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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
외갓집,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외삼촌, 외숙모, 외손녀, 외손자 등에 이르기까지 '외'란 호칭이 적지 않게 있다. '외' (外) 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가족이란 의미보다는 남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남자인 아버지 중심으로는 그 '외' 가 전혀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완전 남성우위의 마초의식이라고 해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아마도 '출가외인' 이란 잔존 내지는 잔재가 아닌가 싶다.
나로서는 그러한 문제에 대한 해법이 2002년 초 정도에 영국에서 생활하던 중에 나왔다. 하나의 사례로 '외할머니' 의 영어적 표현은 grandmother-in-law 인줄 알았다. 아직도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기에 지난 한 과정이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외' 란 표현 때문에 당연히 in-law 가 붙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까이 지내던 영국 가족들이 그들의 딸 자녀들에 대해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손자, 손녀라고 하고, 그 아이들 역시 할아버지, 할머니 등으로 표현을 하는 점에 잠시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까지도 in-law 가 붙어야 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나로서 궁금증이 가시지 않아서 영국인들에게 물어 보면서 나의 무지를 깨우쳤다. 알고 보니 in-law 는 그 단어에서 보여 주듯이 일종의 피가 흐르지 않은 관계에 붙는 것이다. 즉 '장인' 이나 '시아버지' 경우에 father-in-law 이다. 영어적 측면에서 보면 아이들에게 할머니, 할아버지는 엄마, 아빠 양쪽에 두 분씩이다. 영어적 표현으로 '외' 할머니, '외' 할아버지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식의 '할머니' 와 '외할머니' 구분은 어떻게 하냐고 한다면, paternal grandmom (아빠쪽 할머니), maternal grandmom (엄마쪽 할머니) 등으로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영어에서 보면 우리의 외손자, 외손녀, 외삼촌 등의 '외' 란 표현은 전혀 없다.
우리 국립대전현충원은 양성 평등을 실현하기 위하여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평소에 노력한다. 생생한 사례를 들어 보면, 현재 18개의 독립화장실 가운데 최근 3년 전과 금년에 만든 두 개의 화장실은 여성 우위의 7:3 비율로 만들었고, 최근 몇 년 리모델링한 화장실도 여성 우위로 개조를 하였다. 파격적 모습에 초기에 조금은 우려를 표한 경우가 있었는데, 호평은 있어도 문제점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임산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의미에서 임산부 전용 주차 공간을 확보해 놓고 있다. 이러한 모습에 가끔은 눈치 없는 사람들 가운데는 "현충원에 여성들이 더 많이 오냐?" 고 묻는데, 기본적으로 남성 여성 할 것 없이 동등하게 온다는 전제하에 시대 전향적이고 발전적 방향에서 추진한다. 아마도 현충원이 기본적으로는 묘지고 무덤인데 남성 중심이지 않겠나 하는 조금은 아직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참고로 현충원의 여성 공직자들의 만족도는 아마도 최상인 듯하다. 여성 공무원들에게 조금도 불이익한 요소가 있는지 평소에도 계속 점검하고 있다.
여성 차별적 요소가 있는 상태에서 선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대립, 갈등이 아니라 바로 상호보완적 요소이다. 가족만 보더라도 남성 입장에서 배우자, 딸, 누나, 동생 등이 여성이다. 성희롱, 성추행 등의 여러 사회 문제도 궁극적으로는 인격 침해에서 비롯된다. 서로 존중해야 할 최고의 인격체다.
너무도 자주 사용하는 용어에서 명백하게 여성 침해적 요소인 '외'가 버젓이 우리 한국사회에 아직도 있다는 점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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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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