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호칭 ‘외(外)’로부터 해방

  • 오피니언
  • 중도칼럼

[중도칼럼] 호칭 ‘외(外)’로부터 해방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 승인 2018-09-05 08:08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권율정 원장님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지난 주에 뜨거울 정도는 아니지만 조금은 화제가 된 뉴스가 있었다. 가정에서 호칭 가운데 '도련님' '아가씨' 등이 여성 기준으로 보면 남성 중심의 표현으로 문제가 있기에 개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뉴스를 보면서 어떤 점에서 보면 그 보다 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가 떠올랐다.

외갓집,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외숙모, 외손녀, 외손자 등에 이르기까지 '외'란 호칭이 적지 않게 있다. '외' (外) 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가족이란 의미보다는 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남자인 아버지 중심으로는 그 '외' 가 전혀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완전 남성우위의 마초의식이라고 해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아마도 '출가외인' 이란 잔존 내지는 잔재가 아닌가 싶다.

나로서는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2002년 초 정도에 영국에서 생활하던 중에 나왔다. 하나의 사례로 '외할머니' 의 영어적 표현은 grandmother-in-law 인줄 알았다. 아직도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기에 지난 한 과정이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외' 란 표현 때문에 당연히 in-law 가 붙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지내던 영국 가족들이 그들의 딸 자녀들에 대해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손자, 손녀라고 하고, 그 아이들 역시 할아버지, 할머니 등으로 표현을 하는 점에 잠시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까지도 in-law 가 붙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나로서 궁금증이 가시지 않아서 영국인들에게 물어 보면서 나의 무지를 깨우쳤다. 알고 보니 in-law 는 그 단어에서 보여 주듯이 일종의 피가 흐르지 않은 관계에 붙는 것이다. 즉 '장인' 이나 '시아버지' 경우에 father-in-law 이다. 영어적 측면에서 보면 아이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 양쪽에 두 분씩이다. 영어적 표현으로 '외' 할머니, '외' 할아버지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식의 '할머니' 와 '외할머니' 구분은 어떻게 하냐고 한다면, paternal grandmom (아빠쪽 할머니), maternal grandmom (엄마쪽 할머니) 등으로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영어에서 보면 우리의 외손자, 외손녀, 외삼촌 등의 '외' 란 표현은 전혀 없다.

우리 국립대전현충원은 양성 평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평소에 노력한다. 생생한 사례를 들어 보면, 현재 18개의 독립화장실 가운데 최근 3년 전과 금년에 만든 두 개의 화장실은 여성 우위의 7:3 비율로 만들었고, 최근 몇 년 리모델링한 화장실도 여성 우위로 개조를 하였다. 파격적 모습에 초기에 조금은 우려를 표한 경우가 있었는데, 호평은 있어도 문제점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임산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의미에서 임산부 전용 주차 공간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가끔은 눈치 없는 사람들 가운데는 "현충원에 여성들이 더 많이 오냐?" 고 묻는데, 기본적으로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동등하게 온다는 전제하에 시대 전향적이고 발전적 방향에서 추진한다. 아마도 현충원이 기본적으로는 묘지고 무덤인데 남성 중심이지 않겠나 하는 조금은 아직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참고로 현충원의 여성 공직자들의 만족도는 아마도 최상인 듯하다. 여성 공무원들에게 조금도 불이익한 요소가 있는지 평소에도 계속 점검하고 있다.

여성 차별적 요소가 있는 상태에서 선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립, 갈등이 아니라 바로 상호보완적 요소이다. 가족만 보더라도 남성 입장에서 배우자, 딸, 누나, 동생 등이 여성이다. 성희롱, 성추행 등의 여러 사회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인격 침해에서 비롯된다. 서로 존중해야 할 최고의 인격체다.

너무도 자주 사용하는 용어에서 명백하게 여성 침해적 요소인 '외'가 버젓이 우리 한국사회에 아직도 있다는 점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 통합신청서 부결 후폭풍… 보직교수 5명 일괄 사표
  2. 과기부 소관 공공기관 일부 통폐합…국립과학재단 신설
  3. 충남대·공주대 통합 멈췄지만 끝 아니다… 연말까지 재논의 여지
  4. 대전 자치구별 아파트 평균 매매가 어디가 높나
  5.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1.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규제 충돌 넘어선 24년 동행… 충청 유역공동체로 이어진 물길
  2. [함께 지켜온 물, 대청호의 다음 25년] 24년 거버넌스의 한계… 충청의 물, 이제 유역 전체를 보자
  3. 충남교육청, 추석 명절 전 특별 공직 감찰 실시
  4. 위성 15기 싣고 우주 향하는 누리호 5차… 대전 기술력 '시험대'
  5. 대전세종충남혈액원, 충남대서 생명나눔 헌혈 캠페인 펼쳐

헤드라인 뉴스


與 지도부 "공공기관, 의료원, 교도소…대전 현안 전폭 지원"

與 지도부 "공공기관, 의료원, 교도소…대전 현안 전폭 지원"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대표 등 여당 지도부가 16일 대전을 찾아 산적한 지역 현안에 대한 전폭 지원을 약속했다. 공공기관 제2차 지방 이전, 대전 의료원 건립 등 허태정 대전시장과 지역 여권이 요청한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드라이브를 걸며 충청 민심 껴안기에 나섰다. 이 같은 행보는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정책 및 예산권을 가진 집권 여당의 힘을 과시하면서 지역 밥상머리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날 대전시청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전의 2차 공공기관 이전 요구와 관련해 "지방의 의견을..

대전서 1년 새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는 어디?
대전서 1년 새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아파트는 어디?

대전지역에서 최근 1년 새 매매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서구 둔산동 한마루아파트로 나타났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구 둔산동 한마루아파트 전용면적 101.94㎡는 지난해 9월 9억 1000만 원에서 올해 9월 12억 원으로 2억 9000만 원 상승했다. 동일 단지·동일 전용면적이라도 층수 등에 따라 매매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면적의 실거래가는 1년 새 3억 원가량 차이를 보였다. 상승액 2위는 서구 탄방동 공작한양 84.90㎡로 지난해 9월 4억 4000만 원에서 올해 9월 6억 7000만..

‘2030년 짐 싸는’ 국정자원 본원…충남·세종·대전 유치 ‘3파전’
‘2030년 짐 싸는’ 국정자원 본원…충남·세종·대전 유치 ‘3파전’

지난해 화재 발생 이후 본원 이전 절차가 본격화된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두고 충청권 지자체 간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2030년까지 기존 대전 본원이 폐쇄되는 상황에서 충남도와 세종시, 대전시가 저마다의 명분을 내세우며 유치전에 사활을 걸고 나섰다. 16일 충청권 각 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현재 대전 유성구 화암동에 위치한 국정자원 대전 본원은 2030년까지 전면 폐쇄된 뒤 새로운 장소로 이전·재설립될 예정이다. 적절한 이전 부지를 발굴하기 위한 정보화전략계획 용역은 내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며, 이에 맞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사랑의 송편 나눔’…명절 꾸러미 한가득

  •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대전 동부소방서, 추석 앞 화재안전 점검

  •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대한민국의 情을 보냅니다’

  •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대전서남부터미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