 큰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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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 큰 시대, 큰 인물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8-05-23 08:56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손종학 01086489915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시대가 영웅을 만드는지,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충청이 큰 바위 같은 인물을 필요로 하는 시점에 와있다는 느낌만은 지울 수 없다.

흔히 '큰 바위 얼굴' 하면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주홍글씨」로 우리에게 익숙한 미국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이 1850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로 국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였던 「큰 바위 얼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에게 있어서는 미국 사우스다코타 주의 러쉬모어 산에 있는 큰 바위 얼굴의 조각상이 먼저 떠오른다. 미국을 대표하는 4인의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 토마스 제퍼슨, 시어도어 루스벨트, 아브라함 링컨을 조각한 위 조각상은 얼굴 길이만 18여 미터에 달하여 100킬로미터 밖에서도 볼 수 있는 거대한 조각상으로 미국 전역에서 어린이, 성년 관계없이 한번 쯤 꼭 가보고 싶은 역사 공부와 관광의 명소로 꼽힌다. 필자도 십수 년 전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그려왔던 큰 바위 얼굴에 대한 환상이 웅장한 현실로 다가오는 순간, 우리나라도 저렇게 위대한 정치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졌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필자는 충청 토박이라고 할 수 있다. 600년도 넘는 조선 초기 무렵 필자의 선조가 터를 잡은 지금의 대전 유등천변에서 태어나 자라고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모두 대전에서 나왔으니, 기실 필자만한 충청 토박이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턴가 큰 바위 얼굴에 새겨진 위인들처럼 우리 충청지역에도 큰 인물이 나와서 충청지역을 발전시키고 지역민의 긍지와 자부심을 한껏 높여 주기를 소망해 왔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마음 속의 바람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 우리 지역에서도 훌륭한 정치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었지만, 현대사에 있어서 훌륭함을 뛰어넘어 위대함에, 영어로 표현한다면 'Good Leader'를 넘어 'Great Leader'에 이르렀다고 평할 정치 지도자를 만나지 못 했다면 필자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

본디부터 우리 충청지역에 큰 인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니 그 반대다. 굳이 조선시대까지 올라갈 필요도 없이 가까운 구한말 이후로만 보더라도 대한민국과 세계 그 어느 곳에 내놓아도 부족할 것이 없는 위대한 지도자를 많이 배출한 지역이 충청이다. 보령 출신의 단재 신채호, 충북의 의암 손병희, 홍성의 만해 한용운, 천안의 조병옥 박사, 아산의 윤보선 대통령 등등. 손가락으로는 그 수효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걸출한 인재가 배출되었다. 그러나 70년대를 지나면서부터 큰 인물, 위대한 정치 지도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물론 이러저러한 업적으로 나름 능력 있고 훌륭한 정치 지도자로 거명되기는 하였지만 종국에는 꽃을 피우지 못한 경우가 한, 둘이 아니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특히 충청 지역의 정치 왜소화는 누구 탓일까? 충청의 큰 인물을 키우고 만드는 것은, 본인의 노력과 자질도 중요하지만 실은 우리 충청인의 몫이기도 하다. 큰 인물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려오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될 성 부를 인물을 알아보고, 그를 인정해주며, 그에게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 기회를 통하여 경험과 업적을 쌓게 하고, 이를 토대로 경륜을 넓혀 종국적으로는 지역과 나라를 위하여 큰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즉 인재를 만들고 키운다는 정서적,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을 때 비로소 위대한 지도자가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는 장구한 세월의 흐름을 통하여만 가능한 일이지, 결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기에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선거라는 제도를 통하여 경륜과 능력을 겸비한 인물을 찾아내어 그를 우리의 지도자로 세우는 길 외에는 달리 뾰족함이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지도자를 선출하는 선거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얼마 있으면 우리의 지역 지도자를 뽑는 지방자치선거가 실시된다. 이번 선거가 우리 충청의 큰 인물을 찾아내어 우리 지역을 발전시킴은 물론 더 나아가 그가 전국적인 인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그런 선거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자꾸만 왜소해져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내 고향 충청을 반석 위에 올려놓을 지도자들이 많이많이 출현하였으면 좋겠다. 남북이 대결적 자세에서 벗어나 공존을 모색하는 이 큰 시대에 부합하는 큰 인물들이 우리 충청에서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미국의 큰 바위 얼굴 조각상처럼 훗날 우리 지역에도 나라를 빛낸 자랑스러운 지도자들을 위한 조각상이 우뚝 세워지기를 어릴 적 품어 보았던 그 순진한 마음으로 꿈꾸어 본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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