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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경 우송정보대 호텔관광과 교수 |
이두(李斗)가 쓴 '양주화방록(楊州畵舫錄)' 속에 만한취엔시의 요리가 기록되어 있다. 이것이 만한취엔시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라고 한다. 청나라 궁중에서 열리는 연회가 새해 하례회부터 황제 친족의 회갑연, 황실의 사돈인 몽고 친족과의 연회까지 다양하게 열렸다고 한다. 이러한 연회에서는 당연히 만주 음식과 중원의 음식이 동시에 차려졌고, 참석자들은 언제나 만주족과 한족의 관리들이 모두 함께 음식을 먹었다고 한다. 이렇듯 연회에서 만한취엔시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요리를 준비했다고 하니 가히 청나라도 먹고 마시는 축제의 나라였음에는 틀림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오늘날 만한취엔시가 유명세를 탄 것은 1970년대 홍콩에서 당시 거금을 들여 만한취엔시에 나오는 108가지 요리를 모두 재현한 것이 TV로 중계되면서 중국 최고의 연회상차림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렇듯 언론에 집중을 받게 된 만한취엔시는 청나라 시절 만한(滿漢) 화합을 위한 요리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지만 사실 만한취엔시는 만한(滿漢) 화합을 위한 요리라고 하기 보다는 청나라 왕조가 강대하고 번창하면서 피지배계층인 한족(漢族)은 물론 주변국에까지 자신들이 이룬 업적을 과시하고 자랑하려고 만한취엔시를 준비하였다는 것이 역사학자나 음식을 다루는 평론가들의 지론이다.
그렇다하여도 청나라에서 가장 번성한 시기의 황제들은 민족의 융합을 추구하고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기 위하여 한족 관리를 등용하였고, 그 표현의 하나로 만석, 한석으로 나누던 습관을 만주족의 소고대석 등 전통적인 요리와 한족의 요리를 하나로 합친 연회를 마련하였으니 이를 토대로 해석한다면야 각각의 요리를 서로 합쳐 놓은 것이 만한취엔시의 초기 형태가 아니었을까?
우리나라에도 만한취엔시 만큼 가짓수가 많은 대연회식은 아니더라도 소박하고 한국다운 화합과 소통을 상징하는 대표음식이 존재한다. 독자들의 생각 그대로다. 비빔밥이다. 얼마 전 청와대에서는 미국 대통령의 맏딸인 이방카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의 방문 만찬에서 우리의 전통음식인 비빔밥을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유대교인 이방카를 위해 유대교 식사법인 코셔(kosher)에 우리나라 전통음식인 비빔밥을 함께 차려 놓았는데 화합을 상징하고 소통의 음식이기도 한 비빔밥이 단연 음식외교로서 손색이 없었다고 한다.
이렇듯 비빔밥은 이제 세계인의 웰빙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비빔밥의 유래에 대해서는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제사음복설이 유력한데 제사 후에 제사상의 음식들을 그릇에 넣고 비벼먹은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설이 있지만 비빔밥은 한반도 전역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즐겼던 음식으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하나로 결속하는 평등과 화합, 소통의 미학이 담겨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필자는 대전의 봄축제에 다녀오면서 아쉬운 점이 남아 본 칼럼의 공간을 통해 대전의 지역축제에 대해 본의 아닌 지적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대전의 음식만 생각하면 여전히 물음표이다. 축제를 연구하는 한 사람으로서 대전의 축제에는 왜 음식이 빠져있을까? 언젠가 필자는 여러 가지 대전의 음식문화를 고려하여 전국 팔도의 음식을 조화롭게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하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축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음식에 대한 지식은 미천하지만 대전에서 음식관련 축제를 준비한다면 앞서 언급한 음식을 통해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하나로 결속하는 평등과 화합, 소통의 미학이 담겨있을 대전만의 음식을 준비하면 어떨까?
비록 청나라의 만한취엔시가 아니더라도, 온 국민이 뜻을 알고 먹는 비빔밥이 아니더라도, 조선시대 탕평의 목적으로 취한 탕평채가 아니더라도 이제 대전이 나서서 찢어져 있는 민심과 정치를 이어붙일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나누었으면 좋겠다.
엉뚱한 발상이기는 하지만 대전국제와인페어(8월 31일 ~ 9월 2일), 대전효문화뿌리축제(10월 5일 ~7일), 대전음식문화체험박람회와 같은 지역축제 기간에 호사스러운 음식도 108가지 가짓수 많은 음식도 아닌 평민이 정한 음식(평-민주평화당, 민-더불어민주당, 정-정의당, 한-자유한국당, 음식(미)-바른미래당)을 국토의 중심 대전을 찾는 손님들에게 내어 보는 것은 어떨까? 대전에 오면 모든 국민이 화합하고 소통하며 평등하게 나눌 수 있는 '평민이 정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발상이 단지 말장난으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수경 우송정보대 호텔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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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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