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칼럼]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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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칼럼]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8-09-12 08:15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손종학 01086489915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어찌 보면 인류 역사는 인간 개념의 확대 역사이자 인권 신장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왕과 소수의 귀족만을 인간으로 보고 이들만이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갖는 것이고 나머지 사람은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닌, 그래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갖지 못하고 노예처럼 일종의 재산적 가치로만 여겨지던 사회가 있었다. 이런 사회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개념을 점차 확대, 이제 남녀가, 어른과 어린이가, 내국인과 외국인이 피부색이나 종교와 관계없이 모두 다 같은 인간으로 대접받는 사해평등 사회로의 전진이 바로 우리 인류가 걸어온 힘찬 역사이고, 그에 따라 인권도 함께 신장되어 온 것이 우리 인간 역사이다. 그렇기에 이제 당위론적으로는 모든 사람은 소외됨이 없이 같은 인간으로 존중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하게 살아가는 존재가 되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교과서적인 당위이지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아직도 우리가 살아가는 땅의 세계에서는 곳곳에서 이런 당위가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의료영역도 그 예외가 아니다.

인간의 권리인 인권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하여는 사람마다 각자 의견이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쉽게 정의한다면, 인권은 인간이 인간이기에 천부적으로 누리는 권리라 할 것이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자유가 그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생명권이야 말로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 자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와 병원이야말로 인권이 가장 존중되어야 할 영역이다. 그와 같은 이유로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시키기 위하여 존엄사 문제나 환자의 권리와 같은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많은 노력을 경주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관심이 주로 환자측에 치중되고, 의료계 종사자의 인권 문제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점이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었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미투운동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며칠 전 우리 지역에서 작다면 작다고 할 수 있지만, 의미로만 친다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는 행사가 있었다. 바로 충청지역의 대표 병원인 충남대학교병원 인권센터의 개소식이다. 인간의 생명을 일선에서 다루는 병원 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고, 이들에게 인권 감수성을 비롯한 제반 교육과 홍보를 실시하며, 이를 위한 조직체를 구성한다는 것은 참으로 의미 있고 꼭 필요한 일이었기에 교육자이자 법률가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환영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더욱이 충남대학교병원 인권센터가 서울대학교병원에 이어 사실상 전국적으로 두 번째로 설립되었다는 것은 우리 지역의 대표병원이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일류 선진 병원으로 발돋움하는 하나의 거대한 증표라고 할 수 있기에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가슴 뿌듯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이제 출발에 불과하다. 앞으로 할 일이 태산 같을 것이고, 수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몇 가지 짧은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

먼저 구성원에 대한 인권교육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병원 입사 후의 교육은 분명 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대학 교육단계에서의 인권 교육이 매우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의료계와 병원은 수많은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고 이들은 대학에서 전문 교육과정을 이수하여야 하는바, 이 단계에서 적어도 인권과 노동권의 기본만이라도 커리큘럼에 포함시켜 교육시킨다면 그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다음으로 다원조직이나 이원조직의 특성과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전제를 통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 알다시피 병원은 학교나 법원 검찰과 같이 가장 대표적인 이원 내지는 다원조직체이다. 그렇기에 병원 내에서의 각 직역간 대립과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것이 잘못 흘러갈 경우 인권 보호 본연의 모습은 사라지고 정치성 논쟁이나 구호만이 난무할 수도 있다. 이를 피하는 유일한 길은 우월의식이나 대립의식을 지양하고 상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세상 변화에의 적응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불과 수년 전의 인권의식과 지금의 인권의식이 다르고 앞으로는 더 빨리 변화, 진전되어 갈 것이다. 우리 모두는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잘 적응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하겠지만, 모든 구성원이 변화에 같은 속도로 적응할 수는 없다. 조금 뒤처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고, 미처 깨닫지 못 하는 구성원도 있는 법이다. 그렇지만 이들도 우리 모두의 소중한 구성원이고 동료이기에 처벌과 징계가 능사만은 아니다. 이들이 변화된 환경과 문화에 한시라도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환경을 조성하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갑이었던 자도 다른 영역에서는 을이 되기도 하고, 을도 어디에선가는 갑이기도 한 것이 부족한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 모습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지역 대학병원에서 불기 시작한 인권보호와 상호존중의 문화가 비단 의료계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더욱 널리 퍼져 즐거운 일터, 행복한 사회가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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